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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멀 IMEOL Aug 29. 2019

하늘, 구름, 바다

'어떤 것을 좋아하세요?'라는 말에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하기.

"취미가 뭐예요?"
"어떤 것을 좋아하세요?"

이런 물음에 머뭇거리지 않고 금방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취미와 특기란을 비워두고 한참을 고민해보았으리라 생각한다(물론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라면, 더욱 고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과 현실적인 고려사항들을 잠시 치워두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회사에서 팀 내 갈등으로 너무 힘들고 우울한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때 정서조절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휘몰아치는 감정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정말 건들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상황에 인지적인 정서 조절이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이 감정을 쏟아내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회사에서 이는 불가능할 확률이 높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잠시 기분 전환을 함으로써 그 문제에서 멀어져 보는 것이다. 점심시간에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를 먹고, 먹기만 해도 기분 좋아질 것 같은 단 음료를 마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눈물을 쏟아내고 감정을 폭발시켜도 괜찮은 상황이 될 때까지 잠시 미뤄두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럴 때 내가 무엇을 해야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른다면? 폭식, 과음 등 어쩌면 자기 파괴적인 행동들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자기 파괴적 행동은 행동 이후에 오는 죄책감과 수치심 등으로 인해 또 다른 부정정서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취향을 아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이 망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주고받는 질문들은 호구조사에 가까울 때가 많기 때문일 수 있다.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애인은 있으세요? 어디 사세요? 전공은 무얼 하셨어요?' 그래서 막상 주변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가 몇 년생이고, 무슨 동에 살고, 형제자매가 몇 명인지가 더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또 다른 이유는 너무 거창한 취미를 말하려 하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가 취미를 떠올려야 하는 경우는 보통 입시, 취업 등 자기소개서를 쓸 때 일 것이다. 마치 내가 취미란에 무엇을 적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것 같은 불안이 들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정말 간단하게 떠올려보면 취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최근에 가장 즐겁게 한 일은 뭐였지?'
'최근에 가장 많이 웃었던 때가 언제였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마음이 편안하지?'

누군가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고, 날씨 좋은 날 마음 편히 실컷 낮잠을 자는 일이라 말할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사진을 찍는 일이라 할 수도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저는 매주 친구와 강가에서 배드민턴을 치지만, 잘하지는 못해서 취미라고 말하기 곤란해요."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로 정의된다. 셔틀콕을 네트 너머로 세 번도 채 왕복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면 취미라 말할 수 있다. 


나는 날씨가 좋은 날 혼자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하늘, 바다, 그리고 구름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너무 더워 땀을 많이 흘린 날이면 샤워를 마치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맥주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햇볕이 잘 드는 날 빨래를 마친 이불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낮잠을 자는 것도 좋아한다. 


몹시 힘들고 지친 날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삭힐 때. 

나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 대놓고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 

나를 지키기 위한 소위 '치트키'를 아는 것은, 나의 감정과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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