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무엇(what)을 루틴화 할 수 있는가?
《1등급 공부법》 책에서 시간 관리 끝판왕이라는 꼭지를 통해 ‘루틴 활용하기’가 최고 단계인 6단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는 건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냐면 우리는 자투리 시간은 적은 양이라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간을 모아 보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 만일 자투리 시간을 하나씩 루틴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습관 형성을 설명하는 모든 책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내용은 ‘작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학생은 제대로 각을 잡아야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공부할 양도 어마어마하다. 각 잡는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시작해서 조금이라고 할 수 있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면 훨씬 더 공부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 습관이 제대로 잡힌 수험생의 경우에는 이런 자투리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등교 후 1교시 시작 전까지 남아있는 시간, 쉬는 시간, 점심 및 저녁 식사 시간, 야간 자율학습 중간에 쉬는 시간 등 짧지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런 학생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단한 걸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대별로 자신이 정한 과목이나 내용을 규칙적으로 매일 루틴화를 해서 공부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4장. 루틴 완성으로 입시에 성공한 멘토들>에서 다양한 사례를 자세히 다루겠지만, 조금만 미리 맛보기로 사례를 공유해보겠다. 우선 자투리 시간은 정말 긴 시간이 아닌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만 잘 활용하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공부가 많다. 차근차근 시간 단위로 나눠서 사례를 살펴보자.
《메타인지 학습법》의 저자 리사 손 교수는 영어 어휘를 학습할 때 한꺼번에 많이 외우는 것보다는 시간을 잘게 나눠서 자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 말했다. 우선 1~2분 정도의 매우 적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공부가 있다. 바로 영어 단어와 한자 공부다. 만일 하루에 영어 단어 10개를 외운다고 할 때, 1~2분 동안에 한번 쓱 살펴보고, 두 번째 쉬는 시간에는 뜻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위주로 다시 집중해서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투리 시간을 1~2분씩 세 번 혹은 네 번만 활용해도 충분히 영어 단어 10개를 외울 수 있다. 하루에 10개씩 30일 한 달을 실천하면 300개를 외울 수 있고, 1년 동안 매일 한다면 10개 곱하기 365일 해서 3650개를 외울 수 있다. 영어 교육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에서 요구하는 단어 수가 3500개인 걸 감안할 때 이미 그 수를 넘어서기에 1년이면 충분히 어휘 학습을 끝낼 수 있다.
한자도 1~2분 동안 한 글자만 외우더라도 하루에 여러 개 한자를 익힐 수 있다. 하루에 만일 쉬는 시간을 모두 활용하여 5개의 한자를 외운다고 하면 5개 곱하기 365일 해서 1825개를 외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고등학교에서 필수로 다루는 한자의 수는 1800자인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
친한 친척네 놀러 가면 조카들이 잘 놀다가도 어느 시간이 되면 “잠깐 5분만” 이렇게 말하고 사라졌다가 돌아오곤 했다. 처음에는 급한 일이 있는가 싶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놀러 갈 때마다 자주 그렇게 5분씩 사라지길래 뭐 하려고 사라지나 궁금했다.
한 번은 방에 따라갔더니 한자를 공부하고 있었다. 책을 제목을 살펴보니 한자 2급 자격시험 문제집이었다. 그때 조카들이 중학생이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매일 한자 1개씩 공부하는 루틴이 있어서 그렇게 수준 높은 한자를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6년 그리고 중학교 3년을 더해보면 9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자를 공부한 것이다. 1개씩 365일 곱하기 9년이니까 3285자를 외울 수 있었으리라 본다.
하루 이틀만 봤을 때는 자투리 시간 루틴이 큰 영향이 없어 보이지만,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모아서 놓고 보면 1년 후에는 그 양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다가 1년이 3년, 5년, 10년 이렇게 계속 이어진다면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분명 시간이 흘러 큰 자산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 두 조카는 고등학교 때까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루틴을 유지했고, 모두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만일 고작 1~2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다면 조금 전에 소개한 사례를 곱씹어보길 바란다. 그런데 만일 5분씩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학교에서 자투리 시간을 매우 잘 활용하는 수험생들을 보면 쉬는 시간 5분 동안 정말 딱 한 가지만 하려고 한다. 수학 문제 푸는 감을 잃지 않으려고 5분 이내에 풀 수 있는 쉬운 문제만 골라서 푸는 학생을 봤다. 혹은 수능 영어 독해 지문 한 개만 읽으며 문제를 풀기도 했다.
