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전야, 1990

이 영화 왜 좋은가

by 나썽


파업전야, 1990

감독 : 장동홍, 이은, 이재구, 장윤현

장르 : 노동, 리얼리즘

별점 : 4.0

한줄평 : 이 분들 덕분에 6시에 퇴근하는 거다.



런던베이글 뮤지엄의 비극과우리가 잊은 영화 한 편

2025년 1월, 런던베이글 뮤지엄에서 일하던 한 근로자가 사망했다. 주 80시간 노동.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을 일하다 쓰러진 것이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금방 식었다. 또 다른 어딘가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봐야 할 영화가 있다. 1990년 개봉한 <파업전야>다.



파업전야의 줄거리

<파업전야>는 동성금속 단조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다. 공장의 노동자들은 기계처럼 취급당한다. 긴 노동시간, 열악한 작업환경,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임금. 노동자들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려 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을 이간질시켰다. 회사 편에 선 노동자와 노조를 원하는 노동자로 나뉘며 동료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진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피투성이가 된 동료들을 보며 회사 편에 섰던 노동자들은 각성한다.



상영과 관람 자체가 투쟁

<파업전야>는 개봉 직후 노태우 정부의 표적이 됐다. 정부는 이 영화가 파업을 선동한다며 상영을 막으려 했고, 제작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상영 중인 영사기와 필름을 빼앗아갔다. 경찰 1800여 명과 헬리콥터까지 동원됐고, 백골단과 전투경찰이 최루탄을 쏘면서 상영을 방해했다. 하지만 탄압은 역효과를 냈다. 대학가에서는 불법이나마 학생들을 중심으로 몰래 상영했고, 최소 15만 명에서 최대 30만 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이는 독립영화로서는 굉장한 수준이었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 개런티 없이 제작에 참여했고, 수익이 들어오자 배역과 경력 구분 없이 모두 20만 원씩 지급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연대였다.



죽은자가 산자를 구한다

1970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했을 때, 하루 14시간 노동은 일상이었다. 1980년대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서고, 곤봉에 맞고, 최루탄을 마시며 싸웠다. 1990년 <파업전야> 속 노동자들처럼, 수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냈다. 지금 우리는 주 52시간 근무제 아래에서 6시에 퇴근하고 주말에 쉰다. 누군가 싸워서 쟁취한 피의 댓가를 우리가 누리는 것이다. 우리는 빚지고 있다. 그 빚은 감사함으로, 또 다음 세대를 위한 행동으로 갚아야 한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지금 어딘가에서 과로에 시달리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사태가 분노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 이 분노를 기억으로, 기억을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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