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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아는] AI의 7가지 그림자

혁신 뒤에 감춰진 기술적·윤리적 문제들

by 있잖아

AI는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만큼 깊은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기술적 한계와 윤리적 문제는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AI가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 기술적 한계: 아직은 좁은 인공지능

오늘날의 AI는 대부분 ANI(Narrow AI, 좁은 AI)에 머물러 있다.


- 특화성: 예를 들어 알파고는 수천만 판의 기보 데이터를 학습해 바둑에서는 세계 챔피언을 이겼지만, 마트에서 장을 보는 간단한 의사결정조차 수행할 수 없다. 바둑판 밖의 세상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데이터 의존성: AI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훈련되지 않은 환경에서 사용하면 오작동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차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데이터가 부족하면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 적대적 공격(Adversarial Attack): 이미지에 사람이 알아채기 어려운 미세한 노이즈를 삽입하면 AI가 전혀 다른 것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있다. 실제 연구에서 거북이 사진에 작은 픽셀 변화를 주자 딥러닝 모델이 이를 총으로 분류한 사례가 보고됐다.


* AI는 특정 영역에서는 인간을 능가하지만, 범용적 지능(AGI)에는 여전히 멀다.




# 설명과 근거가 없는 결과

딥러닝의 대표적 문제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 의료 현장: AI가 폐 CT 영상을 보고 “암 가능성 87%”라고 진단했을 때, 의사가 의학적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면 임상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실제로 의료 AI 스타트업 중 일부는 높은 정확도를 입증했음에도 ‘설명 가능성(XAI)’ 부족으로 상용화가 지연됐다.


- 금융 서비스: 대출 심사 AI가 고객에게 “승인 거절”을 통보하면서 이유를 제시하지 않으면 고객은 차별을 의심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AI 모델이 판단 근거를 기록·제공하도록 법제화하려 하고 있다.


* 이 때문에 XAI(Explainable AI) 연구가 활발하며, EU·미국·한국 모두 고위험 AI 모델에 대해 결과뿐 아니라 과정 설명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데이터 편향과 공정성: 차별의 재생산

AI는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심화시킬 수 있다.


- 아마존 사례: 아마존은 과거 10년간 남성 지원자가 많은 이력서를 학습한 AI 채용 도구를 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낮게 매겨 프로젝트를 중단했다(2018년 공개).


- 얼굴 인식 편향: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2020) 연구에 따르면 주요 얼굴인식 알고리즘은 아시아계·아프리카계 인물의 오인식률이 백인보다 수십 배 높았다. 이 때문에 공항·치안 현장 등에서 인종 차별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 AI는 객관적 진실의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준 데이터의 거울이다.




# 프라이버시와 감시 사회: 데이터의 양날의 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와 감시 사회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Cambridge Analytica 사건(2018): 약 8,700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가 정치적 선거 캠페인에 무단 활용돼 세계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촉발했다.


-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 AI와 CCTV, 안면인식을 결합해 국민의 행동을 점수화하고 금융·교통·취업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디지털 통제' 논란을 불러왔다.


- 웨어러블 데이터: 스마트워치·헬스케어 기기로 수집된 건강 데이터가 보험사나 고용주에게 전달될 경우,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른 보험료 차별이나 채용 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개인정보 보호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시민권과 자유의 문제다.




# 책임과 안전성: 누구의 책임인가?

AI가 내린 결정으로 사고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는 불분명하다.


- 자율주행차 사고: 테슬라/우버 자율주행 테스트 중 발생한 인명 피해 사고에서 운전자,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중 누구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 의료 AI 오진 시: AI가 암을 놓치거나 오진했을 때, 최종적으로 의사병원, AI 개발사 중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AI 책임법제를 논의 중이다. 한국은 2024년 AI 기본법을 제정해 'AI 이용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개발자, 이용자, 사업자의 책임 범위'를 초안 수준에서 규정하기 시작했다. EU도 AI Act를 통해 고위험 AI의 안전성·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 고용과 사회적 영향: 일자리 재편

AI는 일자리를 없애기도 하지만 새로운 직무를 창출하기도 한다.


- 세계경제포럼(WEF, 2020): 2025년까지 8,500만 개의 기존 일자리가 자동화로 사라지는 대신,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데이터 분석가, AI 전문가, 디지털 마케팅 전략가 등)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 직무 변화: 단순 반복, 사무 보조, 콜센터 업무는 급감하는 반면, 데이터, AI, 전략, 창의성 기반의 고부가가치 직무는 성장하고 있다.


- 격차 심화: 문제는 많은 국가의 재교육(Reskilling)·평생학습 체계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술 적응력이 낮은 계층은 소득 불평등과 사회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


*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의 성격과 필요 역량을 바꾸고 있다.




# 글로벌 규제와 윤리적 합의: Responsible AI

AI의 윤리적 문제는 개별 기업이 풀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 국제적으로는 Responsible AI(책임 있는 AI)를 위한 합의가 확산되고 있다.


- EU AI Act (2024):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 법안으로,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데이터 출처 기록, 설명 가능성, 인간 개입(Human Override) 기능을 의무화했다.


- OECD AI 원칙 (2019): 투명성·포용성·안전성·책임성을 핵심 가치로 선언하며, 각국이 정책을 만들 때 참고하도록 권고했다.


- 기업 가이드라인: 구글은 'AI는 사회적으로 유익해야 하며 불공정한 편향을 피해야 한다'는 AI 원칙을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별도의 Responsible AI 팀을 두어 윤리 검토와 안전 테스트를 강화하고 있다.


* AI 시대의 새로운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신뢰와 책임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 AI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도구지만, 동시에 설명 불가능성, 데이터 편향, 개인정보 침해, 책임 불명확성, 일자리 변화라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AI 시대를 성공적으로 항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 발전 속도보다,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의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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