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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Jul 02. 2021

"안사곤 못배기죠" I40 중고차가 가성비 최고인 이유

우리 주변에서 차를 좀 안다는 지인들은 하나둘씩은 꼭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지인들을 통해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나 중고차 사야 하는데.. 뭐가 좋을지 알려줄 수 있어?”라며 말이다. 참으로 난해한 질문인데, 한정된 금액으로 좋은 차를 원하는 사람의 심리는 보다 싸게, 그리고 상태가 좋은 차를 사길 원하고, 과거 새 차 때는 너무도 비싸서 못 샀던 차들을 감히 넘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중고차 이기도 하다.


오늘은 가성비 중고차를 고르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알아볼 자동차는 현대 i40인데, 과거 현대차가 내부적으로 원가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자동차로 잘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현대 역사상 가장 퀄리티 높은 조립 품질을 자랑한다."라고 극찬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내장재 곳곳을 들여다보면 한 급 위인 그랜저보다도 더 좋은 내장재를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는 놀라운 자동차이기도 하다. 감히 중형급 사이즈에 그랜저 가격을 받을만했던 구성이었지만, 국내 소비 정서상 절대 인기가 있을 리가 없는 모양새와 승차감을 선보여, 소위 말하는 아는 사람만 타고 다니는 차로 낙인찍혔다. 오늘은 가성비 중고차 i40에 대해 알아보자.

왜건을 내어줘서

고마워요 현대

2011년 9월 스테이션왜건형의 자동차 i40의 출시가 되었다. 유럽 전략형의 자동차가 국산 메이커를 통해 나온단 소리가 들리자 자동차 커뮤니티는 한동안 핫했었는데, 그 핫한 이유 중 하나가 가격대였다. 시작가 2,835만 원부터 시작해 풀옵션의 가격은 3,335만 원 수준이었다.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i40의 실패 원인 중 하나는 세단이 아닌 왜건 스타일의 자동차였기 때문인데, 해치백과 왜건의 불모지인 대한민국 땅에서 i40의 출시는 현대 입장에서 도박이나 마찬가지. 


i40는 유럽 전략형 전륜구동 방식의 중형차다. 인테리어와 플랫폼을 제외한 나머지는 유럽에 맞게끔 새로 설계하여 내놓은 유럽에 의해 유럽을 위해 만들어진 철저한 유로피언 카 인것, 현대가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제인데, 현대가 긴가민가 하면서 내놓은 또 다른 유럽 전략형 i30 또한, 출시 초반과 중반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여줬던 이력에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자 현대는 “이거…될지도 몰라!”를 외치며 출시를 감행하게 된 것, 플랫폼은 YF 와 동일한 TYPE-N의 플랫폼을 적용, 최대출력 140 마력의 1.7 디젤 U2엔진과, 최대출력 178 마력의 2.0 누우 GDI 두 가지의 엔진을 적용해 출시했고, 국내에선 6단 자동변속기 및 7단 DCT만 제공되었다

그렇게 잘 만든 차라고

소문이 자자한데

전체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완성도 높은 차중 하나로 손에 꼽힐 정도다. 현대의 제네시스와  베라크루즈 그리고 배다른 형제인 모하비 함께 실수로 잘 만들었다는 말을 듣는 차이며, 주행능력 또한 발군의 성능을 낸다. 심지어 원가를 신경 쓰지 않은 생산단가 및 연구개발은 그보다 윗급인 그랜저 보다 하체 부품의 알루미늄 비율이 훨씬 더 높다.


유럽형과 달리 내수시장에는 유럽 수출형보다 소프트하게 디튠한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판매가 되었는데, “아, 됐고! 난 유럽형의 하드함이 좋아!” 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유로 패키지가 준비되었다. 여담으로 내수용 일반 서스펜션도 충분히 하드하다. 하지만 이 옵션은 1.7 디젤에는 선택 불가였고, 2.0GDI 모델에서만 선택이 가능해, 당시에 현대의 옵션 장난질이 심해지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줄기차게 비판을 받았었다.

현대도 소비자도 서로

비싸단 걸 알고 있다

참 웃긴 이야기다. 차를 만든 제조사마저 차의 성격을 알고 국내에서 어필이 힘들 것이란 걸 아는 듯이,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여 판매하였다. 높게 책정된 가격은 탈만한 옵션을 더하게 되면 윗급인 그랜저가 구매 가능해지는 금액대로 대중적인 입맛에는 철저히 외면당해왔다. 이에 현대도 첫 출시 후 연말까지 8,000대 판매를 목표로 뒀었을 정도니, i40는 내수보다 철저한 유럽 수출이 타깃인 모델이었던 것이다.


현대가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도 차 제대로 만든다면, 만들 줄 압니다. 우리도 유럽 입맛에 맞출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듯하다. 그리고 2012년 1월에는 i40의 세단형인 살룬 모델이 나오게 되는데, 이 녀석은 유럽에서만 팔려고 현대에서 숨겨놓았던 녀석이다. 살룬을 내놓았던걸 생각해 보면 현대도 왠지 왜건만 내놓으면 정말 안 팔릴 거 같은 불안함을 안고 있었던 모양이다.

