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가끔씩 루틴을 깨는 것도 루틴이다

3. 무엇(what)을 루틴화 할 수 있는가?

by 신영환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그래서 하루 내내 일하거나 공부할 수 없다. 생각해보면 기계도 종일 돌리면 고장이 날 수 있는데, 사람이라고 다를까? 아무리 바쁘게 열심히 사는 사람도 중간에 한 번씩 일탈을 꿈꾼다. 거창한 일탈이 아니라 소소한 일탈이라도 좋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다. 달리 말하자면,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한 것이라 봐도 좋다. 아무리 빡빡한 일정과 루틴에 맞게 사는 사람들도 가끔은 루틴을 깨고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헨드릭 빌렘 반 룬이 쓴 《반 룬의 예술사》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거장 레오나르도는 회화, 건축, 철학, 시, 작곡, 조각, 육상(멀리뛰기와 높이뛰기), 물리학, 수학, 해부학 등 다양한 분야에 능하다. 또한 그는 여러 가지 악기를 잘 다루었고 직접 악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토목에도 손을 댔다. 직접 수차와 수문을 만들고 방대한 영지를 관개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비행기와 잠수함이었는데, 그것들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기중기와 자동 드릴을 제작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하루에 20시간 동안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일했다고 한다. 그런 그도 평소 일하는 루틴에서 꼭 필요한 건 휴식이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때때로 손에서 일을 놓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잠시 일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보면 자기 삶의 조화로운 균형이 어떻게 깨져 있는지 분명히 보인다.”


휴식이라는 건 우리가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이다. 우리가 실천하던 루틴을 잠시 멈추겠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루틴을 깨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힘들게 만든 루틴을 깨라니 무슨 말인지 헷갈릴 것이다. 그래서 바꿔서 말해보자면, 휴식하는 루틴을 만들라는 말이다. 우리는 보통 루틴을 만들 때 무언가를 하는 루틴을 만들려고 한다. 반면 멈추는 루틴은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휴식을 위한 루틴은 필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더 힘든 루틴을 보낸다. 그런데 그 루틴 중에는 빠지지 않는 것이 휴식 루틴이다. 낮에 일하면, 저녁에는 쉰다. 혹은 평일에 일하면 주말에는 쉰다. 혹은 한 달을 바쁘게 보냈으면 며칠간 휴가를 떠난다. 한 분기(3개월)를 바쁘게 달렸다면 일주일 정도 멀리 여행을 떠나 휴양하고 오기도 한다. 중요한 건 남들보다 몇 배 더 바쁘게 루틴을 유지해도 꼭 휴식한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는 “한가로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아무리 바쁜 하루를 보내더라도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는 말이다. 특히 시간에 맞게 루틴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면 이 시간이 꼭 필요하다. 잠시나마 한가롭게 일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 혹은 다음에 할 일을 정리하며 시간 관리에 힘쓸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인 임마누엘 칸트는 “노동 뒤의 휴식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다.”라고 했다. 사람은 보상이 주어질 때 더욱 열심히 하려는 동기와 의지를 갖게 된다.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힘들게 하루를 보냈다면 달콤한 휴식을 꿈꿀 것이다. 그 휴식 시간이 보장되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들은 학교에서 손에서 책을 잘 놓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틈만 나면 공부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야간자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공부 스위치를 딱 꺼버린다. 왜냐면 하루 내내 공부를 했으니 자신에게 휴식이라는 보상을 주기 위해서다. 실제 많은 멘토가 이런 식으로 루틴을 만들어서 힘든 수험생활을 끝까지 버텨낸다.


