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 성과 높은 조직은 ‘이것’부터 다르다

HRD, 인재 육성의 5가지 비밀

by 있잖아

지루한 회사 교육,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적 없는가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교육을 떠올리면 먼저 ‘지루함’을 떠올린다.
강의 영상을 켜놓은 채 다른 업무를 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들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태만이 아니라, 한국 기업 교육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HRD Korea)의 2023년 직업능력개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1인당 연간 교육투자비는 200만 원대를 상회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와 업계 보고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교육 후 실제 현업 적용률이 낮아 기대만큼의 행동 변화나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다.


많은 조직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지만, 구성원의 행동 변화나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 인재 전쟁의 승패는 ‘채용’이 아니라 ‘육성’에서 갈린다.


그러나 우리는 매년 비슷한 교육을 반복하면서도 성과를 체감하지 못한다. 이는 ‘인재 육성’이라는 개념을 본질적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최신 HRD(인적자원개발) 연구와 고성과 조직의 실제 사례를 토대로, 많은 조직이 간과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인재 육성의 5가지 핵심 요소를 소개한다.



① ‘교육’이 아니라 ‘미래 가치’에 투자한다


많은 조직이 인재 육성을 단순한 직무기술 전달로 한정하거나, 인사행정 중심의 HRM(Human Resource Management)과 혼동한다. 그러나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는 그보다 더 전략적 개념이다.


- HRM은 인력의 ‘현재 가치’를 관리한다. (평가·보상·근태·채용 등)

- HRD는 구성원의 ‘잠재력’을 개발해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한다.


국제 HRD 학계는 HRD를 개인개발(ID), 조직개발(OD), 경력개발(CD) 세 축으로 정의한다(Garavan, 1991).

1) 개인개발은 교육·코칭·멘토링을 통해 직무능력을 높이는 활동이다.

2) 조직개발은 팀워크, 리더십, 문화 혁신을 통해 조직역량을 강화하는 활동이다.

3) 경력개발은 장기적 커리어 경로를 설계하고 성장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이다.


이 세 축은 서로 분리된 활동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예컨대 개인의 직무교육(ID)이 리더십 역량 강화(OD)로 이어지고, 그 경험이 장기적 커리어 설계(CD)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여전히 이 축들을 분절적으로 운영하여, 교육은 교육대로·경력은 경력대로 따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학습전이와 성과 창출을 저해하는 대표적 원인이다.


또한 HRD는 단순히 교육 담당 부서의 역할이 아니라, 경영전략과 연계되는 전략적 파트너 기능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HRD가 전략적 기능으로 작동하려면, 조직은 연간 교육계획을 세우는 수준을 넘어 핵심성과지표(KPI)·핵심역량모델·인재육성 로드맵과 직접 연결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HRD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활동’이자 동시에 조직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만드는 핵심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 사례
삼성인력개발원은 신입부터 임원까지 전 생애주기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삼성의 경영철학 내재화를 목표로 한다.
구글의 L&D팀은 G2G(Google-to-Google) 사내 강사제, 20% 자율 프로젝트, 심층 피드백 문화를 통해 구성원이 언제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는 자율적 학습 생태계를 조성했다.


이러한 접근은 HRD를 비용이 아닌 ‘가치 증식 자산’으로 보는 관점이다.
한 사람의 성장 곡선은 결국 조직 전체의 지식 곡선을 끌어올린다.



② 성인은 ‘학생’처럼 배우지 않는다


많은 기업 교육이 실패하는 근본 원인은 성인을 마치 학생처럼 다루기 때문이다. 주입식 강의, 암기 위주 시험, 점수 중심 평가는 성인 학습자에게 거의 효과가 없다. 말콤 노울즈(Malcolm Knowles)는 아동 교육(pedagogy)과 구분되는 성인학습(andragogy)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자기 주도성: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을 결정하고 이끌고자 한다.

- 경험의 활용: 기존 경험과 연결될 때 의미와 몰입이 생긴다.

- 문제 해결 중심성: 당장 업무에 활용 가능한 실용지식을 선호한다.

