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한경쟁의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올라서려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경쟁의 상황에 자주 놓인다. 어린 학생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상위권에 들려면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과 같은 비인지 능력을 기르기 위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선행학습을 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이렇게 초등학교 때부터 미리 공부와 입시를 준비한 학생들이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나름 효과를 본다. 일명 우리가 말하는 공부 우등생으로 자리를 잡는다. 사실 중학교 때까지는 깊게 이해하지 않고 공부할 때 암기만 잘해도 어느 정도 성적이 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상황이 다르다.
중학교 때 아무리 공부를 잘하던 학생도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무조건 공부 우등생이 되라는 법은 없다. 학생들이 여러 중학교에서 모였기에 나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수와 범위, 그리고 공부량이 갑자기 늘어나서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여러 마리 토끼를 잡기가 어렵다.
10년 넘게 교사로 근무하면서 중학교 때 일명 엄친아로 불리던 학생도 고등학교에 와서는 공부를 포기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중학교 때 반에서 1등 경험이 있어도 고등학교에 와서는 자신이 1등이 되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특목고의 경우에는 경쟁이 더 치열해서 중학교 때 1등급이 고등학교 때는 9등급이 될 수도 있다.
평생 한 번도 받지 못한 성적을 받게 되면,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다시 재기를 꿈꾸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엔 무리가 있다. 노력은 하지만 성적은 잘 나오지 않으니 점점 공부하기가 싫어진다. 자연스럽게 공부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공부 포기자의 길에 들어선다. 그렇게 중학교 때 잘했던 공부도 이제는 잘하지 못하니 ‘공부 우등생’에서 ‘공부 포기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학생이 고작 한두 명이었다면, 나도 그렇게까지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5등급이 딱 중간인데 특목고에 진학했다면, 절반 이상은 이미 5등급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점점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고, 공부 포기자 혹은 낙오자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으며 살아간다.
사실 20년 전 내가 경험했기에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졸업할 때 600명이 넘는 중학교 전교생 중 All ‘수’ 등급을 받은 학생은 10명이 안 되었다. 나는 그 10명 중 한 명이었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받은 성적은 처참하고 비참했다. 앞에서 세던 등수를 뒤에서 세야 하는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극복해보려고 아무리 노력했지만, 이미 나와 다른 능력을 장착한 친구들을 이기기에는 무리였다.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교사가 되어서 왜 그런 차이가 벌어졌을까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선행학습의 차이가 격차를 만든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 입시에 성공한 우등생들을 인터뷰하며 알게 된 몇몇 사례를 보면서 선행학습만이 그 이유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진짜 이유는 다름 아닌 문해력의 차이였다. 아무리 선행학습이 되어 있지 않았어도, 문해력이 있는 학생들은 금방 따라잡았다. 왜냐하면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문해력’이라는 무기가 있는 학생은 남들보다 빠르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문해력이라는 무기를 장착할 수 있었을까? 정답은 매우 간단하다. 어린 시절 독서 경험 혹은 조금 늦더라도 중학교 때 집중 독서 경험이 있어서 독서 임계량을 넘어선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늦게 배운 내용도 빠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비록 조금 늦게 출발했더라도, 3년이라는 주어진 시간 내에 자신이 소화해야 할 분량을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물론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면서 더 시간을 줄이고, 공부 루틴을 통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해력’이라는 무기가 있었기에 더 빠르게 공부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문해력’을 컴퓨터 사양에 비유해보자. 문해력이 좋은 학생은 컴퓨터 사양이 높고, 문해력이 낮은 학생은 컴퓨터 사양이 낮은 것과 같다. 중앙처리장치든 메모리 용량이든 사양이 높으면 처리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문해력도 마찬가지다. 문해력이 좋을수록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 처리 속도가 빠르다.
다시 예를 들어, 촬영한 영상을 사양이 높은 컴퓨터에서 편집할 때와 사양이 낮은 컴퓨터에서 편집할 때를 비교해보자. 아무리 같은 영상이라도 컴퓨터 사양에 따라 편집이 종료되는 시점은 다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문해력이 높을수록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문해력이 낮을수록 배우는 속도가 느릴 것이다.
아무리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같은 출발선에서 달리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문해력의 차이에 따라 공부 속도는 달라질 것이다. 마라톤에서 달려야 하는 거리가 정해져 있고 선수마다 기록이 다른 것처럼, 공부도 정해진 분량을 소화하는 시간이 학생마다 다를 것이다. 물론 느린 만큼 시간을 더 들여서 하면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는 있겠지만, 분명한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다.
아무리 《공부하느라 수고했어, 오늘도》를 통해 진로를 설정하고, 《1등급 공부법》을 통해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찾고, 《루틴 공부법》을 통해 공부 습관과 루틴을 형성해도 ‘문해력’을 장착하지 않는다면 분명 한계를 느낄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미리 문해력을 기르는 방법을 알고 실천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문해력의 초석은 바로 독서라는 건 누구나 알 것이다. 따라서 우선 독서와 문해력 그리고 공부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보고, 문해력에 도움이 되는 독서법과 독서 습관 형성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안내할 것이다. 차근차근 내용을 읽어보면서 어떻게 하면 문해력을 기를 수 있을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저자 신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