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에피소드
장미
에피소드
by
해말가
May 18. 2023
아래로
아파트 화단에 장미가 만개하려고 한다. 한 송이 꺾어 집에 꽂아두고 싶어졌다. 봉우리가 막 피기 직전인 것을 골라 꺾으려고 손을 뻗치는 순간 멈추고 말았다.
1. 경비원이 와서
2. 아이들이 보고 있어서
3. 꽃이 불쌍해서
삐- 모두 아니다.
진딧물!
엄청난 수의 진딧물들이 더덕도 아니면서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진딧물이 붙어있지 않은 꽃이 없다. 심지어 정체불명의 애벌레까지 꿈틀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개미도 있고 초파리 같은 것도 기생하고 있었다. 이런 걸 집에 데려올 수는 없었다.
장미를 포기했다.
그리고 생각이 이어졌다.
아, 장미는 아름다움을 얻는 대가로 이런 벌레들이 꼬이는 고통을 받는 것인가.
아니 아
니 다시 생각했다.
진딧물들은 장미를 괴롭히기 위해 꿀 빨고 있는 것일까, 나 같은 인간으로부터 장미를 지키기 위해 가시처럼 붙어있는 것일까.
전자인지 후자인지 장미의 입장이 궁금하다.
내가 장미라면...
나는...
장미를 얻지 못해 아쉬울까, 진딧물을 데려오지 않게 되어서 다행일까.
당연히 후자다!
keyword
장미
에피소드
공감
1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해말가
직업
출간작가
가치가치의 기적
저자
어느 마음 주머니 속 꼬깃꼬깃해진 만.화.가.
구독자
17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달팽이(5) - 잘 자, 얼수구
장미 2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