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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Oct 04. 2021

"아반떼 3천 시대 옵니다" 캐스퍼 가격이 놀라운 이유

“충격과 공포” 지금 이 상황과 딱 어울리는 문장이다. 출시 전부터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캐스퍼’의 사전계약이 끝나고, 정식 출시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출시 후 많은 네티즌들이 캐스퍼의 가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캐스퍼의 풀옵션 가격이 무려 2,057만 원이기 때문이다. 출시 전 800만 원이라는 소문까지 붙었던 경차이기 때문에, 2,000만 원의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다. 바로, 캐스퍼의 가격이 어쩌면 ‘아반떼 3,000만 원’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예고편일 수 있다는 것.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지, 함께 파헤쳐 보자. 

2천짜리 한국 경차는 

처음이다

“어서와, 경차 2천은 처음이지?” 캐스퍼가 귀여운 외모로 어퍼컷을 날렸다. 저렴한 가격에 출시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완전히 깨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캐스퍼의 가격을 보면, 기본 모델이 1,385만 원에서 1,870만 원이다. 게다가, 터보 모델을 고르면 여기에 90~95만 원이 추가된다. 선루프와 스토리지 등 풀옵션을 갖춘 모델의 가격은 무려 2,057만 원이다.


지금까지 국산 경차가 2,000만 원대로 출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아의 모닝은 1,175~1,520만 원에 구입할 수 있고, 도시형 박스카 콘셉트의 기아 레이는 1,260~1,580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듯 기본적으로 천만 원대 초반에 형성되어 있는 경차 가격에, ‘800만 원’ 소문까지 얹어져 기대를 받던 캐스퍼였기에 ‘2,000만 원’이라는 가격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캐스퍼도 결국 

옵션장사?

“그래도 깡통 사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캐스퍼 기본 등급인 ‘스마트’를 살펴보면,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갈 것이다. 스마트 등급에는 현대차가 자랑하던 ‘1열 폴딩 시트’가 적용되지 않는다. 캐스퍼에는 세계 최초로 운전석에 폴딩 시트가 적용되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는데, 결국 이는 모든 등급이 아닌 최고 등급인 ‘인스퍼레이션’에만 기본 적용되었다. 게다가, 스마트 등급에서는 1열 폴딩 시트를 옵션으로도 넣지 못한다. 옵션으로 넣으려면, 한 단계 윗 등급인 ‘모던’에서 40만원을 추가해 선택 가능하다. 


또한, 캐스퍼 스마트 등급에는 리어 와이퍼와 가죽시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스피커도 2개뿐이라, 음악을 중요시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다. 다만, 152만 원의 ‘에센셜 플러스’를 선택하면 리어 와이퍼와 6개 스피커, 내비게이션과 후방 모니터, 버튼 시동 및 원격 시동, 오토 에어컨 등이 추가할 수 있다. 결국, 꼭 필요한 옵션들을 추가하다 보면 캐스퍼의 실제 시작 가격은 1,537만 원이라고 볼 수 있으며, 캐스퍼를 ‘제대로’ 타려면 풀옵션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 현대 기아 건물

“조금 더 나아졌다” 

그래서 비싸졌다?

현대자동차는 판매 중인 자동차의 상품성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매년 연식변경 및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적게는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이 넘어가는 가격 인상이 이루어진다. 또한, 간혹가다 트림 구성에 변화를 주어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쉽게 체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마다 현대자동차 측은 “기존 모델 대비 나아진 사양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는 가격이 동결 또는 인하된 셈이다”라며 가격 인상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다. 조금 더 나아졌기 때문에, 조금 더 비싸게 파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투데이 / 광주글로벌모터스

이제는 가격 인상에 

노조 탓도 못한다 

예전부터 현대자동차 가격 논란에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노조 문제’다. 현대자동차의 노조는 기본급과 성과급 문제로 매년 파업을 이어갔다. 때문에 사측은 이 요구들을 들어줄 수 밖에 없어, 매년 인건비 부담이 더해지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네티즌들이 “노조 인건비 때문에 신차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일부 이해할 수 있다”라는 반응까지 보일 정도였다. 


이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캐스퍼 가격을 더 기대하는 것도 있었다. 캐스퍼는 기존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캐스퍼는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되었음에도 풀옵션 2,057만 원에 출시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소비자로 하여금 현대자동차 가격 인상의 주된 원인이 노조나 영업소가 아닐 수 있다고 해석하게 만든 격이다..

현대차의 내수판매량이 

높기 때문일까

사실 현대자동차는 판매 모델들의 가격을 꾸준히 인상하고 있다. 현대차의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의 경우, 2012년부터 올해까지 기본 가격 기준으로 약 26% 정도가 인상됐다. 또한, 현대자동차의 SUV ‘투싼’의 가솔린 전륜구동 모델은 2012년에 1,941만 원부터 판매됐으나, 2021년형은 2,435만 원부터 판매되고 있어 가격이 약 25%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현대차가 내수 판매량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판매량 내수 점유율은 83%다. 이 중에서 현대자동차 단독 비율은 48%에 달한다.

인상 폭이 크지 않은 

그랜저도 전략이라고?

그러나, 현대자동차 모델 중에서도 비교적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은 모델이 있다. 바로, ‘그랜저’다. 그랜저는 2012년에는 기본 가격이 3,048만 원이었지만, 올해 2021년형 그랜저의 기본 가격은 3,303만 원으로 8.3% 인상되었다. 몇 차례의 모델 변경을 통해 커진 차체와, 추가된 편의 사항들이 있음에도 10년 동안 가격이 크게 변동되지 않은 것이다. 


이 덕분인지, 그랜저의 판매량은 꾸준히 연간 10만 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그랜저의 가격 상승 폭을 넓히지 않은 것은 수입차 모델 중 그랜저와 경쟁하는 모델이 많고, 이전에 쏘나타를 구매하던 소비자가 상위 모델인 그랜저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다가 아반떼를 

3천에 사겠다 

캐스퍼의 풀옵션 가격은 2,057만 원으로, 현재 아반떼의 판매 가격대인 1,570~2,814만 원과 일정 부분 겹치는 수준이다. 캐스퍼의 가격을 보고 “이 가격이면 아반떼를 사겠다”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캐스퍼가 경차임에도 2,000만 원대를 형성한 것을 보니, 어쩌면 곧 일반 아반떼를 3,000만 원대에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쏘나타는 4,000만 원, 그랜저는 5,000만 원에 판매되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가 정말 국산차 가격이 수입차 수준과 같아지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겠다.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가격이 공개된 이후, 네티즌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본격 현대의 카푸어 양성 과정”, “매년 조금씩 올리다가 캐스퍼가 아반떼 가격이 되고, 쏘나타가 옛날 그렌저 가격이 됐다”, “800만 원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2,000만 원은 더 말도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물가도 오르는데 차 값도 오르는게 당연하다”,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기 어렵고, 원자재 가격도 올라서 어쩔 수 없었을 것” 등 캐스퍼와 현대자동차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에 대해 이해하는 반응도 소수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2,000만 원 캐스퍼’가 ‘3,000만 원 아반떼’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지,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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