잠깐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는 하루를 세 번 산다. 내 역할이 세 개이기 때문이다. 아침 6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루틴에 맞게 영어교사의 삶을 산다. 그리고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는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루틴을 보낸다. 끝으로 밤 9시부터 12시까지는 작가로서 삶을 살아간다. 그러면 언제 쉬냐고 물을 수 있는데, 나는 작가로서 삶이 평소 루틴에서 벗어난 다른 삶이라서 보상처럼 느껴진다. 조용한 밤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큰 보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평일에는 정말 바쁘게 산다. 야근하지 않기 위해서 학교에 있는 동안에 정말 쉬지 않고 수업하고, 일만 한다. 그래야 나머지 삶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보내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서 아이들과 놀고, 아내와 대화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8시가 넘어서면 아이들은 슬슬 씻고 자러 갈 준비를 하기 때문에 나는 밖에 나가서 걷기 운동을 한다. 1시간 정도 걷고 들어와서 철봉을 잠깐 하고 씻고 바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비록 잠들기 전 3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은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기에 행복하게 보낸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영상을 찍고, 영상을 편집하는 등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다행히 운동하고 와서 체력이 있기에 맑은 정신과 몸 컨디션으로 이 시간을 보낸다. 지금도 그 시간에 이 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철칙은 밤 12시를 절대 넘기지 않는 것이다. 6시간 이하로 자면 다음 날 하루 루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하루 루틴을 보내는 나도 사실은 주말에는 되도록 쉬려고 노력한다. 강연이 잡히거나 행사가 있어서 참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쉰다. 방에서 뒹굴거리기도 하고, 나들이 가기도 하고, 방학 때는 시골집에 가서 휴가를 일주일씩 보내고 온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1년에 한 번은 꼭 일주일 동안 (해외) 여행을 다녀오려고 노력했다.


정말 바쁘게 지내다가 어느 날 회를 먹고 식중독에 걸려서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아내도 나도 둘 다 그때 느꼈다. 이렇게 아등바등 살다가 갑자기 죽어버리면 인생이 부질없겠다 느껴서 아껴서 들었던 적금을 깨서 바로 그해 겨울방학 때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니 육아하느라 일하느라 힘들었던 날을 잠시 잊을 수 있었고, 다음 해에 또 여행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희망이 생겼다. 그렇게 매년 한 번씩 여행을 다니는 루틴을 만드니까 오히려 평소에는 바쁜 루틴을 보내도 버티는 힘이 생겼다.


하루는 내 인생의 롤모델인 혼공 허준석 선생님과 교재 검토 작업하느라 주말에 만났다. 아침 7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오후 5시까지 중간에 거의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나는 2시간 정도 쉬지 않고 일하면 10분은 꼭 쉬어야 하는데 일 체력 리듬이 달라서 적응이 잘 안 됐다. 어떻게 그렇게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느냐 물었더니 이번 교재 작업이 끝나면 3일간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힘이 난다고 했다. 그렇다. 비결은 이 힘든 과정 후에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명하게 그렇게 자신의 루틴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더 바쁜 루틴을 지켜내는 힘이었다.


학교에서는 영어교사이자 그리고 다양한 교재를 쓰고 강의를 찍는 EBS 강사 정승익 선생님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쉬는 법이 없다. 실제 1년 동안 학교, 집, 촬영장을 제외하고 따로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 와중에 힘든 하루 루틴을 보내고 와서 늦은 밤 다음 날 가족들 먹을 김밥을 싸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아주 가끔은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갑자기 가족과 여행을 훌쩍 떠나거나 나들이 가거나 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평소 루틴을 갑자기 깨서 오히려 계속 유지하던 루틴을 이어가는 힘을 얻는 것이다. 때로는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면서 자신에게 보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생각이 많을 때는 2만 보씩 걸으며 생각 정리도 하고, 평소 잘 먹지 않던 좋아하는 간식을 사서 먹기도 한다. 일 루틴을 위해, 건강 루틴을 위해 하지 않던 행동을 갑자기 하는 게 오히려 루틴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깨달은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간혹 수험생들을 보면 휴식 시간 없이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계획은 독이 되어 돌아온다. 하루에 10시간 공부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쉬지 않고 공부하다가 지쳐서 3시간 만에 그만두게 되는 경우와 10분 휴식 시간을 포함해서 10시간 공부를 채운 경우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중간에 쉬더라도 끝까지 계획을 이룬 게 더 낫다.


높은 산에 오를 때 우리는 꼭 중간에 휴식 포인트를 둔다. 그 누구도 쉬지 않고 산을 오르려 하면 절대 오를 수 없다. 우리 인생에서 모든 건 이 원리를 따른다. 특히 공부를 꾸준히 하고 싶은 경우라면 더욱 휴식 루틴을 적절히 배치하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휴식 시간은 공부하는 시간보다는 적어야 할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를 막기 위함이니 기억하길 바란다.


끝으로, 휴식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자 유명한 사상가들의 말을 남겨본다.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기분 나쁠 때 조급해하지 말일이다. 나쁠 때 흠뻑 쉬어 놓으면 좋을 때 한층 더 좋아지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도 “휴식은 지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관리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데일 카네기도 “휴식은 곧 회복이다. 짧은 시간의 휴식일지라도 회복시키는 힘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이니 단 5분 동안이라도 휴식으로 피로를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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