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
큰아버지 집 마당에서 빨래를 하다 시린 손 호호 부는데
내가 아직 아기 때 죽은 줄 알았던 엄니가
새 옷 지어줄 옷감 품에 안고 논길 사이로 걸어오는 것이 보여.
아지랑이 사이로
징용 가서 죽은 줄 알았던 아부지가
씨꺼먼 얼굴로 꽃신을 흔들며 걸어오는 것이 보여.
때릉때릉
읍내로 입양 간 오라바이가
자전거에 내게 읽어줄 동화책 싣고 달려오는 것이 보여.
이제 나는 좋아라.
이제 엄니랑 아부지랑 오라바이랑 같이 산다.
이제 나도 학교 갈 수 있어.
엄니, 나 두고 멀리 가지 마여.
아부지, 나 두고 배 타러 가지 마여.
오라바이, 나랑 같이 살어여.
나도 같이 가여.
이제
나도 같이 가여.
마지막 물 한 방울을 목에 넘기고
베갯잇에 또르르 눈물 한 방울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