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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Jan 08. 2020

기분 좋게 넘어가는 면이 좋았습니다.

파스타, 스파게티 쉽지 않다.

 이따금 팝업 식당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꾸준하게 요리를 하는 사진과 글을 올렸고, 주변의 관심과 기대가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준 모든 사람에게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시작으로 이름을 건 <대섭의 식탁>
두 번째 팝업을 했습니다.


 준비한 메뉴는 세 가지 파스타와 두 가지 숙성 재료를 곁들인 빵 요리, 팔지 못한 하몽과 많이 남은 와인

이번 <대섭의 식탁>의 파스타 3좀 좌에서 부터, 풍기 , 까르보나라, 엔쵸비 . 레시피는 매거진<당신을 위한 식탁>에서
숙성한 가지와 연어 그라브락스, 팔지 못해서 남은 하몽과 마감을 마친 후 먹은 식사<자정>

 2019년 1월 처음으로 한 팝업에서 얻은 경험을 몇 가지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하고자 하는 요리와 공간이 톤이 맞아야 한다.

2. 손님이 10명이 온다면, 식기구는 20개는 준비되어 있어야 설거지 지옥을 경험하지 않는다.

3. 구성이 많은 것이 하나의 품질을 해친다면 과감히 포기할 필요가 있다.

4. 준비과정은 길어도 되지만, 조리과정이 길면 꽝이다.

5. 요리에도 주제가 있다. 주제와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


 첫 식당은 호기롭게 시작했고, 경험이 없는 녀석이 프로답게 해 보려다가 물 한잔 못 마시고 3시간을 내내 고기 굽고, 회를 절이고, 서빙하는 기이하고 분주한 모습이 가득했습니다. '식사가 입에 맞는지' 어떤 느낌인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빠 보이는 부른 사람과 그 때문에 미안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식기구와 화구가 있는 공간에서 두 번째 팝업을 열었습니다. '비단 콤마' 남산 소월길에 위치한 서울의 야경을 담아낸 카페. 그 공간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힘들 때면, 해 먹던 그리고 꼭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고 싶었던 파스타와 오랜 시간 준비하고 바로 낼 수 있는 숙성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늦게 준비해서 미안합니다.


 또 욕심을 부렸습니다. 세 가지 파스타와 두 가지 빵 요리. 산술적으로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 있는데. 파스타는 면의 삶기와 불 조절 모두 섬세한 요리입니다. 또한 25명의 사람이 식사를 하는 면을 삶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면수에 물을 보충해야 하며, 보충할 때 온도가 낮아지는 것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타협점을 찾아 두 가지 오일 파스타와 까르보나라를 해서 다행입니다.


 분명 맛은 좋은 파스타였습니다. 버섯의 풍미가 가득한 풍기 파스타와 오감을 자극하는 엔쵸비, 그리고 진한 풍미를 남기는 까르보나라까지. 오일 파스타 두 개가 같은 포지션을 잡고 있지만, 당일까지 연습을 하고 연구한 레시피는 지금껏 해오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눈대중이 아닌 정량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모든 공정을 끝까지 따라가는 정직함이 남았습니다.


 고비는 생각보다 빠르게 왔었습니다. 앞서 말한 면과 관련된 이슈가 나올 즈음, 면이 설익은 참사가 일어납니다. 이 짧은 순간에 두 가지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시 정상적으로 주방을 돌아가게 하고, 불편함을 느낀 손님에게 보상할 수 있을까? 돌아가더라도 다시 처음에 구성했던 레시피대로 차근차근 만들어서 보낸 요리와 진심 어린 사과를 했습니다. 급박한 순간에도 요행과 편법을 쓰려고 하지 않은 것에 당연하지만, 요리하는 자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안하다.

 평소 파스타를 좋아해서, 제일 많이 만들어본 요리 중 하나가 파스타여서 준비한 이날의 주제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가득했지만, 공감을 사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오래도록 준비한 연어와 가지 숙성 요리가 생각보다 현저하게 적게 소비되어 많은 재료를 들고 돌아가야 했고, 가지의 일부는 버려졌습니다. 그 작은 가지 한 조각에 여러 번의 칼질과 숙성의 과정이 들어갔는데 '파스타'가 메인이라는 주제에 묻혀버렸습니다.


 쌀쌀한 밤에 따듯한 요리를 만들어서 실컷 행복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부족함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패배감이 가득한 교훈도 얻었습니다... 프라이팬도 하려는 요리의 적어도 두배는 넘게 준비해야 한다.


언젠가는 좋은 식당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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