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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주nice Jan 05. 2024

엄마가 뚱뚱한데 니가 왜 우니?

chapter1. 어쩌다 다이어트로 들어선 길 

저녁 6시 10분! 마지막 수업이다. 열세 살 다운증후군인 승진이의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곧 종일반에서 마지막 코스인 옆 아파트 신명아파트와 벽산아파트 사이 마트에서 딸이 내린다.

" 선생님 승진이 수업하고 계슈, 내가 희수 델꼬올게유,"

수업 중 승진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루 꼬박 8명의 아이를 1:1로 수업하는 인지치료와 언어치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을 만나고 나면 가장 진이 빠지는 마지막 수업이다. 7시까지 정말이지 수업하고 싶지 않았으나 거절할 수 없었다. 딸을 픽업 가야 해서 6시 수업은 어렵다고 하니 승진이 어머니가 고안해 낸 방법이다. "선생님, 우리 승진이 수업하고 있으면 내가 그 시간에 얼른 희수 데리고 올게요, 여기서 데리러 가는 거기가 얼마나 된다고, 내가 나가서 후딱 데리고 올 테니 우리 승진이 수업 끝나면 희수 오겠구먼...."

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루 종일 종일반에 있는 희수를 집에 오는 길은 반겨주고 싶었다.

오늘도 난 남보다 더 쉬운 딸을 설득하며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어둑어둑해진 7시 10분이 넘으니 나는 수업이 끝났고, 희수는 승진이 어머니와 함께 들어온다.

이내 들어오자마자 오늘의 수업내용을 상담하고 있는데 "엄마! 오빠가 내 초콜릿 다 까먹었어," 다운증후군인 승진이는 일곱 살 여자 동생인 나의 딸이 들어오는 것을 무척 반긴다. 눈길 한번 안 주는 딸아이가 야속한지어린이집 가방을 뒤져 유치원에서 받은 초콜릿을 소파에서 까먹고 있다. 같이 놀자는 신호이겠지만 일곱 살 딸아이가 알리없는..

"네 네 어머니 안녕히 가세요, 승진아, 목요일에 만나자" 인사하고 나니 7시 40분!

집에 희수만 두고 슬리퍼를 신은 채 상가 지하로 달려갔다. 말랑말랑 쫀득거리는 당일 만든 떡 몇 팩과 식혜, 그리고 1층 슈퍼로 올라와 귤을 한 봉지 사 가지고 와서는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다시 거실에 모임 상을 편다.

매주 화요일에는 우리 집에서 직장인 구역예배가 있다.

직장인들의 구성이란 회사 다니는 분, 팥죽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1분, 남대문 단추 가게 사장님까지 일하는 여성이다. 집에서 일하는 여성은 유일하게 나 하나! 모임 시간 8시까지 오려면 1시간 30분가량의량의 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모두 저녁을 먹지 못하고 오는 것은 나뿐이 아니다.

낮에 모이는 사람들은 한 주 한 주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모임을 하면 좋겠지만 일하는 여성들은 그 시간에 집을 내어 줄 상황이나 형편이 못 된다.

그래서 1년 동안 내가 집을 개방하기로 했다.

대신 저녁을 준비해 줄 수 없으니 저녁 대용식을 준비하겠노라 하여 급하게 떡을 사러 나간 것이다.

떡 몇 팩과 음료수, 과일을 교자상에 펼쳐놓고는 딸에게 얼른 와서 이거 먹으라고 손짓한다.

겨우 이제 집에 들어와 엄마와 눈 마주치자마자 다시 손님들이 올 예정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니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힘이야 들겠지만 그렇게라도 신앙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다.

8시에 시작된 모임은 10시 30분이 되도록 끝이 나질 않는다.

어렵게 회수가 자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자식을 이미 다 키워놓은 모임의 여성들은 "어머 우리가 미쳤나봐.. 얘기하다보면 이게 이렇게 된다니까,,,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아이고 마무리는 뭐, 얼른,,,, 가자, 가자. 애 피곤하겠다.. "

어수선하게 남은 교자상의 너저분한 모습들,,

집에 와서도 대기하고 엄마 끝나기만 기다리고 외투 하나 겨우 벗은 채 있는 딸,

허기진다.

배고프다.

밤 11시! 이제야 마음이 편안하다. 익숙한 듯 주방 수납장으로 향한다. 새우깡 한 봉지, 자갈치 한 봉지를 손에 들고는 오렌지 주스를 따라서 와서는 소파에 앉아 과자 봉지를 뜯는다.

와그작와그작, 온 힘을 다해 씹는다, 뼈다귀도 없는데 혀를 힘껏 부딪쳐 가며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마구 먹는다.

속도가 이내 빨라진다. 손을 넣었는데 이미 없다. 남은 소금들만 침 묻은 손을 이용이용해 한바퀴 돌려 싹싹 긁어 입 안에 넣는다. 바로 다음 과자를 뜯는데...

자기 방문을 열고 나온 딸이 주방 벽에 기대어 대성통곡을 한다.

눈이 마주쳤으나 당황스럽다.

누가 보면 아이 울음소리만 들었을 때는 소중한 그 누군가가 죽은 것이 틀림없다.

그 소중한 누군가가 나? 내가 너 엄마니까 내가 죽으면 저렇게 울려나??

놀라서 물었다.

"희수야,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왜 그러는데...?"

...

.."엉엉.. 엉엉,, "

" 엄마가 너무,, 엄마가, 너무 뚱뚱해!"

내가 뚱뚱해서 운다. 내가 뚱뚱한데 딸이 운다. 왜?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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