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전동화 시대를 맞아 전기차 점유율이 폭증하는 요즘, 전기차의 안전 문제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나 열폭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전기차로 인한 충돌 사고가 났을 경우 더욱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미국 연방교통안전 위원회(NTSB) 제니퍼 호멘디 의장은 최근 위원회 연설을 통해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무거워 충돌 시 더욱 큰 위험을 초래한다"며 해당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GMC 허머 EV의 경우 중량이 4톤에 달하며 배터리 무게만 1.3톤인데 이는 혼다 소형차 시빅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전기차를 포함한 신차의 차량 크기와 무게, 출력 등이 증가함에 따라 사고 시 피해 규모도 커지는 것에 우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빠른 가속 반응도 문제
"안전 문제 신경 써야"
실제로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들은 동급 내연기관 모델보다 평균 300~400kg 더 무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1회 충전 후 주행가능거리를 480km 이상 확보하기 위해선 배터리 무게만 1~1.5톤을 넘겨야 한다. 또한 언제든 최대 토크를 뽑아낼 수 있어 순간 가속력이 빠르다는 전기차의 특징도 안전 관련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제니퍼 호멘디 의장은 지난 8월 발효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인한 위험을 늘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현재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교통 정책을 새로 세우고 신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안전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가 33% 무겁다
사망 확률에 큰 차이
아울러 제니퍼 호멘디 의장은 포드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이 내연기관 버전보다 900~1,350kg 무거우며 볼보 XC40 전기차와 포드 머스탱 마하-E 역시 가솔린 모델 대비 33% 더 무겁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비영리 자동차 안전 센터(Center for Auto Safety) 마이클 브룩스 이사는 "소비자들은 주행가능거리가 480km 이상인 전기차를 선호하는데 이러한 추세가 전기차의 고중량화를 가속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가하는 차체 중량 관련 안전성에 관해 연구가 수행된 사례도 없다"고 언급했으며 2011년 전미 경제 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량이 450kg 더 무거운 차량과 충돌하면 사망 확률이 47%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형 SUV 안전성도 지적
전방 사각지대 심각한 수준
아울러 그는 내연기관 차를 운전해온 사람들이 전기차의 가속 특성에 익숙하지 않으며 대형 전기 SUV의 경우 높은 보닛으로 인해 전방 사각지대가 증가함으로써 소형차 및 보행자 운전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80만 7천 대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으며 점유율도 5.8%로 올랐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최대 7,500달러 세금 공제 혜택을 포함한 IRA 법안을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