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오

by 아무개요

“뭐.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안 준다. 그런 건가요? “


도대체 이게 상담인지, 취조인지 모를 말을 건넨 상담사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면서.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래 그래요. 그럼 어떤 부분이 힘드셨을까요? 아내분부터..”


‘이 무슨…’


황당하다.


마치 그런 줄 알았다는 듯, 내 말을 중간에 자르고 전처에게 고개를 돌리고 선 상담사.


그리고 그녀의 시선에 걸려있는 전처를 애써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 그냥. 이제 한계예요. 모든 게 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밖에는 “


그래. 넌 항상 이런 식이었지.


퉁—-


시위를 떠난 활이 날아가는 듯한 환상과 함께 그렇게 모든 게 끝이었다.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오랫동안 갇혀있다 마침내 새장 밖으로 나온


한 마리의 카나리아처럼.


마치 형랑을 기다리는 죄인들처럼 앉아있던

다른 이들의 면면과는 달리 유독


들떠있던 너의 상기된 얼굴을.


핸드폰으로, 법원을 배경 삼아 셀카를 찍던 너를.


그렇게도… 지옥이었었나.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을까. 그래.


내가 죽일 놈이구나…


내 안에서 행복한 가족이라는 모래성이 산산이 부서지고 부서지는 날이 이어져오던 중.


낯선 전화 한 통이 걸려왔고. 모든 게 다 끝나고 만 뒤에야, 뒤늦게 너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형체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산산이 다 부서진 줄 알았는데.


모래성이 부서진 자리 그 밑바닥에 개미귀신이

굴을 파고들었을 줄이야.


너도. 그도. 그리고 이 사실을 내게 알려준 그녀도.

모든 이가 원망스러웠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내가 믿는 하나님은 날 사랑 하신다는

개 같은 망언을 일삼는 그놈을

어떻게 해 버릴까 싶다가도.


끝까지 날 기만한 너를 찾아가

지랄을 해 볼까 싶다가도.


뭔 소용이 있나 싶다.


어차피.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이유가 없다는 건


지금껏 살아오면서 충분히 느껴왔지 않는가.


그래. 쿨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내 결혼은 실패했다.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인정하고 나아가자.

할 수 없더라도 해야 한다.


나를 살 게 하는 게 그 무엇이든.

필사적으로 잡아보자.


죽으라는 법은 없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앞만 보자.


어차피, 세상은 내가 뭘 어떻게 살든 관심이 없으니까.


그게 불법이 아니라면. 즐겨보자. 내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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