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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코모 Dec 14. 2020

"전형적인 탁상행정" 운전자들이 가장 이해 못 하는 것

(출처_울산매일)

개인의 행동이나 욕구가 규제되지 않은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사회적 혼란에 따라 규범이 사라진다면, 힘의 논리에 따라 강자들이 활개치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국가라는 틀 안에서 법과 제도에 따르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형성하고 살아간다. 


이렇듯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최근 개정되고 있는 도로 관련 법과 규제에 대해서 운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운전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일까? 이번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12월 10일부터

속도위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오는 12월부터 모든 운전자들은 안전 운전에 조금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층 강화된 속도위반 과태료 규정이 오는 12월 10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개정에 따르면 전체적인 과태료 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초과속 운전자에 대한 처벌 항목이 늘어났다. 


기존 속도위반 과태료 규정은 20km/h 이하 초과시 승용차 4만 원, 20km/h에서 40km/h 초과시 승용차 7만 원, 40km/h에서 60km/h 초과시 승용차 10만 원, 60km/h 초과 시 13만 원으로 위반 범위에 따라 차등적인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달 10일부터 개정되는 과속 규정의 초과 속도 60km/h 이하 과태료 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60km/h까지 초과 범위를 구분했던 것과 달리 80km/h와 100km/h 초과까지 처벌 범위를 세분화하였다. 이에 따라 초과속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된다. 


개정된 속도 제한 규정에 따르면 80km/h 이상 초과시 기록이 남는 벌금 30만 원이 부과된다. 제한속도보다 100km/h 이상 초과했을 경우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3회 이상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출처_한국교통안전공단)

이미 도심 주행 속도를

50km/h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을 시행 중이었다

유독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의 규제 강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4월, 도로교통법 시행 규칙이 개정되며 전국 일반 도로의 제한 속도를 50km/h로 낮춘 것이다. 소위 “안전속도 5030”이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치며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1년 4월 17일에는 전국 도심 일반 도로의 제한 속도가 50km/h로 낮아지게 된다. 


한편 운전자들은 정부의 이런 처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운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도심 지역에서 10km로 속도를 낮추었을 때, 통행 시간 차이가 2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운전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출처_한국교통안전공단)

제한 속도 규제, 

정말 효과 있을까?

그렇다면 실제 속도를 줄이는 것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교통안전관리공단은 속도를 10km/h만 줄여도 사망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중 70%는 도시에서 발생한다. 교통사고에 취약한 보행자와 이륜차 등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보행자가 60km/h로 주행 중인 자동차와 충돌했을 시, 보행자의 사망률은 90%에 달한다. 하지만 50km/h의 주행 차량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사망률은 50%로, 60km/h 차량 대비 사망률이 40%가량 감소한다. 30km/h까지 속도를 낮추면 사망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할 정도로 대폭 감소하게 된다.

(출처_교통안전정보관리시스템)

하지만 과속으로 인한

사고 발생 비율은

0.25%에 불과하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비율은 전체 사고 원인 중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집계하고 있는 교통사고 원인 분석 결과 데이터 중, 정부가 제한속도를 낮춘 도심 속 사고 비율을 살펴보자. 


2019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3만 9,258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속도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102건에 불과하다. 전체 비율로 따지면 0.25%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과속이 실질적으로 도심 속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속도 제한에 집착할까?

그렇다면 과속으로 인한 사고 발생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한 속도를 강력하게 규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치사율에 있다. 속도위반으로 인한 사고의 치사율이 다른 사고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안전운전 불이행, 신호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등 사고 원인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위반 유형의 치사율은 1% 내외이다. 하지만 서울시 기준 속도위반으로 인한 사고의 치사율은 무려 22.55%에 달한다. 과속으로 인한 사고는 적지만, 사고 치사율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제한 속도 규정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속도 규제보다 시급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장 큰 사고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2만 1,842건으로 전체의 55.64%를 차지한 안전운전 불이행이다. 그다음으로는 안전거리 미확보가 5,259건으로 13.39%를 차지했으며, 신호위반이 4,898건으로 12.47%를 차지했다.


과속보다는 신호위반, 불법 차선 변경 등 운전자의 부주의와 교통법규 미준수가 도심 속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물론 속도위반 단속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도심 속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인 교통 법규 미준수에 대한 처벌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른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제한 속도만 줄이는 정부의 처사에 대해 운전자들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운전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속도위반 처벌 강화에 따른 운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는 작년 초부터 시행된 안전속도 5030에 대한 반발심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속도 5030이 그랬던 것처럼 12월 10일부터 강화되는 속도위반 개정에 대해서도 어김없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규제 강화에 대해 세수 확보를 위한 꼼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교통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만 강화하며 처벌 수위를 높인 것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보행자가 없는 고가 도로나 편도 4차선의 도로까지 50km/h로 제한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번 12월 10일부터 시행되는 과속 단속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기준 속도에서 80km/h, 100km/h 이상 초과한 초과속 운전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만 강화했을 뿐이다. 도심 속에서 130km/h, 150km/h로 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구체적인 대안 없이 단순히 제한 속도만 낮추고 있는 정부에 대한 반발일 것이다. 계속되는 비판의 원인은 운전면허 시험 강화, 음주 단속 강화 등 실제 교통사고의 주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도 마련하지 않은 채, 탁상행정만 이어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먼저 실효성 없다고 지적받는 규제들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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