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무엇(what)을 루틴화 할 수 있는가?
나무에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는 필수다. 가지치기는 균형 잡힌 성장과 더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 보통 과일나무에 많이 한다. 나무의 가지가 아무리 무성해도 그중엔 약하거나 병들어 죽은 가지도 있다. 이런 가지들을 잘라내야 나무가 병드는 걸 막을 수 있다. 이것은 나무 전체가 균형 있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햇빛이 잘 들면 열매에 영양이 집중될 수 있고,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어서 건강한 나무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만일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많은 열매를 맺지만, 쓸모없는 가지가 많이 생긴다. 나무는 위로 크지만, 가지는 서로 엉켜서 서로 상처를 많이 줄 수도 있다. 게다가 햇빛을 받지 못해 높은 곳에 달린 과일의 품질은 떨어진다. 나무 가지치기의 과정을 우리 삶의 루틴에 가져와 보면 왜 루틴을 가지치기해야 하는지 판단될 것이다.
수험생으로서 삶의 루틴은 공부를 지속하기 위한 루틴이라고 볼 수 있다. 나뭇가지에는 튼튼한 가지도 있고, 썩은 가지도 있는 것처럼 수험생의 루틴에도 건강한 루틴과 해로운 루틴이 섞여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루틴을 포함하여 적절한 운동과 휴식, 감정 컨트롤 등 앞에 꼭지에서 말한 좋은 루틴은 건강한 루틴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밤늦게까지 영상을 시청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루틴, 밤낮이 바뀌어 바이오 리듬이 깨진 루틴, 식사를 거르는 루틴 등 분명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루틴이 형성되고 있을 것이다. 과일나무도 의도적으로 썩은 가지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저절로 생겨나기에 가지치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공부에 해가 되는 루틴을 찾아서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흥미로운 건 아무리 루틴을 잘 만들어서 품질 좋은 열매를 따내도 그 열매가 시간이 지나면 썩을 수 있다. 그리고 만일 한 상자 안에 같이 담겨 있다면, 썩은 열매에 의해 다른 정상적인 열매도 같이 썩게 된다. 우리의 루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건강하게 잘 형성된 루틴이라도 해로운 루틴이 생기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열매를 담는 상자의 크기가 정해진 것처럼, 우리가 사는 삶도 유한하기에 그렇다. 만일 좋은 루틴이 안 좋은 루틴에 영향을 받는 것을 하루만 확인해도 금방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공부 루틴이 잘 잡힌 수험생도 갑자기 게임에 중독되어 매일 밤샌다고 해보자. 그러면 다음 날 아침에 늦잠을 잘 것이고, 학교에 늦을까 건강한 아침 식사도 놓칠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게 된다. 낮 동안 잠을 자니까 수업 내용도 놓치게 되고, 점점 공부해야 할 양이 늘어난다. 저녁부터 밀린 공부를 하려니 너무 할 게 많아져서 부담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다시 쾌락을 주는 게임을 하는데 낮잠을 자서 새벽까지 안 졸리니까 게임을 계속한다.
평소 잘 잡힌 공부 루틴에 게임 중독이라는 루틴이 들어와서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공부를 포기하는 수험생 중에는 이렇게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앞에서 말한 대로 안 좋은 루틴이 계속 반복되니까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 루틴 중에 해가 되는 루틴이 있는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감시해야 한다. 만일 초기 증상이 보인다면 지체하지 않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분석 없이 해로운 루틴을 없애려고 하면 잘 안 된다. 대부분 사람은 그 방법을 잘 모르기에 지금부터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미국 최고의 습관 설계 전문가이자 행동 과학자인 스탠퍼드대학교 행동설계 연구소장 브라이언 제프리 포그는 《습관의 디테일》이라는 책을 통해서 습관 생성 원리를 체계적으로 밝혔다. 특히 포그 행동 모형을 제시하며 행동이 일어나려면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B=MAP’이라는 공식은 ‘Behavior(행동)=Motivation(동기)*Ability(능력)*Prompt(자극)’으로 행동은 동기, 능력, 자극 요소에 따라 생긴다고 했다. x축에는 능력 요소를, y축에는 동기 요소를 두고, 반비례 그래프를 그렸고, 반비례 그래프 선 아래와 위에 모두 자극 요소를 두었다. 다음 그래프를 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것이다.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자극을 받을 때, 동기가 강할수록 그리고 하기 쉬운 능력을 갖출수록 성공 영역으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상 정리’라는 자극이 생겼다고 해보자. (누군가 책상 정리를 하라고 말한 것이다.) 그때 자신도 책상이 더러우니 치워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면, 충분한 책상 정리 동기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짐이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도저히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면, 하기 어려운 상태라서 능력 요소가 약해진다.
