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철학
지난밤 몰래 비가 왔었나 보다. 젖은 바닥과 고인 물에 건물이 비추어 보인다. 지금은 괜찮아도 먹구름이 어둡게 드리운 것을 보니 곧 비가 또 올 것 같다. 요 며칠 공기가 좋지 않았는데 차라리 잘되었다. 외출하는 길은 발이 조금 무거웠지만 이대로 비가 그치면 금방 더운 바람이 찾아와 다시 비가 그리워질 것 같아서 이 비내음을 잔뜩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몇 걸음을 걸었더니 저 멀리 환한 빛이 드러났다. 늘 같은 자리에 있던 산이지만 오늘은 여러 날보다 가까이 있는 것같이 선명하게 보인다.
뚜렷한 나무들의 색깔은 걷힌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햇볕을 만나 푸른색을 열심히 뽐내고 있다. 아직 이곳은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곧 환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발끝에 힘을 주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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