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살

-시-

by 해말가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까칠 거칠 걸리적거리는 내 비늘들

이것만 뜯어내면 맨들이라는 생각에 뇌가 멀어서

잡아뜯기에 몰입한다.


쫀득이처럼 쭉 뜯어질 때

주체하지 못할 만큼 희열을 느낀다.

기실은

고통과 번민과 고뇌로 쌓인 껍데기를

뜯어내버리는 의식이다.


조금만 더

투두둑!

층이 생기면 안 된다. 매끄러워야 한다. 부드러워야 한다.

하나만 더

파락파락 트득!

쪼가리 하나만 뜯어내고 그만 두자.


쭉 ——쓰 !

아뿔싸!

피가 나고 만다.

철철 철철

피라서

철철 철철


절뚝절뚝

반창고를 덕지 붙여도 걸을 때마다

송곳 지압판 위를 걷는 듯 하다.

욱신욱신

드러난 연한 살이 불타고 있다.


얼마 되지 않아 그 자리엔

전보다 더 두껍고 딱딱한 굳은살이 배긴다.


진심으로

뜯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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