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두 번째 전기차 타이칸이 국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은 부푼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타이칸의 주행거리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주행가능거리는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스펙인데, “너무 짧은 게 아니냐”라는 게 소비자 입장이다.
사실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는 늘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건 수입차뿐만이 아니라, 국산차도 마찬가지인데, 국내 인증 기준이 도대체 어떻게 적용되길래, 국내외 주행거리가 이리 차이가 나는 것일까?
전기차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행거리
먼저,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차량의 운동 성능보다는 동일한 연료로 얼마나 더 많이 갈 수 있느냐를 의미하는 연비의 개념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물론, 내연기관 차량을 살 때도 연비라는 측면이 많은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모든 차량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유독 “전기차의 주행거리”라는 효율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전기차 관련 행사를 열고 있는 EV트렌드코리아가 2018년부터 매년 조사한 결과, 3년 동안 전기차 구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행거리였다. 2018년에는 67%, 2019년에는 45%, 2020년에는 29%로 매년 비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1회 충전 후 주행가능거리”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런데, 타이칸 주행거리
287km라고?
그런데, 이번에 국내 출시된 타이칸의 주행거리는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해당 모델은 배터리 용량의 변화가 없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도 유지됐다. 국내 환경부 공식 인증 기준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4와 4S는 287㎞,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터보는 274㎞다.
생각보다 짧은 주행거리를 보자, 소비자들은 “말이 안 된다”, “서울-부산 못 가나”, “포르쉐 마크 없으면 디자인 성능 뭐.. 별로다”, “제로백이 아이오닉5 듀얼모터 급에 주행거리는 더 짧아버리면..?”, “이게 뭐지?”와 같은 반응을 줄지어 보였다.
수입 전기차들 국내에만 들어오면
주행거리 대폭 줄어든다
사실 짧은 주행거리는 타이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벤츠 EQS의 경우, 1회 충전 시 WLTP 기준 426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산업부 인증 거리를 받고 국내시장에서 정식으로 출시된 EQA의 주행거리는 무려 120km가 짧은 306km였다.
이는 수입차뿐만이 아니다. 국산차도 마찬가지였다. 현대 아이오닉5의 경우, 최대 주행거리를 429km라고 발표했으나, 국내 인증을 받은 후 아이오닉 5의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상온에서 405km, 저온에서 354km로 줄어들었다. 눈치챘겠지만, 이와 같이 국내에서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이유는 바로 국내 인증 기준 때문이다.
까다로운
국내 인증 기준 때문이다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을 담당하는 환경부가 자체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공해연구소, 자동차부품연구소,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에너지기술연구소 등 허락된 기간이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면 인증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시내 주행 모드인 CVS-75 모드와 고속주행 모드인 HWFET 모드로 전기차 온도나 배터리 상태에 따라 주행거리가 편차가 큰 것을 감안해서 측정 거리의 70%만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EPA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EPA를 참고하여 도심, 고속모드로 테스트 진행 후 결과값에 0.7을 곱해주고 5-Cycle이라는 보정식을 대입하여 측정하다 보니 주행거리가 더 짧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벤츠 EQA
“큰 문제 없는데?”
앞서 언급했듯, EQA가 WLTP 기준으로 426km 주행거리를 인증받았으나 국내 인증 주행거리가 발표되며 예상을 빗나간 주행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하지만 실제 시승해보니 발표된 주행거리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QA를 시승해 본 소비자는 “실제로 달려보면 400km가 너끈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서울-양양 왕복은 물론이요,만남의 광장에서 부산 서면까지 약 380km 거리도 문제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기차의 출발선은 같다는 이유를 보여주는 차량”, “삼각별 빼면 시체”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직접 시승해보니 괜찮다”
타이칸도 마찬가지
타이칸 4S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의 국내 복합 주행 가능 거리는 289km로 인증받았다. 하지만 WLTP 기준으로 이차는 464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이 큰 차이는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역시나 이러한 호기심을 가진 한 소비자는 직접 시승해봤다. 직접 시승해본 결과, “서울 중심부에서 부산까지 올 수 있다는 게 증명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타이칸 주행거리 아쉽다고 생각했었는데 엄청 좋네”, “타이칸에 대해서 오해가 풀렸다”, “믿고 있었다 타이칸!”, “와, 저 속도 유지하면서 부산까지 간게 레전드” 등의 반응을 보이며 그간의 주행거리에 대한 오해가 풀린 듯 보였다.
단순 주행거리보단
충전소가 늘어나야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를 이용해 본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전기차를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전기차는 충전이 오래 걸린다”라는 생각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보다 불편하다”로 이어진다. 고로 소비자는 “충전 횟수를 줄이는 것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는 상식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아무리 못해도 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 정도는 갈 수 있는 수준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는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에 한 유튜버는 “충전은 주유의 개념이 아니라 주차의 개념이다”라며 “생활패턴이나 방문하는 장소도 자연스럽게 충전 인프라가 갖춰진 곳을 찾게 되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고 적응되면 배터리를 100%를 채워서 0%까지 썼을 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흐릿해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즉, 충전소가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길어야 좋다는 1회 주행거리의 개념은 유튜버의 말처럼 흐릿해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유튜버의 말은 전기차를 사용하는 네티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네티즌들은 “전기차를 운행하면서 느낀 건 충전소 위치에 따라 생활패턴이 바뀌는 것이다”, “충전 시간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주차가 충전이라는 말 공감이 됩니다”, “출퇴근하고 집에와 충전을 하다 보니 총 주행가능 거리만큼 쓸 일이 거의 없더군요”라며 공감했다. 또 그들은 “물론 장거리 운행할 땐 충전 속도와 소요 시간이 중요해지겠죠”라며 주행시간의 중요성 또한 인정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지금은 500km 정도도 괜찮다고 느끼는 주행거리가 기술의 발전으로 더 상승하겠죠”라며 “내연기관만큼 또는 그 이상의 주행거리가 미래에 확보될 것이고, 결국 주행거리가 “중요”보다는 “당연시”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주행거리의 발전이든 충전소의 설치이든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어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