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럴드형제 Nov 20. 2020

할 거 없는데 미용사 자격증이나 딸까?

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24


필자는 미용실에만 들어가는 전문가용 헤어제품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미용사들과 만날 일이 많다. 오늘은 문득 예전에 어떤 미용실에서 한 고객이 미용사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서 이 글을 쓴다.   

   

당시 그 고객과 미용사는 서로 실랑이가 생긴 상황이었고, 미용사는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설명을 했으나 이미 감정이 격해진 고객은 미용사에게 “개나 소나 미용사 자격증 다 따는데, 유세 떨고 있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미용사 자격증은 개나 소나 모두 딸 수 있을 만큼 쉽고 하찮은 자격증일까? 필자가 겪어본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미용사들은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미용은 이론뿐만 아니라 실기가 중요한 분야이므로 연습의 일상이다. 와인딩, 커트, 염색 등 해당 작업이 손에 익을 때까지 하루에도 수십 시간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꿈에서도 와인딩을 하고 있을 만큼 노력한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누군가의 고생과 노력을 가늠하지도 못한 채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은 본인도 존중 받을 필요가 없다고. 자신이 소중한 누군가의 아들·딸인 만큼 타인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딸이기 때문이다.      






미용사가 되기 위해 그들이 흘렸을 땀과 열정이 왜 몰지각한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평가돼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며, 공분한다. 해보면 안다. 미용사 자격증은 결코 쉽게 딸 수 없다. 수없는 연습과 노력, 극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필자와 같이 일하는 미용사 출신들에게만 물어봐도, 한 미용사 출신은 6개월간의 준비로써 약 2000시간 이상을 연습에 몰두했다. 이런 저런 시험 운까지 따라주지 않아서 5번 낙방하고 6번 만에 합격했다.      


또 다른 미용사 출신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 할수록 미용사가 본인의 길이 아니라는 좌절감을 느낄 만큼 고통스럽게 연습하고 어렵게 그 과정을 극복해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런 내막을 다 알고 나면 “개나 소나 미용사 자격증 딸 수 있다” 같은 편협한 얘기를 내뱉을 수 없다. 그리고 설령 이런 내막을 다 모른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그 직업을 가지기 위해 쏟은 노력과 열정을 같은 인간의 도리로서 함부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알면 아는 대로 존중하고, 모르면 모르니까 존중해야 합당하다.     



물론, 단순히 자격증의 난이도만을 생각하면 미용사 자격증보다 더 어렵고 험난한 자격증도 분명히 존재한다. 미용사 자격증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취득하기 어려운 자격증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오히려 필자는 모든 자격증은 자격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취득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그 열정이 존중받아 마땅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미용사의 입장에서는 그 자격을 부여받았으니 더욱 자긍심을 가지고 발전하는 미용인이 되길 소망하고, 고객의 입장에서는 미용사의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을 존중해주길 희망한다.      


어떤 분야든 몰두하고 연습해본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서 몰두하고 연습한 사람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상호 존중이 가능한 이유다. 더 나은 미용실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고 믿는다. 단언컨대 미용사 자격증은 개나 소나 딸 수 없다. 노력한 사람, 실력과 열정이 있는 사람만이 딸 수 있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자격증’이다.

작가의 이전글 디자이너가 싫어하는 디자이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