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공부 감정’ 관리가 곧 올바른 ‘공부 전략

공부 잘하는 아이는 공부 감정이 우선이다

by 신영환

교사로 근무하면서 공부 잘하는 우등생들도 거의 다 공부 슬럼프를 겪는 모습을 자주 봤다. 일부는 공부 방법이 잘못되어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지만, 대부분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마치 체력이 부족하거나 건강상에 이상이 생겨서 문제가 생긴 것처럼 정신 건강이 무너진 결과였다.


신기하게도 이 정신 건강에 적신호를 주는 요인은 다양했다.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수면 부족, 교우 관계, 부모와의 관계, 공부를 대하는 태도, 시험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 입시 목표 등 여러 요인 중 하나만이라도 발동하면 심하게 요동치는 감정을 만들었다. 그것이 결국에는 그 학생이 공부를 계속하게 할지 말지를 결정짓도록 했다. 일명 공부 포기자가 생겨난 것이다.


분명 제법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이었는데 왜 갑자기 그렇게 무너졌을까? 도움을 주고 싶어서 불러서 상담을 진행해보면, 공부 포기까지 간 경우에는 한순간에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었다. 모든 게 그렇듯 전조 증상이 있었고, 고름이 곪아서 결국 터진 결과였다. 깊게 대화해보면 수험생에게 전부인 공부에 대한 감정이 오랜 시간 동안 골이 깊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수십 명의 우등생과의 인터뷰와 학교에서 10년 넘게 수백 명의 학생과 상담하면서 내린 결론이 있다. “공부 감정이 건강할수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어려운 10대의 입시 관문을 통과할 수 있구나!” 나는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감정을 ‘공부 감정’이라고 부르기로 했고 자세히 연구했다.


공부 감정이 건강한 아이들은 무엇보다 비인지 능력이 매우 우수했다. 비인지 능력이 기본적으로 잘 받쳐주니까 자연스럽게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비인지 능력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기에 그들의 어린 시절이 궁금했다. 놀랍게도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유대 관계를 잘 형성할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건강했다. 그리고 부모가 어떤 상황에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배우며 아이의 성격이 형성되었다.


특히 부모가 공부를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성향도 달라졌고, 공부 감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순수하게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기보다 시험 점수나 결과에 연연하는 경우 아이들도 공부를 그렇게 대했다. 안타깝게도 그런 아이들은 결국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공부를 포기했다. 반면 공부하면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한 아이들은 끝없이 성장했고, 궁극적으로는 입시 결과도 좋았다.


그 아이들은 과연 어떤 공부 감정을 가졌길래 그럴 수 있을까 확인해봤다. 정말 많은 요소가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10가지 핵심 공부 감정을 안내하기로 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누구보다 자신을 믿는 감정

- 자기 효능감(자존감)과 회복탄력성


2. 냉철하고 객관적인 눈을 가진 감정

- 자기 객관화와 메타인지(자기감정 체크)


3. 절대 포기를 모르는 감정

- 그릿(끈기)과 스트레스 저항력


4. 좋아하는 것에 빠져드는 감정

- 열정과 몰입


5. 자기가 해낼 수 있다는 감정

- 자기 주도성(자율성)과 긍정 마인드


6. 행동으로 실천하는 감정

- 목적의식(계획 실행력)과 성취동기


7.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감정

- 소통(대인관계)과 친밀감


8. 갈등을 조정하는 감정

- 리더십(사회성)과 신뢰감(용서)


9. 유연하게 대처하는 감정

- 유연성(열린 마음, 배우려는 자세)과, 창의력


10. 윤리적 태도를 보여주는 감정

- DQ(윤리의식)와 정의로움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인지 능력이 아니라, 말 그대로 비인지 능력을 고루 잘 갖춘 아이들이 공부 감정이 건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상황 발생 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아는 것과 직접 삶에서 실천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공부 감정의 각 요소의 특징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왜 실천할 필요가 있는지 그 이유를 찾도록 이 책은 앞으로 친절하게 안내할 것이다.


다만 우리 아이가 공부 잘하는 그런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면, 혹은 공부 감정이 건강한 아이로 크길 바란다면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공부 감정은 어린 시절부터 길러야 할 정서적 부분이기에 부모가 먼저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그대로 자라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가 효율적인 공부 방법에 초점을 맞춰서 자꾸만 좋은 성적이 나오길 희망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공부 감정을 잘 길러준다면, 공부 방법은 다음 문제가 된다.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않고 공부할 마음을 가진 아이에겐 공부 방법은 단지 수단과 방법일 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부 방법은 잘 알고 있는데, 공부 코어에 해당하는 공부 감정이 불안한 아이들은 언젠가 구멍을 보일 것이다. 축구선수가 아무리 다양한 드리블 기술을 익히고 있어도, 기초 체력이 부족하거나 경기를 운영하는 멘탈이 약하다면 절대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빈 수레만 요란한 아이로 키울 것인지, 아니면 공부 코어가 단단한 내공이 강한 아이를 키울 것인지 먼저 고민해보길 바란다. ‘공부 감정’ 관리가 곧 올바른 ‘공부 전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에 우리 아이가 큰 날개를 단 것처럼 훨훨 날아갈 날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면 지금부터 건강한 공부 감정을 어떻게 기를지 살펴보는 여정을 떠나도록 하겠다.


저자 신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