- 내적 동기: 승진·보상보다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력한 동기이다.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교육은 학습자에게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금세 잊히지만, 반대로 이를 설계에 반영하면 학습은 단순 지식 습득을 넘어 행동 변화로 이어지며, 실제 성과로 전이(transfer)된다. 예컨대 문제중심학습(PBL)이나 액션러닝과 같은 실습형 학습은 학습자가 자신의 경험과 문제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게 함으로써 몰입도와 적용력을 높인다. 또한 상사의 피드백과 심리적 지지가 병행될 때, 이러한 학습은 더욱 빠르게 현업에 적용된다.

결국 성인학습의 핵심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주체적으로 배우고 스스로 성장 경험을 만들어가도록 돕는 것이다. 기업 교육이 진정한 성과를 내려면 먼저 이 전제를 수용해야 한다.


# 사례

포스코는 사내 MBA 과정에 문제중심학습(PBL)을 도입해, 구성원이 실제 현업 과제를 해결하며 배우도록 설계했다. 사내 보고에 따르면 수료자들의 현업 적용률과 문제 해결 역량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었으며, 참여팀의 주요 지표도 개선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따라서 기업 교육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며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배우도록 설계해야 한다.



③ 최고의 교육은 ‘좋은 상사’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교육비 수억 원보다 더 강력한 학습 촉진 요인은 상사와의 관계이다. 이는 수십 년간의 조직행동 연구가 일관되게 지지하는 사실이다.

리더-구성원 교환관계(Leader-Member Exchange, LMX) 이론은 조직행동론 분야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이론으로 다루어져 왔다. 이 이론은 모든 구성원을 동일하게 대한다고 가정하는 기존 리더십 접근과 달리, 리더는 각 구성원과 ‘개별적이고 차별적인 관계’를 맺는다고 본다.

즉, 한 명의 리더 아래에 있는 구성원들은 리더와 서로 다른 질의 관계를 형성하고, 이 관계의 질에 따라 업무경험·동기·성과·태도 등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리더는 구성원을 모두 동일하게 대하지 않고 신뢰·지지·자율성을 공유하는 내집단(in-group)지시·통제 중심의 외집단(out-group)으로 구분한다.

내집단(In-group)은 리더와 높은 신뢰·지지·존중을 기반으로 한 관계를 맺는다. 이들은 도전적 과업, 자율성, 정보 공유, 경력개발 기회 등을 제공받으며, 리더와 비공식적 소통도 활발하다. 따라서 내집단 구성원은 몰입/만족/성과가 높고 이직의도가 낮다.

반면, 외집단(Out-group)은 공식적 지시/감독 중심의 관계에 머무른다. 이들은 주어진 과업만 수행하며, 추가 정보나 자율적 결정권은 적다. 이러한 관계는 심리적 거리감을 만들어 몰입·성과가 낮고 이직의도가 높다.


즉, 같은 팀 내에서도 구성원마다 리더와 맺는 관계의 질이 다르며, 이 질이 곧 업무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리더-구성원 교환관계(LMX) 수준이 높을수록 구성원의 자기주도학습, 직무만족, 조직몰입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Gerstner & Day, 1997; Dulebohn et al., 2012). 국내 연구에서도 LMX가 자기주도학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으며, 이러한 관계적 신뢰와 지원은 학습 참여와 적용 의지를 높여 학습전이(transfer) 가능성도 간접적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시사된다.


# 사례

네이버는 반기 1회 전 구성원이 상사와 성장 대화를 진행하도록 제도화했다. 이 대화는 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오직 경력개발·학습지원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신임리더 필수과정에 관계 구축 역량(경청·공감·피드백)을 포함해 LMX 수준을 높이도록 설계한다.

