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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Sep 01. 2020

대중문화와 삼겹살을 넣은 짜파게티

스물세 번째 접시, 스물세 번째 이야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고기를 떠올리면 '삼겹살'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운 삼겹살, 김장을 하고 삶아서 먹는 수육까지. 우리의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삼겹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삼겹살


 대한민국의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삼겹살이다. 지방이 세 겹 있는 고기, 원래 명칭은 세겹살이 맞는 삼겹살을 이전의 방식에서 벗어난 요리였다. 고구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돼지고기를 먹는 문화는 있었지만, 맥적이라 불리는 양념을 한 고기를 먹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이었다.


 서양의 식사문화와 가스레인지의 보급으로 삼겹살은 우리의 식탁으로 성큼 다가왔다. 또한 1970년대부터 정부의 소고기 가격 안정화 정책으로 돼지고기의 소비가 증가되었던 것이 기폭제로 작용했고, 삼겹살은 1970년대를부터 시작된 인기에 힘을 얻어 1980년대에는 돼지고기의 갈빗살의 부위를 '삼겹살'이라는 고유명사로 부르기 시작했고,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소고기에서 삼겹살로 회식문화가 이동하며 현대의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요리로 자리 잡게 된다.


삼겹살의 트렌드


 삼겹살의 소비하는 방식도 점차 변한다. 처음 등장한 1970년대 이후 2018년 현재까지 삼겹살도 그 모습을 바꾸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간다. 얇게 구워냈던 대패삼겹살에서, 두툼하게 통으로 굽는 방식 그리고 요즘에 와서는 냉동삼겹살 줄여서 '냉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에는 불판에서 고기 잘 굽는 친구가 구웠다면, 외식의 경우 전문적으로 구워서 나오기까지 하는 그야말로 먹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 다가왔다. 모두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가장 빠르게 변하는 게 이 시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 숨 쉬는 생물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에 하나의 삼겹살에 계속해서 새로운 취향이 덧칠해진다. 분명 학창 시절 늦은 오후 동기 친구들과 먹던 맛은 선명한데, 그 장소는 다른 가게가 들어왔고, 그 거리엔 또 다른 삼겹살집이 자리를 지키며, 새로운 이들의 추억을 빨갛게 달구고 있었다.



기생충과 짜파게티


기생충의 프랑스 개봉시 포스터 출처 익스트림무비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가 조금 더 많은 세계에 인식되었다. 영화 기생충은 작품으로서도 많은 의미를 가졌으나, 내게 있어 한국에서 세계로 수출해낸 멋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해 깊은 생각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간다면, 영화 속 소고기를 넣은 짜파구리는 고유명사로 유튜브에서 소비되고 있다. 영화 속 계급적인 의미를 내포한 두 소재의 만남도 신선한 의미부여였지만, 이제 짜장라면은 미디어에서 더 고급스러운 식재료인 '트러플'과 함께 맛있게 먹는 비법으로 소개되기까지 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이제 우린 아카데미상을 받은 라면을 먹고 있는 민족이다.


 짜파게티를 머릿속에 각인시킨 문장이 있다.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아마도 많은 가족들이 주말에 요리사가 한 명씩 늘어나는 다중 세계를 경험했다.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어떤 것이, 다른 세상에서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새로운 것일 수 있다. 어느 일요일의 일상의 작은 상황이, 흥미진진한 사건이 되어서 확장되고 있다.


삼겹살 짜파게티


재료: 짜파게티 3개, 양파 2개, 삼겹살 500g, 소금 후추, 생강, 마늘, 고추 취향껏, 진간장 한 큰 술


1. 재료의 준비
1.고기를 약 0.7cmX0.7cm으로 잘라서 약한 불로 기름을 뽑는다.
자작한 기름을 뽑게 포인트!
2.양파는 크게, 향을 내는 채소는 잘게 다진다.
3. 기름이 듬뿍 있는 삼겹살에 양파를 넣어준다.
4. 짜파게티 소스에 물을 넣은 것은 중간에, 진간장은 표면에 태운다.
5. 잘 볶아내면 끝!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짜라짜라짜짜 짜파게티의 그 광고


 다시 주말에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해야 한다. 예상조차 못한 바이러스로 우리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겪고, 이겨내고 있다. 평일에는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고, 또 개인의 일정을 소화했던 사람들이, 주말에는 최선을 다해서 나가서 경험하고, 행복을 찾아 고민하던 사람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건 새로운 상황이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아주 익숙한 추억이다. 일요일 점심 '출발 비디오 여행' 혹은 '전국 노래자랑'을 보며 식사의 순간들이 쿡쿡 쑤신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서 짜파게티를 먹었다. 분명 간단한 방법도 있는데, 분위기를 내보겠다고. 고기에 기름을 내고, 양파를 볶고, 불 앞에서 땀을 흘렸다. 우리가 좋아했던, 익숙했던 것을 다시 경험하는 시간이다. 지금 이 상황이 어찌 될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예측하고 싶다. 시간이 지난 후 좋은 추억이면 된다. 가족이라는 단어에 붙었던 '해체'가 흐려진다. 다시 일요일에 온 식구가 모였다.


그래도 짜파게티다.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온 가족이 함께하는 일요일을 추억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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