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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말가 Feb 16. 2022

가리비

에피소드

마트에서 가리비를 사 왔다.

이번 가리비는 껍데기에 뭐가 많이 붙어있어서 솔질을 좀 더 꼼꼼하게 해줘야 했다.

가리비 껍데기 크기가 4~5센티 정도라서 찌면 속살은 아마도 1센티 남짓것 같다. 작다, 작아.


껍데기를 솔로 씻다가 불현듯 내가 씻고 있는 것이 가리비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반짝 번쩍 거리는 것이

깊은 바닷속에서 불꽃놀이를 하 있다.

펑!!!

어후! 눈 부셔서 깜짝 놀랐다.



다음 나타난 이것은 틀림없는 보석함이다. 조개껍데기이니 날 것 그대로의 자개 보석함이다.  또는 이 자체로 고급 브로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디자인이다.



이런 것도 있다.

일석이조 가리비. 굴이 붙어있다. 가리비를 샀는데 굴도 먹을 수 있다니! 자연산 홍합에서 새끼손톱만 한 새끼 게가 나오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걸로 튀김 해 먹고 육수 내고 쪄먹고 게장 담그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 굴은 먹어보기로 한다.

까 보니 살도 제법 있다. 석화 득템! 맛은 무(맹) 맛.



이 가리비는 조금 다른 세상을 표현하고 있다. 외계 행성의 한 부분 같다. sf영화의 배경으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

내 카메라가 좀 더 접사 촬영이 가능했다면 뭔가 좀 더 그럴싸한 장면을 연출해 보려고 시도했을 텐데 불가능하여 이 세계를 발견한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런데 자세히 보니 이 기지 안에 무언가 있다. 그냥 가리비에 이물질이 붙어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무심하게 지나쳤는데 생물이 기생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모두 죽어있었다. 자세한 생김이 궁금해졌다.

억지로 꺼내보니 저렇게 생겼다. 이것의 정체는 확실히 생물체이다. 흡사 거북손과 비슷하다. 그래서 찾아보이것의 정체는 휫!

어김없는 따개비다. 쳇, 실망!


아니 실망하지 말자. 홍어나 가오리 같은 녀석들의 생김을 보라. 완전히 외계 생명체 그 자체이지 않은가. 물고기가 절대 아니다.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토착화된 모습일 것이다.

따개비가 조개에 붙어있으니 어패류나 갑각류일 거라 생각했는데 새우나 게와 같은 절지동물이란다.  

(물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가리비의 꼬불 거리는 하얀 것은 석회관 갯지렁이다. 끄웩! 징그리!





따개비와 갯지렁이겠지만 오늘 이 가리비들은 나에게 맛있음보다는 다른 세계보여주었다.

바닷속 불꽃놀이도 멋졌고 멀리서 훔쳐보는 이계 기지도 흥미로웠다.  일상에서의 비일상의 발견, 아주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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