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reverse engineering
오늘은 지난 10년간 제가 돈 (Money)의 정의에 대해서 고민했던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돈의 정의는
Money = Exchange Currency + Trust Note
입니다.
이 두가지 의미를 동시에 만족시킬 때 그것을 우리는 온전하게 돈, 즉 화폐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1. Exchange Currency 즉 교환환율이란 것은 서로 교환할 때 기준이 되는 것. 이란 의미 입니다.
2. Trust Note 즉 신뢰의 증서란 것은 누구나 이 증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 입니다.
1번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서로'라는 단어에 주목해 주세요.
즉 누구나 이걸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습니다.
수학적으로 n:n 으로 대응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이것은 양쪽이 무한히 많아 질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2번을 충족하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전제적이고 집중화된 '힘'을 필요로 했습니다. 무력, 군사력, 권력과 같은 강하고 실체적인 물리력이 믿으라고 강제하면 다들 믿고 따르게 되는 것처럼요.
- 이 믿음은 강한 힘에 의해 강제되는 믿음인 것입니다.
잼있죠. 돈은 수학적(논리적)이면서 동시에 물리적(실체적)인 성질을 둘 다 가지고 있다는게.
(자연계에는요 이런 중첩된 성질을 가진 물리적 실체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빛 이죠. 파동이면서 입자거든요. 그래서 저처럼 양자역학(퀀텀피직스)에 빠진 사람들은 돈을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2009년 암호학회에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인물이 'bitcoin'이라는 논문을 하나 발표합니다.
논문에서 비트코인은 이 돈에 대한 두 가지 의미를 완전히 정반대로 '기술적'으로 구현해 보는 실험을 제안한 겁니다.
1. 유한히 공급되는(채굴되는) 교환환율(비트코인)
2. 분산원장(블록체인)이라는 논리적 신뢰의 증서
저는 그래서 비트코인 논문을 리버스 머니 실험 이라고 부릅니다.
money를 reverse engineering 했기 때문이거든요.
이 해석을 한번 따라가 볼께요.
기존 돈의 정의에 따르면 경제는 물리력이 높은 쪽이 교환환율을 많이 만들어 내면 되는 겁니다.
오늘날 물리력이 높은 쪽은 '미국'이고. 그 교환환율은 '달러'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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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종이와 잉크를 윤전기로 돌려서 찍어냅니다. (아마 매년 찍어내는 비용을 수천억 쓸 겁니다) 많이 찍다가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면 '미국'은 전쟁을 통해 '힘'을 과시해서 달러에 의한 교환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꺼라는 '믿음'을 유지시킵니다. 때론 신기술을 통해 앞으로도 혁신의 '힘'은 우리에게 있을 것이다는 것을 과시하여 역시 '믿음'을 유지시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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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의 경우는 '힘'이 없는 나라가 교환환율인 '짐바브웨 달러'를 미친듯이 찍어내다가 '믿을 수 없음'이 확인되면서 화폐가 망해버린 케이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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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반대의 경우인 비트코인에겐 무슨 일이 생기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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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힘이 없는 익명의 '개인' 이라도
2. 유한한 교환환율(비트코인)을 알아서 발행(채굴)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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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후 지난 9년간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1,300 개 이상의 다양한 종류가 발행 되었습니다.
누가 발행했건 일단 발행된 비트코인은 채굴에 의해 불특정의 누구라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건 전기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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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를 많이 투입한 익명의 '개인' 또는 '기업'이 유한한 수량의 교환환율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은 이 교환환율인 '비트코인'이 복제되지 않으며, 서로 분명히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지난 9년간 증명해 왔습니다. 애초에 거래 당사자간의 신뢰를 증거해 줄 조직적인 '힘'도 필요없기에 수수료 체계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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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지점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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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실험은 통제된 환경을 필요로 합니다. 다른 요인으로 인한 해석의 문제가 없도록 변수가 통제된 환경을 필요로 하는데.. 이 비트코인 실험은.. 그런 통제된 환경에서 실행된 실험이 아니었습니다.
실험이 시작된 그 즉시 현실 세계 '화폐'의 안티태제로서 기능하기 시작합니다.
즉 그 효과가 단순히 리버스 엔지니어링 차원으로 끝난게 아니라.
양자비트처럼 기존의 화폐와 함께 얽혀서 서로 영향을 끼치는 한 덩어리가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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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영향은
사적 신뢰의 플랫폼 기술(블록체인)이
공적 불신의 비용(은행송금수수료)을
일부 지워 버리기 시작합니다.
해외 송금 분야에서 은행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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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영향은 유가증권시장입니다.
이번엔 지운게 아니라 뭐가 새로 생겼습니다.
IPO에 이어 ICO가 생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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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는 기업이 신사업을 위해 주식을 불특정인들에게 팔아서 자본금을 조달하는 행위 입니다.
ICO는 기업이나 개인이 신사업을 위해 '코인'을 불특정인들에게 팔아서 자본금을 조달하는 행위 입니다.
코인은 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자본이 조달되지만 이 코인의 자산 안전성은 보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이 코인으로 할 수 있는 미래 사업의 가치가 중요할 뿐 입니다. 그 사업의 가치가 떨어지고 활용될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면 그 코인은 사용빈도가 줄어들며 점점 사라질 것이고. 기업도 함께 사라질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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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영향은 기업의 소유권과 이익의 분배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적 의미의 경영권은 강화될 겁니다. 돈은 들어오지만.. 주식은 안나가거든요.
하지만 사업 데미지는 전과 다를 겁니다. 코인으로 만들어낸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의 활용도가 떨어지면 코인의 회전율이 떨어지게 되고 떨어진 회전율이 기업가치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바뀌어 회사가 망하는 속도가 가속될 겁니다. 분식회계 이런게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가치가 떨어지는 순간 그 즉시 회사가 사라지는 일을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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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서비스 가치가 올라가는 순간.. 그 회사는 자고 일어나니 구글이네.. 자고 일어나니.. 페이스북이네..
이런 일을 볼 수 도 있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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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영향은 정부기관의 역할 축소나 일부 기능을 없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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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빌게이츠 흉내 함 내보려구요.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아니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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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필요하지만 정부는 달라져야 한다."
라는 말을 한번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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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매우 길어질 수 있기에.. 일단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