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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즐기는 게임 vs. 막혀버린 게임

요즘 게임에 손이 안가는 이유

by Han

게임을 만들다 보면 늘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플레이어는 언제 자유를 느끼고, 언제 막혔다고 느낄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게임의 기본은 간단하다.

한 번 패키지를 사거나, 정액제를 결제하면 게임은 마음껏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추가 결제는 어디까지나 편의성이나 특별한 경험을 더하는 장치일 뿐, 진행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요즘 게임들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단순히 “돈 쓰면 강해지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돈을 쓰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진행할 수조차 없는 ‘Pay to Play’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기다림, 원신의 예시

물론 모든 게임이 그런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원신 같은 게임을 보자.
업데이트가 나오면 플레이어는 새 콘텐츠를 즐기고, 다 끝내면 남은 시간 동안은 자유롭게 탐험을 하거나, 이벤트를 즐기거나, 파밍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기다림이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새로 나온 건 다 즐겼으니, 다음 걸 기다려야지.”

이건 막힘이 아니라 완료감이다.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게임을 소비했다고 느끼고, 그 과정에서 억지로 막힌 경험을 하지 않는다.


인위적인 벽 앞에서

하지만 많은 게임은 다르다.

이미 콘텐츠는 공개되어 있는데, 밸런스라는 이름의 인위적인 장벽이 가로막는다.


무과금으로도 “시간을 들이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면?
플레이어는 곧장 이렇게 느낀다.
“이건 사실상 막힌 거나 다름없다.”


결국 그 순간부터 게임은 자유로운 경험이 아니라 차단된 경험으로 바뀐다.
이 차이는 크다. 한쪽은 플레이어에게 성취감을 주고, 다른 쪽은 피로와 좌절감을 안긴다.


업데이트 속도와 난이도의 곡선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
우선 많은 사람들이 업데이트 속도를 이야기한다.

- 업데이트가 빠르면 플레이어는 끝까지 가기도 전에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해 항상 압박을 느낀다.

- 업데이트가 느리면 끝까지 즐기고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중간에 과도한 벽이 있으면 오히려 더 답답하다.


즉,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난이도의 곡선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가 핵심이다.

- 난이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면 플레이어는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재미를 느낀다.

- 하지만 갑자기 거대한 벽이 나타나면, 그건 도전이 아니라 제약처럼 느껴진다.

- 다양한 콘텐츠가 길게 분포되어 있다면 장벽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만, 단조로운 반복이라면 작은 장벽조차 크게 다가온다.


자유와 차단의 경계

결국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는 단순히 과금 유무가 아니다.
다음 네 가지가 어떻게 맞물려 설계되느냐에 달려 있다.

- 결제 요구도 – 돈 없이는 정말 불가능한가, 아니면 편의만 바뀌는가?

- 시간 요구도 – 노력하면 닿을 수 있는가, 아니면 지나치게 과도한가?

- 업데이트 속도 – 유저가 소화할 시간을 주는가, 아니면 늘 압박을 주는가?

- 난이도 곡선 – 성장을 체감하게 설계했는가, 벽을 느끼게 설계했는가?


이 네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게임은 자유롭다.
반대로 어느 한쪽이 삐끗하면, 플레이어는 금세 “막혔다”는 감각을 받는다.


마치며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론 내리고 싶다.

“Pay to Play라는 불편함은 단순히 과금 구조 때문이 아니다.

시간, 업데이트, 난이도 설계가 함께 만들어내는 플레이어 경험 때문이다.”


좋은 게임은 플레이어가 막힘 대신 성장을 체감하게 한다.
그리고 그 성장의 끝에 자연스럽게 도달했을 때,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다음 콘텐츠를 기다릴 수 있다.
그게 바로 게임이 줄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즐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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