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식은 두렵지만 늘 궁금하다. 우리는 두려움보다 앞서는 궁금증과 호기심 덕분에 보통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새로운 소식을 접한다.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우리는 실망하곤 하는데, 19년 만에 현대차가 그렇게 만들었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 예정인 경형 SUV 캐스퍼의 주요 사양 및 가격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가격표를 보고 많은 네티즌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는데, 그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현대차는 왜 그랬을까? 그리고 네티즌들은 왜 그 가격에 분개했을까? 오늘 한 번 알아보자.
”캐스퍼”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 8천 대
최근 현대차는 ‘캐스퍼 온라인’이란 웹사이트를 통해 100% 온라인으로 캐스퍼 얼리버드 예약을 진행했는데, 현대차 첫 경형 SUV ‘캐스퍼’가 사전계약 첫날 1만 8,940대 계약을 기록했다. 흥행 대성공이었다. 사전계약 첫날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최다 기록을 세운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차급 캐스퍼가 얼리버드 예약 첫날부터 고객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에 더해 디자인, 안전성, 공간성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상품성 때문”이라며 “한국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진행한 D2C, 즉 고객 직접 판매 방식으로 구매 편의성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것에 반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았다.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 때문이었다.
가격 논란
현대차 입장은?
캐스퍼의 가격은 기본 모델 1,385만 원이다. 모던은 1,590만 원, 인스퍼레이션은 1,870만 원이며, 캐스퍼 터보 모델을 선택하면 스마트·모던 95만 원, 인스퍼레이션 90만 원이 추가된다. 옵션만 조금 추가해도 1,6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현대차 측은 캐스퍼는 경형 최초로 전 트림에 지능형 안전 기술인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전방 차량 출발 알림 등을 기본 적용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확보했다며, “SUV 차종이고 기본 적용되는 사양들이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차가 준중형 세단보다
비싸다
그렇다고 한들, 경차 가격이 준중형 세단이나 더 높은 차급과 맞먹을 수 있다는 점에 소비자들은 공분했다. 캐스퍼보다 한 단계 차급이 높은 베뉴 시작 가격은 1,689만 원이다. 베뉴 주력 트림인 모던은 개별소비세 3.5%를 적용했을 때 1,885만 원이다. 운전 보조시스템 스마트센스를 추가하면 1,900만 원대이다. 필수사양을 추가한 캐스퍼 모던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경쟁차종 그리고 준중형 세단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아반떼 시작 가격은 1,570만 원이고 경쟁차인 기아 레이는 1,335만 원을 시작으로 최고급 트림 시그니처가 1,580만 원이다.
출시 가격과의
괴리
소비자들은 캐스퍼 가격이 공개되기 전 예상했던 금액과는 괴리가 상당하다고 느꼈다. 캐스퍼가 가격을 공개 전에 소비자들이 예상했던 가격은 800만 원대였다. 그렇게 예상하는 데는 소비자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캐스퍼는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처음으로 위탁 생산한 차량이었다. 또한,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언택트·디지털 트렌드를 반영해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딜러 영업 수당도 사라지게 됐다.
즉, 생산 원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GGM에서 경차를 생산했다는 것과 온라인 판매로 원가를 절감했다는 것은 자연스레 소비자가 주력 트림이 비싸도 1,000만 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하게 만든 것이었다. 출시 전 800만 원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소비자들에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온 모양이다.
소비자들
실망하는 분위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바가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망해라 가격 봐라 안 팔린다 각이다”, “800에 현대가 500 얹었네”, “가격 예상했던 대로 1,300 후반 이러면 가격에서 가성비 따질 수 있는 차종이 아니다. 가격 책정 실패라고 본다”라는 반응이 줄지었다.
물구나무를 하고 봐도 경차가 이 가격이라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게 네티즌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차가 비싸면 안 되나?”라는 반응도 있었다. “살 사람은 어차피 다 산다. 경차 사려고 하는 사람에겐 굉장히 매력적”, “모닝보다 겨우 200만 원 비싼 것”, “단순 가격 비교만 하면 또 안 되는 게, 경차 혜택이 꽤 있다”라는 입장이다.
가격인상의 주범은
노조나 영업소 아니고 현대였다?
경차를 사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차를 구매하면서 얻는 경제적 이득과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차 혜택이 있다고 해도 일정 부분 이상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일반적인 경차’라는 인식에 대해서 거부 반응을 보인다.
현대차 생산직보다 임금이 낮은 GGM이 위탁생산을 하고 온라인 판매에 수수료 절감으로 저렴한 가격에 나올 것이라는 네티즌들의 예상이 깨졌으니 네티즌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한 네티즌은 어떤 이유에서든 가격 인상의 주범은 노조나 영맨, 영업소가 아니고 현대였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네티즌의 분노
캐스퍼의 외장 디자인과 티저 광고 영상이 처음 공개된 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관심이 폭발한 만큼 많은 네티즌들은 스펙과 가격이 발표 나는 날을 더욱 기대하며 기다렸을 것이다.
기대에 가득 찬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으니 많은 이들이 분노를 삭이기 쉽지 않을 테지만, 기존 경차 가격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캐스퍼 가격도 비슷한 수준에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과 기존 현대차 그룹 소형 SUV의 판매 감소를 우려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으니 우선 화를 조금 식혀보고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는 건 어떨까?
많은 네티즌들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며 분노를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현대차는 해당 모델이 SUV 차종을 표방한다는 점, 기본 적용되는 사양들도 다른 경차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우며 캐스퍼 가격이 불가피하게 높아졌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 한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없는 법.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결국 19년 만에 출시한 경차 ‘캐스퍼’는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모든 부분이 소비자의 바람대로 이뤄질 수는 없지만, 가격을 공개한 이 시점에 소비자의 반응이 이토록 부정적이라면 다시 한번 눈여겨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