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에서 출시되는 프리미엄 라인인 제네시스의 올해 1~7월 판매량은 6만 5대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4만 1,583대와 BMW의 2만 9,246대를 가뿐히 앞섰다고 전해진다. 제네시스 판매량은 지난해 1~7월보다 65%나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안 벤츠는 3% 증가, BMW는 35% 증가에 그쳤으니, 국산차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간 기준으로도 벤츠와 BMW를 앞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장재훈 현대차 국내 사업본부장은 "경쟁 차종을 벤츠나 BMW, 아우디, 렉서스로 보고 있다"라며 "디자인과 상품성, 차량 이외 부분까지 따져본다면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가성비를 추구하는 대중의 바람에 반비례하는 가격이 눈에 띈다. 계속해서 평균 단가가 비싸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올해 2분기 현대차 국내 평균 판매 단가는 3,340만 원이다. 2018년 연간 평균 가격이 2,800만 원이었으니 6분기 만에 19%가 상승했다. 어째서 계속해서 평균 판매 단가가 비싸는 것일까? 지금부터 현대차의 단가가 비싸지는 이유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자
폭발적인 인기,
제네시스 효과
첫 번째 이유는 옵션이 붙으면 8,000만 원이 넘어가는 프리미엄 라인업 GV80와 G80의 신차 효과 때문이다. 제네시스 신형 G80은 기다렸다는 듯이 출시와 동시에 많은 소비자들이 계약을 진행했다. 인기 트림은 차량 인도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대기 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지난 6월 엔카닷컴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차 중 가장 기대되는 차' 설문조사를 한 결과 GV70이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제네시스는 GV80에 현대차그룹 최초로 개인 맞춤형 판매 방식인 '유어 제네시스(Your Genesis)' 시스템을 도입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유어 제네시스 시스템은 고객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차량의 엔진, 구동 방식, 인승, 외장 컬러 및 휠, 내장 디자인 패키지, 옵션 패키지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고객 중심”의 판매 방식이다. 하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하이테크 패키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1·2열 컴포트 패키지 등으로 구성된 파퓰러 패키지를 장착하려면 630만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게다가 4륜 구동(AWD)을 선택하면 350만 원을 더 내야하고 타이어도 고급 제품으로 끼워 넣으려면 비용이 더 들어간다.
요즘 트렌드,
SUV 효과
두 번째로는, 상대적으로 세단보다 더 가격이 높은 팰리세이드와 같은 SUV의 판매 증가 덕분이다. 팰리세이드의 판매 가격은 디젤 2.2 익스클루시브가 3,622만 원에서 3,672만 원, 프레스티지가 4,177만 원에서 4,227만 원 그리고 가솔린 3.8 익스클루시브가 3,475만 원에서 3,525만 원, 프레스티지가 4,030만 원에서 4,080만 원으로 책정된다. 수입 SUV 대비 500~600만 원 낮은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세단보다 가격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다자녀 가정이나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은 차종 선택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4~5인승 세단이나 SUV로는 가족 모두를 태우고 짐도 실은 채 나들이를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7~8인승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차 대형 SUV는 2000년대부터 있었지만 존재감은 미약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지난 2018년, 회심의 카드 '팰리세이드'를 출시했고 팰리세이드는 사전 계약에 들어간 지 영업일수 기준으로 8일 만에 2만 506대가 계약됐다.
국산 대형 SUV 1년 판매 대수에 버금가는 실적을 8일 만에 거두었다. 그것도 타보지 않은 채 현대차가 제공한 일부 정보만으로 사전 계약이 이뤄졌다. 그저 ‘놀랍다’는 말만으로는 표현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이다.
판매량 1위,
그랜저 효과
세 번째 이유는 가격대가 높은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가 총 6만 2,000대로 판매량 1위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지난 5월에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11월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 연속 7개월째로, 중형 세단 쏘나타가 가지고 있던 ‘국민차’ 타이틀을 그랜저가 가지고 간 듯 보인다.
그랜저의 인기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풀체인지에 가까운 상품성 개선이 있었다는 점과 경쟁 차종의 부재, 소비자의 중형·준대형 차량에 대한 선호도 변화 덕분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지난 5월 그랜저는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1만 3,400여 대가 판매됐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6만 2,000대다. 게다가 지난 3월에는 국내 판매량 1만 6,600대로 2016년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본 옵션을 장착한
엔트리 가격 상승효과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엔트리 트림이다. 엔트리 트림의 기본 옵션이 많아지면서 평균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실제로 아반떼의 엔트리 트림 가격이 1,404만 원에서 1,531만 원으로 증가했고, 이러한 추세는 비단 아반떼에서 그치지 않았다.
작년에 출시된 신형 8세대 쏘나타도 마찬가지였다. 8세대 신형 쏘나타는 일주일 만에 사전계약 1만 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했다. 지난해 연말 나온 대형 SUV 팰리세이드 인기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모처럼 택시가 아닌 자가용으로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인기의 가장 큰 이유는 스포티하고 모던해진 파격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인기와는 별개로 신형 쏘나타의 기본 트림은 평균 5%, 상위 트림은 평균 8% 정도 오른 채 출시되었다. 지난 세대에서는 고급 옵션으로 분류되었던 안전 옵션들과 지능형 옵션들이 기본 옵션으로 포함되면서 차량 시작가도 오른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의 엔트리 트림부터 9 에어백,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전자식 변속 버튼 등 첨단 사양들을 기본 적용해 고객이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을 적용했다.
위에 살펴본 바와 같이,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그랜저 등 가격대가 높은 차량이 잘 팔리면서 그리고 엔트리 트림의 가격이 상승되면서 현대자동차의 전체 평균 판매 가격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제네시스의 경우, 'GV80' 가격이 합리적으로 책정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경쟁 모델인 벤츠 GLE(9,000만 원대)나 BMW X5(1억 원대)보다 확실히 비교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균 판매 단가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현실적이다. "차 가격 높아졌으면 품질도 좋아져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제네시스 라인업에 SUV가 새롭게 추가되는 등 고급차 제품군이 더 확대될 것"이라며 "양적 성장의 시대를 넘어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제품과 함께 브랜드 가치 향상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 차종의 가격이 상승된 만큼,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질적 성장도 이루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