이렇게 자극과 동기가 분명해도 능력적인 측면이 무너지면 책상을 정리하는 행동을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책상 위에 짐이 많지 않다면 하기 쉬운 일이니까 행동이 나타난다. 책상 정리라는 자극이 성공 영역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면, 행동이 계속되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이 원리를 활용하여 안 좋은 루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보자. 만일 게임 중독이라면, 쉽게 바꿀 수 없는 건 ‘게임 동기’ 일 것이다. 하지만 자극과 능력 요소를 줄이거나 제거한다면 게임을 하는 행동을 줄이거나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보통 게임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서 쉽게 게임 자극을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의지가 강해서 게임을 같이 하는 친구에게 더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지 말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주변에서 게임 이야기를 하거나 하면 자극되어 이 자극은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능력이라는 부분을 제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볼 수 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장비를 멀리 치워두거나 혹은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잠시 없애는 것이다. (물론 게임 중독이 심하면 PC방에 가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능력 요소가 사라지게 되어 게임을 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이런 예를 기반으로 하여 게임 중독 외에도 혹시 야식을 먹는다거나 다른 좋지 않은 루틴을 확인한다면 제거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습관의 디테일》 책에서는 바로 습관을 제거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안 좋은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또 안내했다. 습관을 만드는 7단계 행동 설계를 통해 그 방법을 알아보자.
1단계는 열망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 변화하고 싶다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그리라는 말이다.
2단계는 행동 선택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 할 수 있는 행동은 생각보다 많으니 목록을 작성하라는 말이다.
3단계는 자신에게 적합한 구체적인 행동을 찾는 것이다.
- 실천 영역에 들어가는 행동을 찾으라는 말이다.
4단계는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 좋은 습관과 짝을 이룰 일상의 자극이 무엇인지 찾으란 말이다.
5단계는 아주 작게 시작하는 것이다.
- 작을수록 쉽고 재밌기에 행동을 쪼개고 나누라는 말이다.
6단계는 성공을 축하하는 것이다.
과도해도 좋으니 축하를 통해 습관의 영양분을 만들라는 말이다.
7단계는 반복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작은 습관을 반복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이렇게 7단계를 통해 나쁜 습관을 대체할 만한 좋은 루틴을 우선 만들어 본다. 그리고 서서히 안 좋은 루틴의 요소를 제거하거나 줄인다. 나중에는 잘 형성된 좋은 루틴이 안 좋은 루틴을 대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루라는 시간은 유한하기에 무한으로 루틴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안 좋은 루틴을 제거한 자리에 좋은 루틴으로 채우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루틴 관리를 정원 관리에 비유해보면, 썩은 나무를 제거한 장소에 좋은 나무를 심어서 잘 관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잘 가꾸어진 정원이라도 한동안 관리를 하지 않으면 나무는 시들고 황폐해진다. 물도 주고, 썩은 나뭇가지는 잘라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예쁜 정원으로 가꿀 수 있다.
우리의 뇌는 효율성을 추구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이미 우리 삶에 루틴으로 자리 잡으면 에너지 소모가 적어서 별로 신경을 안 쓰게 되는데, 만일 그게 안 좋은 루틴이라면 우리 삶을 갉아먹을 것이다. 게다가 영상 시청과 같은 쾌락과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을 나오게 하는 행동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다.
루틴을 철저하게 관리하며 하루를 세 번으로 나눠서 사는 나조차도 가끔은 피곤해서 유튜브 영상을 볼 때가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도파민 호르몬에 취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을 보게 된다. 이런 강력한 유혹을 가진 행동은 우리를 더욱 빠르게 중독으로 이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한 두 번 좋은 루틴이 깨지면서 점점 우리의 루틴은 무너질 것이고, 나중에 다시 돌아오려면 시간적 제약이든 심리적 부담이든 다양한 어려움(능력 요인)을 느끼게 되어 좋은 행동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하루하루 자신의 루틴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루틴을 꼭 만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