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가 지나갈 때 길을 터줘야 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기본 상식이 잘 지켜지지 않아 지난 2020년 10월 긴급자동차 길 터주기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었다. 과태료 200만 원에 달하는 강력한 처벌 덕분일까 요즘 들어 긴급자동차 출동 시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터주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긴급자동차에 길을 터주다가 졸지에 교통사고 가해자로 몰린 사례가 전해지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이게 블박차 과실이면 앞으로 구급차 올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길 터주려 차로 변경하자
빨간불에 출발한 상대 차
해당 영상에는 지난 1일 오후 9시 10분경 전남 목포시 하당동의 한 도로에서 촬영된 상황이 담겼다. 직진 차로 1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운전자 A씨는 후방에서 경광등 켜진 구급차가 다가오자 길을 비켜줘야겠다고 판단해 차량을 2차로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A씨가 차량을 이동하기가 무섭게 2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다른 차량이 출발했고 A씨 차량의 후측면을 접촉했다.
A씨는 "구급차가 사이렌을 끄고 경광등만 켜고 있었지만 주위가 아파트 단지라 사이렌을 끈 것으로 생각했다"라며 "긴급상황인 것 같아 2차로로 비켜주는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후 창문을 열고 소방대원에게 물어보니 긴급상황이라고 했다"라며 "상대는 파란불에 움직였다고 주장했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빨간색 신호에 움직였다"라고 덧붙였다.
황당한 경찰 측 반응
피해자가 가해자로
이후 사고를 접수하기 위해 경찰서에 방문한 A씨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경찰관이 A씨의 과실을 주장하며 되레 "왜 접수하냐. 접수해 봤자 똑같다"라고 말한 것이다. 경찰관이 A씨의 잘못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차로 위반 때문이었다. 이어 A씨는 "상대방은 신호 위반 및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않았냐"라며 한문철 변호사와 시청자들의 조언을 구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상대방 차량이 100% 잘못인 것 같다"라며 "블박차가 구급차에 양보해 준 것은 당연하고 상대방 차량은 그 자리에 그냥 서 있어야 했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A씨가 미리 경적을 울릴 필요도 없었고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었기에 A씨가 차를 더욱 앞으로 뺄 수도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상대방 차를 신호 위반으로 처리해야 할 듯하다"라며 "경찰이 계속 같은 주장을 한다면 경찰청에 이의 신청해 보라"라고 조언했다.
"이 나라에 정의는 없다"
분노한 네티즌들 반응
이에 네티즌들은 "초등학생인 우리 애들도 당연히 상대 차가 잘못이라고 말하는데 경찰 측 주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긴급차량 길 터주기 중 교통법규를 어긴 건 처벌 면제되지 않나?", "분명 사명감 갖고 성실하게 근무하시는 경찰분들이 계시는데 이런 경찰들 때문에 전체가 싸잡아 욕먹는다", "상대방이나 경찰이나 진짜 양심 없다", "이 나라는 오래전부터 정의가 죽은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
"블박차 행동에 과실을 묻는다면 앞으로 구급차든 소방차든 비켜줄 이유가 없다", "이거 결과 진짜 중요하다. 후속 내용도 보도됐으면 좋겠다", "상대 차량은 뻔히 빨간불에 출발해놓고 왜 초록불에 출발했다고 거짓말 쳤지? 안 들킬 거라 생각했나?", "상대 차량 뭔가 고의성이 보인다", "앞으로 내가 저 상황이면 신호 바뀌기 전까지 기다려야겠다", "그 경찰관은 사표 쓰고 나오는 게 시민들을 위하는 일이다"와 같은 댓글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