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친구와 밥 먹기, 노래방 가기 등, 일상의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은 바이러스의 도래 이후 비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팬데믹은 이제 자동차마저 불확실의 세계에 편입시켜버린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코로나19가 도화선이 되어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신차 대기 시간이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고통이 소비자들에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반도체 대란은 정확히 무엇이며 지금 자동차 업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함께 자세히 알아보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현대 기아차 주문 대기 건수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 확산이 저지되는 듯했으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재확산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품 공장 가동 또한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부품 부족으로 자동차 업계는 차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 기아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문 대기 건수는 각각 100만 대에 이른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는 2배, 기아는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에 아이오닉5와 EV6 등 현대차의 인기 전기차종의 경우, 지금 구매를 결정해도 13개월 이상의 대기 기간이 필요하다. 기아차의 쏘렌토와 스포티지 같은 인기 하이브리드 SUV 모델들도 대기 기간이 1년 이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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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야 탈 수 있는
기아 니로 풀체인지
기아차의 신형 니로는 스마트스트림 G1.6 하이브리드 엔진과 32kW 모터를 통해 시스템 최고 출력 141마력을 출력한다. 또한 니로의 복합연비는 20.8㎞/ℓ이다. 이뿐만 아니라 차량 내장에는 재활용 섬유, 친환경 페인트 등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이는 니로가 ‘친환경 전용 SUV’임을 더 강조하는 부분이다.
지난 18일부터 사전계약이 시작된 신형 니로는, 첫날 계약대수 1만 6,300대를 기록했다. 니로의 연평균 판매량이 1만 8,000~2만 대임을 감안할 때, 하루 만에 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에 기아의 영업 관계자는 ‘지금 계약해도 올해 출고는 어렵다’며 이후 계약 고객들은 2023년에나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기준 미국의 차량 재고는 100만 대 이하로, 이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수치다. GM과 포드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여전히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은 이미 올해 생산능력 대비 약 20~30%를 초과로 예약을 받았고, 현재 내년 주문까지 접수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주문은 늘어나는데 코로나19의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일부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 되기도 하는 등 생산에 차질이 생겨 정상화가 늦춰지는 것이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반도체 수급난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반도체 대란’은 무엇일까? 반도체 대란은 2020년 말 반도체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 없이 부족해 생긴 ‘수급난’이다. 그 원인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생산공장 가동 중단과, 미 전 대통령 트럼프의 대중 제재 중 하나인 SMIC의 제재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SMIC는 중국의 반도체 위탁 생산사이며, 다른 반도체 기업인 삼성과 대만 기업 TSMC보다 저가 라인업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중 제재의 일환으로 SMIC를 제재하였고, 이는 곧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있어 차질을 빚었다. 이렇게, 일련의 상황들이 중첩되어 지금의 ‘반도체 대란’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아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는 상황 가운데, 자동차 업계의 우환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차량의 원자잿값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철강판을 비롯해, 알루미늄 같은 중금속류가 2배 이상 폭등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류비용까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결국 현대, 기아,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신차를 출시하면서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기존 제품의 생산 시 발생한 부담을 신차를 통해 일부 해소하기 위해서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를 만들 때 새로운 소재나 부품을 적용해서 여러 리스크를 완화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화하면서 성능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결국 부담은
소비자들의 몫
현대차는 지난해 싼타페의 연식 변경 모델 ‘2022 싼타페’를 출시하며 가격을 인상했다. 2020년에 출시된 더 뉴 싼타페 디젤 2.2 모델의 판매 가격은 3,122~3,986만 원이었으나, 2022 싼타페의 가격은 디젤 2.2 모델 기준으로 3,366~4,091만 원이다.
기아차도 신형 니로를 출시하며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신형 니로는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따라서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하는 등 상품성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지만, 그만큼 가격 또한 인상되었다. 하이브리드를 기준으로 했을 때 최저 221만 원에서 최고 289만 원까지 인상된 것이다.
과연 반도체 대란은
언제 끝이 날까?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벨테크놀로지의 맷 머피 CEO는 반도체 대란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현재 시장 상황을 보았을 때, 2022년 내내 반도체 대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기업들이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생산 라인을 구축해도 오는 2023~2024년 이후에나 공급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반대로 올해는 반도체 대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의 리사 수 CEO는 ‘반도체 공급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지겠지만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며, 7월 이후부터는 빠듯한 공급 상황도 서서히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업체들이 준비해온 공장 증설 효과가 올해 서서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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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힘든 시기임이 분명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유독 혹독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듯하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이 이렇게까지 장기화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영향이 소비자한테까지 뻗치고 있기에, 가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조사들은 새로운 판매 형태인 ‘선출고 후옵션’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말 그대로 판매 후 부품이 도착하면 나중에 장착해 주는 방식을 뜻한다.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되자 제조사들이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실제로 쉐보레 타호는 선출고 후옵션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혹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는 이러한 자동차 업계의 눈물겨운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부디 자동차 산업이 안정화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