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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

어쩌다 상하이

by 파란하늘

회사에서 레지던스를 한 달 해주었다.

리버데일 레지던스인데, 신천지 근처에 있다. 도착한 첫날 저녁에 남편 후배가 와서 차를 타고 신천지에 가서 저녁을 먹고 맥주도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상하이살이 조언을 들었다. 그리곤 걸어서 집에 왔는데, 한참을 걸어온 것 같았는데, 처음 걷는 모르는 길이라서 체감상 그런 것이고, 나중에 다녀보니 진짜 두 블록 정도 가까운 거리였다.


관광지인 인민광장, 난징동루, 와이탄도 가깝다. 예원은 더 가까워서 한 달 있는 동안 저녁마다 산책을 다녀서 이제 이곳 주변 지리는 훤해졌다.

부부 두 사람이라서 작은 평수이긴 했으나, 침실이 따로 방으로 되어 있고, 작은 거실과 부엌이 있다. 장기 투숙자는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목요일에 청소를 해주고, 월요일마다 침구를 갈아준다.

상하이는 생각보다 더웠다. 첫날 37도를 시작으로 39도까지 오르는 날이 많았다. 더위를 먹었는지 일주일째 되는 날 기력이 떨어졌다. 남편 출근 후 누워 있는데, 청소를 하겠다고 오셨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오늘 청소 안 해도 된다고 했더니, 금방 한다고 들어오신다.


킹사이즈 침대의 침구를 갈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욕실 청소에 거실 진공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까지 10분 남짓 걸렸다. 이 왜소한 어르신의 숙련된 몸짓을 지켜보며, 내가 이렇게 엄살을 부릴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생각을 그리 먹으니 몸이 한결 나은 것 같았다. 마치 정신 차리라고 뇌가 명령을 내린 것 같았다.


일체유심조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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