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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매직

연애편

by 은주리

20대 때 연애를 참 많이 했다.

돌이켜보면 연애였나싶은 자잘한 만남들이 많았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식 연애.(90년대 신문기사에 나온 것 같은 문구네.)


그러다 한 친구를 너무너무 좋아했고 너무너무라는 말이 턱없이 부족할 만큼 너무너무너무너무 헤어지기 싫었다.

사람이 많이 울면 눈이 그렇게까지 붓는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그 뒤로도 많은 연애를 했지만 그 친구만큼 간절한 사람은 없었다.

그저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었을까?


얼마전 유투브에서 사람은 각자 고유의 주파수를 내뿜는다는 영상을 보았다.

그 때 ‘아! 나는 안되는거였구나!’ 하고 명치를 탁 쳤다.

한 사람의 시간이 쌓여 자신만의 주파수가 생기는데 나의 주파수는 그와 너무도 달랐던 것이다.


나의 유년기는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으로 불안이라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청소년기에는 IMF와 함께 사라진 화목의 빈자리에 공허함을 껴안고 살았다.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면서 그 공허함을 연애로 채우고싶었지만 목적이 있는 관계는 금방 무너지고 말았다.


반면 그는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했지만 금방 아버지의 사업 성공으로 금전적 안정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부모님의 사이도 좋아 나와 만나던 때도 두분이 손잡고 다니시던 기억이 있다.

나는 따뜻한 가정에서 화목하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만 살아온 그와 서로 다른 주파수를 내뿜고 있었고 둘이 서로의 주파수를 찾아낸 것이 신기한 일이었다.


이후로 길게 만났던 친구들은 모두 나와 같은 주파수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나를 만나기 전 어느 시점에 불안이나 공허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 빈자리는 겪어본 우리만 매울 수 있었다.

간절함이나 악착같음이 없는 남자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스쳐갈 뿐이었다.


내 라디오는 항상 107.7MHz 이라 89.1MHz 방송을 들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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