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주제: 작품 속 내가 사귀고 싶은 대상
스무살 때, 첫 소개팅을 했다. 상대는 ‘있는 집 아들’이었다. 학생 용돈으로 먹기엔 비싼 초밥, 중식 요리 등도 매번 사먹었고 거한 선물을 받기도 했다. 돌려보냈더니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며 기어이 집앞에 두고 갔다. 다음 만남때 민들레영토에서 밥을 먹었는데, 내가 계산을 한다하니 그 남자는 피식 웃었다. “여기 되게 비싸”
뭐지? 그러고보니 첫만남부터 지금까지 그얘는 내가 사면 ‘더 가진 내가 낼게’라는 식이었다. 내가 그렇게 없어보였나? 왜 무시하냐고 말하자니 자격지심같고 되게 웃겨보이겠다싶어서 말을 안했다.
<위대한 캣츠비>에 나오는 ‘선’이었다면 어땠을까? 결혼정보회사의 주선으로 만났고, 첫만남에 울고불고해도 캣츠비의 찌질한 고백을 받고 남부럽지 않은 연애를 하자고 했지만 결국 캣츠비는 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갔다. 선은 결혼정보회사에 찾아갔다. 그녀는 여전히 집안, 직업, 학벌 모두 C등급이다. 먼저 “C죠?”라고 말하자 직원이 당황한다. 결혼정보회사에서 C는 굽신대며 더 좋은 등급의 사람을 구해달라 할법한데 그녀는 숙이지 않았다. 되려 당당히 “여자 없는 남자로 소개해 달라”고 요구한다.
‘선’은 곁에 두고, 마주하면서 밤새 이야길 나누고 싶은 캐릭터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솔직하고 당당한 이는 선이 유일했다. 주는것만큼 받고싶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는게 사람인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옛 여자친구를 찾아가고, 먼저 ‘일주일 뒤에 만나자’고 제안한다.
뭐가 이리 당당할까? 그 답은 간단했다. “온전히 상대를 사랑하고 최선을 다한 것” 사회에서 보기에 선은 C급이지만, 그녀의 태도는 A급이었다. 남이 정한 등급이 뭐가 중요하냐, 사람은 자기한테 부족한 걸 크게 본다는데 나를 급으로 매기는 사람은 본인이 낮은 사람이겠거니 여기기로 했다.
“우리 엄마가 반월당 근처 주상복합에 사무실이 있는데 거기 다음주에 세입자 나간다고 청소한대. 너도 같이 갈래?” 어깨를 으쓱거리는게 참 꼴같잖았다. 껄끄럽게 밥을 먹다가 집 이야기가 나왔다. 울산 사람들은 거의 현대직원이라던데 맞냐길래 그렇다니 “아, 밖에서 일하시느라 힘드시겠다”고 한다. 의도가 굉장히 뻔한 질문이었다. 나도 네 수준에 맞게 말해줘야겠구나. “우리 아버지는 사무실에 계셔. 늘 칼퇴근하고 주말에도 쉬셔. 회사에서 학자금이 나오는 덕에 자취도 하고 돈 걱정은 크게 안해” 상대는 좀 놀란것같았다. 그러면서 본인 ‘급’에 맞다고 생각했는지 태도와 말이 대번에 달라진다. 다음엔 본인이 차를 가져올테니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자는둥, 부모님이 랍스터를 먹으러 가자던데 너를 데려오라고 했단다. 대충 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정식으로 사귀자는 연락이 왔다. “우리 되게 잘 맞는 거 같아” 가뿐히 무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몇 번 더 문자가 왔다. 뭐라고 보낼까? 정확한 기억은 안나지만 이렇게 보냈던 거 같다.
<나는 너랑 급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