좋은 관계는 학습을 가속화하고, 나쁜 관계는 어떤 교육보다 강력한 이직 요인이 된다.
따라서 HRD는 단순 지식전달을 넘어, 리더들의 관계 구축 역량까지 코칭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④ 커리어의 목표는 ‘승진’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이다


과거의 경력개발은 위로 오르는 사다리(Ladder) 모델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력개발은 수평·대각선 이동을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쌓는 격자(Lattice)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맥킨지앤컴퍼니가 2022년 발표한 The State of Organizations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 내에서 수평 이동을 경험한 구성원은 혁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빈도가 2.4배 높고, 이직률은 절반 이하로 낮았다.
수평 이동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네트워크를 확보한 구성원은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며 혁신적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고, 성장 기회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애착도 강해진다. 또한 이들은 심리적 주인의식과 조직몰입 수준이 높아, 주변 동료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평 이동은 개인에게는 성장동기와 시장가치 상승을, 조직에게는 혁신과 이직 방지라는 이중의 이익을 제공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HRD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기업은 경력개발을 단일 승진 경로가 아닌 다경로 기반의 경력체계(multi-pathway)로 재설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직무순환제, 사내 공모제(Internal Posting), 프로젝트형 직무 배정, 정기적 커리어 대화 제도 등을 통해 구성원이 다양한 경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HRD는 단순한 교육과정 제공을 넘어, 구성원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며 배우는 경험 기반 학습(Experiential Learning)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결국 오늘날의 경력개발은 ‘얼마나 높이 올랐는가’보다 ‘얼마나 넓게 확장했는가’가 성장을 결정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 사례
현대자동차는 직무순환제를 통해 구성원이 사업부·해외법인·신사업을 넘나들며 커리어를 설계하도록 지원한다.
SK그룹은 사내 공모제(Internal Posting)를 통해 구성원이 원하는 직무에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한 대기업 HR담당자는 인사→조직문화→HRBP를 거쳐 스타트업 CPO로 이직하며 수평적 경험을 자산화했다. 현대적 경력개발의 목표는 승진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장가치를 높이는 자신만의 ‘전문성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조직은 이를 위한 커리어 대화, 경력지도, 내부 이동 제도를 제공해야 한다.



⑤ AI는 교육 ‘도구’를 넘어 ‘전략가’가 되고 있다


AI는 HRD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한 강의 플랫폼이 아니라, 개인별 역량격차를 분석하고 최적 학습경로를 설계하는 전략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LG AI연구원은 사내 학습 챗봇을 통해 실시간 질의응답을 지원하고, MS Viva Learning은 개인의 직무·성과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코세라는 AI 빌더를 통해 팀 단위 스킬 갭을 분석해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코너스톤은 AI 기반 스킬 관리 플랫폼으로 HRD와 성과관리를 통합하고 있다. 실제로 에이치닷(H.)의 2023년 조사에서도 국내 인사담당자의 90%가 HR 업무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AI는 어디까지나 학습의 주체가 아닌 보조·가속 도구로 다뤄져야 한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개인화하고 성과를 추적할 수 있지만, 심리적 안전감·리더의 지지·동료와의 협업 같은 인간적 관계 요인을 대체할 수는 없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데이터 편향과 같은 윤리적 쟁점도 존재하므로, 공정성 검증과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
결국 AI는 인간적 판단과 관계의 힘을 보완하며, HRD의 본질적 목표인 사람의 성장과 변화를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당신의 성장은 누구의 책임인가


지금까지 살펴본 5가지 진실은 인재 육성의 패러다임이 ‘일방적 교육’에서 ‘전략적·개인화·관계 중심 성장 지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인재 육성은 더 이상 HR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라, 리더와 구성원, 조직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결국 인재 육성은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조직 생존과 직결된 핵심 전략이다.


지금 당장 내딛을 수 있는 한 걸음 다음과 같다.


- 리더: 다음 1:1 미팅에서 구성원의 장기 커리어 목표를 물어본다.

- HR담당자: 올해 교육기획 시 개인·조직·경력개발 3 요소가 균형 잡혔는지 점검한다.

- 구성원: 나만의 전문성 포트폴리오를 설계해 본다.


우리 조직은 직원의 성장을 단순한 ‘비용’으로 보는가,
아니면 미래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투자’로 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 과 우리 조직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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