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전기차 서브 브랜드인 EQ에 대해 불만이 많은 마니아에게는 희소식 아닌 희소식이 들려왔는데, 메르세데스 벤츠가 공식적으로 2024년까지 EQ 브랜드를 폐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벤츠가 이처럼 파격적인 선택을 내렸다는 점에 의아할 따름이다.
물론 폐지 명분은 네티즌들이 바라는 그 말, 즉 EQ 시리즈의 시장에서의 실패에 따른 사업 정리가 아니었는데, 오늘은 이 EQ 브랜드 폐지의 공식적인 명분과 그 근거, 그리고 실제로 벤츠가 폐지를 결정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원인까지 예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세그먼트 구분이 어려운 명칭
기존 모델 전동화와 혼동 생겨
EQ 폐지에 대한 벤츠의 명분은 '간결하지만 모호한 명칭 때문에 소비자들이 세그먼트 구분에 혼동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즉, EQS, EQE, EQC라는 세그먼트 명칭만으로는 기존에 S, A, E-클래스처럼 명확하게 그 급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벤츠는 현재 독립적인 라인업뿐만 아니라 기존에 판매 중인 라인업에 대한 전동화를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EQ 시리즈와 전동화된 기존 시리즈가 겹칠 경우 라인업 간 혼란과 시장침범이 발생할 수 있다.
벤츠의 EQ 라인업 폐지는 2025년 이후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통해 전기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2024년까지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명분은 개인적으로는 정당성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과연 벤츠가 처음 EQ 라인업을 출범했을 때 이 정도까지도 고민하지 못했을까?
서브 브랜드 폐지와 벤츠 전동화
첫 번째 패배를 인정한 벤츠?
이는 벤츠가 전기차 시장에서의 적응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방향성은 크게 기존 라인업의 전동화, 혹은 새로운 순수 전기차 라인업 출시가 있었는데, BMW와 아우디가 대표적인 전자였으며, 후자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과 벤츠의 EQ였다.
따라서 벤츠의 이러한 행보는 전동화에 적응하기 위해 세웠던 자신들의 전기차 시장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포뮬러팀까지 만든 EQ를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훌륭한 결정일지도
네티즌 '저게 어떻게 1, 2억 차야'
벤츠의 전기차 전략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외신을 조금만 검색해보아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끔 너무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강렬한 비난을 퍼붓는 네티즌들도 쉽게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내 벤츠를 돌려줘라'라는 반응이었다. 자체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성공시킨 현대와는 매우 대조적이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네티즌들은 벤츠의 전기차 전략 서브 브랜드인 EQ에 대해서 많은 분노를 느끼는 것처럼 보이며, 이제는 EQ 뒤에 어떤 알파벳이 붙더라도 싫어할 것처럼 반응하곤 한다. 물론 이것이 벤츠의 완전한 전동화 포기는 절대 아니겠지만, 앞으로 벤츠가 전기차 사업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게 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