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내수시장에서 판매되는 친환경차 판매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올해는 국내 판매량 100대 중 8대 이상을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채워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사에게는 벌금 성격의 기여금이 1대당 60만 원씩 부과된다.
현재 국산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93%이며 테슬라 등 수입차 업계를 합치고도 국내 점유율이 76%에 달한다. 나머지 파이를 르노코리아, 쌍용차, 한국 GM과 그 외 소규모 전기차 업체들이 나눠먹는 만큼 이들의 이들의 친환경차 판매 비율은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얼마나 많은 기여금을 내게 될지 계산해보고 향후 전망도 살펴보았다.
르노코리아 1.05%
기여금 20억 원 이상
르노코리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 한국GM의 올해 1~11월 판매량 통계에 따라 예상 기여금을 계산했다. 르노코리아는 총 판매량 49,378대 중 조에 404대와 트위지 112대 등 516대로 1.05%에 불과한 친환경차 판매량을 기록했다. 11월 기준 친환경차 3,950대를 판매해야 8% 마지노선을 충족할 수 있는데 3,434대가 부족한 상황이다.
부족한 판매 대수 1대당 60만 원의 기여금이 부과되는 만큼 현시점에서 총 20억 6,040만 원으로 계산되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조에와 트위지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단종되어 르노코리아에 전기차 및 수소차 라인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는 지리차와 협력을 통해 국내 개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목표 출시 시점이 2026년인 만큼 그동안 상당한 액수의 기여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심각한 쌍용차
30억 원 육박할 듯
쌍용차는 최근 KG그룹과의 인수합병 절차를 마치고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등 안정궤도에 들어섰으나 르노, 쌍용, 쉐보레 3사 중 가장 큰 규모의 기여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토레스 돌풍에 힘입어 르쌍쉐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량 63,146대를 기록했지만 이중 친환경차는 109대로 0.1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올해 초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으나 배터리 수급 문제로 장기간 생산 중단 상태에 묶여 있었다. 지난달 중순부터 배터리 수급난이 완화되어 생산 재개에 들어갔지만 그동안의 판매량 손실을 완화하기엔 많이 늦은 상황이다. 11월 기준 친환경차 5,052대를 판매했어야 하나 4,943대가 부족해 기여금 29억 6,580만 원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르노와 쉐보레의 기여금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8% 근접한 한국GM
2억 원 살짝 웃돌아
한국GM은 르노코리아와 쌍용차 대비 전기차 라인업 구축에 적극적이었다. 2017년부터 쉐보레 순수 전기차 볼트(Bolt)를 판매해왔으며 올해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볼트 EUV를 추가하는 등 나름 순항 중이다. 한국지엠의 1~11월 내수시장 판매량은 총 35,399대로 르쌍쉐 중 가장 적지만 이중 친환경차는 2,497대로 7.05%를 기록했다.
현재 기준 친환경차 의무 판매량 2,832대 중 335대가 미달되어 기여금 2억 100만 원으로 계산된다. 또한 한국GM은 르노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국내 생산 없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며 볼트 EV와 EUV 모두 올해 판매 물량이 매진된 만큼 연말까지 기여금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6년부터 대폭 인상
1대당 기여금 150만 원
친환경차 판매 목표치와 기여금은 앞으로도 높아질 전망이다. 2026년부터는 미달 차량 1대당 부과되는 기여금이 6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대폭 오르며 판매 목표는 매년 상향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판매 부진에 대한 벌금이 갈수록 강화되어 완성차 업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친환경차 내수시장을 사실상 독식하는 만큼 나머지 업체가 오랫동안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하며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떨까?
극과 극으로 나뉘는 여론
"제때 대비 못한 회사 탓"
여론은 대체로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쉐보레는 한국에서 개발을 주도한 볼트를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 들여오니까 당해도 싸다", "쌍용은 그렇다 쳐도 르노, 쉐보레는 차 팔 의지가 없어 보임", "경쟁력이 부족하면 도태되는 게 맞지", "이게 현대기아 탓이라고? 대응 못한 회사 탓이지"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반면 "현기차를 관용차로 쓴답시고 나라에서 수만 대 사주니까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지", "정부 배 채우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현기 빼고 다 망하게 생겼네... 뭔 법을 저렇게 만들어 놨어",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이나 폐지해라", "안 그래도 못 팔아서 수익도 못 내는데 벌금까지? 그냥 죽으란 소리네"와 같은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