페이스리프트 후

판매고 저조

i40는 총 2번의 연식변경의 과정을 통하여 페이스리프트를 하게 된다. 2014년 12월에 동년배인 i30 GD 와 함께 페이스 리프트가 되었으며 기존에 다소 밋밋해 보이던 그릴을 변경했다. 당시의 패밀리룩인 헥사고날 그릴로 변경하였고, 디젤엔진의 유로 6 환경규제 강화, 거기에 기존 6단 자동변속기 대신 7단 건식 DCT 미션을 장착하고 ISG 시스템까지 달아놨다. 그리하여 디젤 모델의 연비는 기존보다 10.6% 향상된 16.7km/l .


출시 초반에는, 가솔린 모델의 판매가 많을 것이라는 현대차의 예상과 달리 ,디젤 모델의 판매가 더 좋았으며, 페이스리프트를 통하여 과거 디젤에는 옵션의 선택이 제한적인 것을 해소시켰고, 디젤 모델 또한 유로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페이스리프트를 실패해서 판매량 저조가 아닌, 비교적 구식 플랫폼에 높은 가격대이며 출고가 인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GDI의 엔진오일 감소 이슈가 한참 급부상할 시기였다. 더욱이 누우 2.0GDI의 판매량이 많질 않은 터라 현대에선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질 않았고, 그 결과는 디젤의 판매량 비중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여준다. 재밌는건, 2017년도 연간 판매량은 298대에 그쳤고, 동년도 4월의 판매량은 8대에 그쳤다.


기가 막힌 판매량 덕분에 생산라인에서 차를 생산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5명의 기술자가 달라붙어 차를 제작해 출고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동안 커뮤니티에서 핸드메이드 자동차라며 농담반, 진담반의 우스갯소리가 들려왔다.

출처 : SK엔카

비인기 차종인 만큼 중고시장에선

감가상각이 괜찮다

결국 i40는 페이스리프트를 한 뒤 근근이 찔끔찔끔 판매량을 보이다, 19년도에 소리 소문 없이 단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단종 후 i40의 감가율은 어마어마했으며, 실제로도 차박을 꿈꾸는 예비 오너들에게 간간이 후보 차종으로 올라오는 차량 중 하나다. 현 i40의 시세를 알아보자면 80,000km~120,000km의 킬로수를 기준으로 두고 시세를 파악해보자 평균적으로 1,500만원 대에 구매가 가능하게 된다. 아, 1.7 디젤의 모델 기준이다. 누우 GDI 엔진은 문제가 많아 제외했다.


일반적인 주행 패턴을 가진 오너라면 1.7 디젤 초기형 6단 자동변속기 모델을 추천하고 싶다. 후기형의 DCT 미션이 장착된 모델의 경우, 시내 주행이 많은 소비자들에겐 적합하지 않다. 수동변속기 기반의 DCT는 초반 가다 서다의 주행조건인 서울 시내에서 울컥거리는 말타기 증상이 고질적으로 나타난다. 거기에 시내 주행이 많다면 DCT 미션의 클러치 팩 마모 또한 빨라지게 되는데, 이 클러치 팩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운행 조건을 가진 소비자라면 반드시 DCT 미션은 피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만 고속도로 운행의 비율이 높다면 DCT 미션 또한 좋은 선택이다. 과거 신차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벌써 절반 이상의 감가가 진행된 부분, 이 금액대로 본다면 아반떼 CN7 깡통을 살 수 있는 가격인데, 이렇게 궁핍한 옵션의 새차 보다 관리 잘 된 매물을 찾아내 구매한다면 구매했을 때의 만족도는 배로 뛸 것이다. 차를 잘 볼줄 아는 지인을 대동하여 매물을 찾는다면 더없이 좋다.

하지만 구매층 특성상

히스토리 좋은 차들이 많다

I40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유럽을 전략하기 위해 현대에서 심혈을 기울인 모델이다. 다만 가격대가 높다 보니 한동안 네티즌 들은 “현대, 차를 팔 생각은 있는 건가?"의 싫은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YF 쏘나타의 플랫폼을 활용하였지만 막상 실내 공간은 두껍고 질 좋은 내장재에 뒤덮여, 실질적인 공간은 쏘나타 보다 좁았기에 보편적인 상식으로는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는 녀석이었다.


그럼에도 소수의 댓수가 판매가 된 것은 이런 마이너 한 차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의 콘텐츠까지 다룰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명차임에 틀림없는 i40는 과거에도 명차가 될 것이라 일부 평가가 있었는데, 지금 그 평가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없다. 요즘 나오는 차들과 견줘도 무리가 없는 하체 세팅과 현대 또한 신경 써서 만든다면 잘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i40 자체의 완성도는, 이제 실수로 잘 만들지 말고 앞으로도 제발 좀 잘 만들어 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싶을 정도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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