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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 Dec 14. 2021

어쩌다 스웨덴 03

스웨덴 예테보리 여행



파아란 트램들이 돌아다니는 이곳은 예테보리.




옛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흐르는 예타 강(Göta älv).



체크인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고맙게도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해준 덕분에 방 안에 짐을 편하게 풀고, 그리고 본격적으로 길을 나섰다.





예테보리 대성당(Domkyrkan Göteborg). 비록 종교는 없지만, 언젠가 나를 위해 기도해줬던 이를 떠올리며, 나 역시 그를 위해 기도했다. 그의 이야기가 이곳에는 처음 닿는 것이었을 테니까. 조심스럽게 기도를 하늘 위로 올려보냈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 방문자 센터는 토요일이면 오후 세 시면 닫았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세 시 반쯤 갔다가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아직 예테보리 패스도 교통권도 못 샀는데. 다행히 교통권은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었고, 그래서 72시간권으로 한 장 샀다. 교통수단을 해결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거리에 늘어진 꽃다발들은 로맨틱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가볍게 꽃을 즐기는 문화인가 싶었다. 길게 머무는 만큼 한 번은 꽃을 사보겠다고 마음먹었으나, 끝내 사지는 못했다. 그래도 여행 내내 꽃 판매점을 마주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는 사진을 남겼다.





오후 네 시가 되어가니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 높은 곳에 오긴 왔나보다.




예테보리 대학교(Göteborg Universitet). 예전에는 여행지에서의 대학 방문을 무의미하다고 여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름의 가치를 느끼며 이곳저곳 다니게 된다. 그건 아마도 대학이라는 곳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현재 진행형인 역사 같달까. 비록 문은 닫혀 있었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졌고 이루어지는, 그리고 이루어질 치열한 고민들을 멀리서나마 느끼다 왔다.





노드스탄(Nordstan). 중앙역과 이어지는 나름 큰 쇼핑몰. 구글 지도의 리뷰에서 워낙 안 좋은 번역된 평들 (ex) 나쁜 사람들이 여기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거기서 빨리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을 본 터라 지레 겁먹었는데, 평에 걸맞게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경찰들이 인파를 헤치고 추격전을 펼치는 모습을 봤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덕분에 한층 더 움츠린 채로 이곳을 누볐다.



노드스탄 안에 있는 방문자 센터는 계속해서 운영하고 있던 터라 무사히 예테보리 패스까지 구입했다.






노드스탄 안에 있던 수제 햄버거 집. 트러플 버거를 먹었다.



토요일 오후 여섯 시, 쇼핑몰 안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옷 구경에 엄청난 취미를 가지고 있진 않기 때문에 큰 아쉬움은 없었지만, 이곳의 이른 영업 종료에는 쉽게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알게 모르게 나의 이른 하루 마무리에 영향을 미치긴 한 것 같다.



오롯이 크리스마스로만 가득 차 있는 듯한 가게는 어딘가 여유롭고 따뜻해보였다.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의 강.



이렇게나 큰 트리에 이렇게나 작은 전구들이 촘촘하게 걸려 있었다.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니,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 같기도 했다.




숙소 앞도 흘러가는 바다 같이 넓은 강. 계속해서 흘러가면 북해로 닿는다. 이 공간에는 나를 붙잡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는 듯했다.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한동안 바람을 맞으면서 검은 물만 응시했다.




노드스탄 안 햄샵(Hemköp)에서 구경하다 반가운 마음에 산 벤앤제리스. 컵이 없길래 그냥 파인트를 사왔다. 그러나 강에 넋을 놓는 사이 아이스크림은 녹아버렸고, 방 안에 냉장고는 없었다. 혼자 열심히 퍼 먹다가 남은 건 눈물을 머금고 버렸다. 안 그래도 며칠 전 벤앤제리스 인스타에 벤앤제리스를 녹여서 베이킹하는 레시피가 올라왔었다. 예테보리에서 버린 파인트가 생각났더란다.


아무튼, 어두워진 도시를 바라보며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불 속에 파묻힌 채로 하루를 정리하는 건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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