5분이라는 시간은 시험을 볼 때는 최소한 한 문제 이상 풀 수 있는 시간이기에 전략적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다. 자신이 부족한 과목의 경우 이렇게 5분씩 6번 쉬는 시간에 계속 이어서 공부하면 따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일 모의고사 1회분을 모두 풀려고 마음먹었다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포인트는 딱 한 가지만 몰두해서 짧더라도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 했다는 점이다.
자투리 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치 전기나 물이 쓸데없이 줄줄 새는 시간 활용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부분 학생은 아침에 등교해서 1교시 전까지 시간이나 점심, 저녁 식사 시간은 10분 이상의 시간이 있는데 많이 버린다. 반면 자투리 시간 활용 루틴이 잡힌 학생들은 이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금까지 1~2분, 5분 활용 사례를 간단히 설명했는데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10분 이상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상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10분이 넘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한 다른 학생들 사례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내가 중학교 때 겪었던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나는 학창 시절 비평준화 지역에 살고 있어서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의 기준이 되는 학력고사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도 필수 과목인 한국사 과목에 취약해서 어떻게 이 과목 공부를 극복할까 했는데, 마침 담임 선생님께서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공부에 성공할 것이라는 말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아침 자습 시간마다 한국사 공부를 시작했다.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수업 시간에 배우면서 정리한 노트 내용을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복습하는 것이었다. 따로 문제집을 풀거나 하지도 않았다. 계속 내용이 기억날 때까지 노트에 있는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1학기를 보내면서 따로 한국사 공부는 하지 않았는데 시험에서 항상 만점 가깝게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되어서는 필수는 아니었지만, 한국사 전체 내용으로 100문항을 직접 출제해보는 숙제가 있었다. 조선 전기 이전까지는 2학년 때 배운 내용이라서 지식이 조금 부족했지만, 한 학기 동안 갈고닦은 한국사 공부 루틴 덕분에 여름방학 동안 나머지 책 내용의 핵심을 정리했고, 매일 4문항씩 25일 동안 루틴을 지켜가며 100문항을 출제할 수 있었다. 만일 이때도 한꺼번에 하려고 했으면 과연 이 미션을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실제로도 한국사 전체 분량을 25일로 나누었다. 그리고 하루에도 몰아서 하려고 하지 않고, 평소 루틴처럼 아침에 30분, 오후에 30분 이렇게 두 번에 걸쳐서 나눠서 작업했다. 아침에는 책 핵심 내용을 정리하며 기출문제를 분석했고, 오후에는 실제 기출문제와 비슷한 문항을 만들었다. 평소 루틴보다 시간이 확보되어 더 수월했지만, 자투리 시간 루틴 덕분에 여름 방학 때도 루틴을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 아직도 이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유는 역사 선생님께서 문제를 보고 칭찬을 많이 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중학교 시절에 집중해서 공부했던 부분의 내용은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기억에 남아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기에 별거 아닌 것 같았던 자투리 시간 공부법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었기에 강조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자투리 시간 활용이 얼마나 우리 삶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지 모르거나 혹은 알더라도 그 짧은 시간을 가벼이 여기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책을 읽게 되었다면, 이제부터는 자투리 시간 활용 루틴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해봤으면 좋겠다. 꼭 그게 공부가 아니어도 좋다.
지금의 나는 쉴 틈이 생기면 책의 한 꼭지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혹은 아침 시간에는 하루 일정을 계획하는 시간으로 쓰려고 한다. 저녁에 잠들기 전 5~10분은 아내와 일일 가계부를 같이 쓰는 시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간단한 일을 끝내 놓으면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간섭 없이 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업무 효율성도 덩달아 올라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