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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Dec 17. 2021

현대차 싫어하는 사람들마저 대기업 응원한다는 이곳

소비자들은 신차 구매 금액의 부담 또는 단종된 차량 구매 희망 등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로 중고차 시장을 이용한다. 때문에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 못지않게 항상 활발하게 움직여왔던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 2020년 10월,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재밌는 부분은 진출에 대해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대기업 진출이라 하면 대체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던 소비자들도 현대자동차가 전한 해당 소식에는 두 팔 들고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간에는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겠다.

한국경제 / 중고차 매매 단지 전경

중고차 사기단에 속아

자동차를 강매당했다

지난 5월, 중고차를 구매했던 60대 남성이 중고차 사기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남성은 온라인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올라온 200만 원대의 1톤 포터 매물을 구매하기 위해 충북 제천에서 인천으로 향했다. 남성을 만난 중고차 판매자들은 태도가 돌변했고, 남성을 8시간 동안 감금하고 다른 매물 구매를 강요했다. 결국 남성은 1톤 포터가 아닌 다른 매물을 강제로 계약한 뒤 풀려날 수 있었다.
 
피해자인 남성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한 푼이 아쉬운 생활을 이어가던 중 중고차 사기를 당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피해자의 유족들을 통해 공개된 그의 유서엔 차량을 강매당한 억울함과 철저히 수사해달라는 부탁이 적혀있었다. 해당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노했고 경찰은 곧바로 중고차 매매 사기단을 검거했다. 이들은 중고차를 강매하기 위해 문신을 보여주며 폭언, 협박과 함께 금품 갈취와 불법 감금까지 일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KNS뉴스통신 / 중고차 허위 매물 예시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중고차 관련 사기들

중고차 사기 행위가 금전적인 손해만을 주는 것을 넘어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예상 못 한 일도 아니고 놀라운 일도 아녔다. 중고차 시장은 오래전부터 소비자를 협박하고 감금해 강매하는 행위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문제점인 셈이다.  
 
지난 2일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20년 소비자 상담 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피해 사례는 5,165건에 달했다. 그중 성능, 상태 불량 피해가 2,447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사고이력 미고지는 588건, 허위ㆍ미끼 매물 피해는 235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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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들 인식은 부정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에 76%의 소비자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국내 중고차 시장 관련 뉴스 보도의 여론들 중 82%가 부정적인 여론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고차 시장은 시장 불신으로 인해 당사자 거래 비중이 54.7%로 매우 높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중고차 시장 관련 다양한 설문조사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소비자주권 시민회의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고차 시장 문제점 설문조사”에 54.4%가 허위ㆍ미끼 매물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응답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4월 진행한 중고차 구매 경험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31%가 중고차 사기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 현대기아차 사옥 전경

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한국의 대기업들

혼돈 그 자체라 볼 수 있는 중고차 시장은 그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9년, 지정 기한 만료와 함께 재지정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자 현대자동차는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중고차 진출을 선언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은 신차 판매와 함께 고객 보호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완성차 업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라 강조했다.
 
다른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의 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는 말과 함께 “중고차 시장은 스스로의 자정 노력도 없고, 소비자 보호 제도 도입은 거부하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으려고 한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불법적이고 후진적인 시장구조 아래 중고차 구매에 대한 어려움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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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 놈들만 없었더도..." 요즘 잘나가는 현대차 진짜 큰일 난 이유

격렬하게 반대하는

중고차 업계

대기업의 시장 진출 소식에 중고차 업계는 격분하며 반발했다.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수십 년간 자동차 매매업이 쌓아올린 국가 경제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라는 말과 함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중고차 산업의 선진화를 꿰차고 국가와 국민,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호소한다”라는 말을 전했다. 

서울경제TV / 중고차 매매 단지 내부

소비자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한결같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다수의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이 처한 상황에 “자업자득”이란 입장을 보였다. 이어 소비자들은 중고차를 구매 시 보다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를 희망한다며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과 “대기업의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통연대에서는 지난 4월,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 촉구 서명”을 진행했다. 해당 서명은 한 달이 안 되는 시간에 무려 10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참여했다. 서명에 참가한 소비자들은 서명과 함께 “허위 매물 뿌리 뽑아버려요”, “사기당하고 돈 날리고, 소비자들은 법 몰라서 아무것도 못한다”라는 의견을 함께 전하기도 했다. 해당 서명 운동은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을 희망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진작 끝났어야 할 문제?

3년 동안 이어진 핑퐁게임

중고차 시장 개방을 통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은 중고차 업계를 제외한 모두가 찬성하고 희망하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상황이다. 중고차 업계의 반대가 워낙 극심한 탓에 중소벤처기업부에선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못하고 책임을 이리저리 미루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3년간 진행된 핑퐁게임에도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자 “소비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냐”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제자리만 돌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임기장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를 3년째 미루는 중소벤처기업부에 국민 감사를 추진한다”라고 선언했다.

앞서 언급했던 내용처럼 중고차 시장은 2019년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불가능했다. 6년 동안 보호 아닌 보호를 받으며 자정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물 강매, 허위매물, 성능 조작 등 다양한 문제들을 야기했고, 그 결과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불투명 시장이 되었다.
 
불투명한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게 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우선 소비자들은 대기업을 통해 보다 안전한 중고차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에 기존 중고차 업자들은 대기업과 견줄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릴 것이며, 이에 실패하는 업자들은 시장에서 자연스레 도태될 것이다. 결국 대기업과 살아남은 일부 업자들이 모여 신뢰도 높은 중고차 시장을 재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진출이 중고차 시장 미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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