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가을겨울봄
1.
난 참 여름을 좋아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내 생일이 있고 바닷가에 놀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첨벙거리는 파도에 실려온 바다냄새와 물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좋다. 수영하다 바닷물을 마시고 눈에 들어간대도 여전히 좋다. 물에 흠뻑 젖어있을 수 있는 여름이 기다려진다. 여름 내내 길어진 낮의 축복을 듬뿍 받는다. 차가운 음식을 즐긴다. 그래서 배가 아플 때도 있지만 어떨 땐 은근히 그걸 즐겼던 것 같다.
나에게 여름은 비 내리는 오두막 아래에서 비 냄새를 맡으며 먹는 닭백숙과 녹두죽,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뜨거운 해수욕장의 꼬릿한 냄새, 큰 천막 아래에서 고기를 굽고 아이스박스에 손을 넣어 얼음 사이로 음료수를 뒤적거리는 소리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예전처럼 바다에선 여름을 즐기지 못하게 되었지만, 바다가 아니어도 나를 닮아 물놀이를 좋아하는 녀석들과 한참을 귀가 먹먹하게 물놀이를 하고 나면, 나의 여름은 충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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