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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AI 버블에 올라타라

스타트업 톺아보기 #4 - AI 기회의 땅을 찾아서

by 도비

개강을 하고 얼레벌레 지내다 보니 중간고사 시즌이 되었습니다.

글을 열심히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중간고사 시즌이 되니 공부가 하기 싫어서 글을 쓰게 되네요. 역시 시험 기간엔 공부 빼고 모든 게 재밌습니다.


각설하고, AI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그렇다고 모두가 말하고 있습니다.) 약속의 때가 언제일진 모르겠지만 우리는 미리미리 준비해야겠죠. 그럼 AI 중 가장 큰 수익을 내는 분야는 어디일까요?


[AI] #AI #데이터센터 #스타트업

데이터센터, AI 버블에 올라타라

AI 기회의 땅을 찾아서


돈줄, 플랫폼 레이어 다음은 AI 레이어가 지배한다


과거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플랫폼’이 기존 산업의 Control Point(가치의 중심)를 가져왔던 것처럼, AI 레이어도 기존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작년에 나온 흥미로운 논문 하나를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download.png Profiting from innovation when digital business ecosystems emerge: A control point perspective。

논문의 요지는, 디지털 기술이 산업 가치사슬의 Control Point를 위로 끌어올린다.
쉽게 말해, 제조업, 농업과 같은 기존의 산업들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되며 생산, 수확처럼 그 산업의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던 Control Point가 판매 중개 플랫폼, 생산 관리 기업처럼 새로운 형태의 기업으로 옮겨간다는 이야기입니다.

AI 레이어가 도입된다면 개인화추론 영역의 새로운 기업이 새로운 CP가 되겠죠.

문제는… 그 승자가 누가 될지, 언제 승자가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기회의 땅을 찾아서..


그렇다면 시야를 살짝 넓혀 볼까요? 지금, 현 단계에선 AI 인프라인 고성능 GPU, 전력, 그리고 데이터센터가 확실하게 부를 창출하고, 더 강력한 독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이겠지요.


하지만 고성능 GPU 시장은 이미 엔비디아가 끌고 나가는 독점 시장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더라도 엄청난 자본을 들여야 하기에, (막대한 자본을 가지지 않은 이상) VC가 할 일은 적어 보입니다.


이에 반해 전력 및 데이터센터는 GPU에 비해 아직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 제이슨 퍼먼은 2025년 상반기 미국 GDP 성장의 92%가 정보처리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에서 나왔다고 짚습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대형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이끌고 있죠. 이들의 연간 자본지출은 챗GPT 출시 이후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download.png Derek Thompson, This is how the AI bubble will pop

이 분야 역시 현재 AI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산업이면서, 수많은 밸류체인과 종속 기업들로 파편화 되어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 중 '강소 기업'을 찾는 것입니다.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비상장사이면서, 그 밸류체인에서 거의 독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 말입니다.


기회의 땅: 데이터센터 '열관리'


오늘은 ‘데이터센터’만 살펴보겠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수많은 구성 요소 중, 모방이 어려운 기술은 3가지 정도로 압축됩니다.

광통신 및 칩 설계 (Silicon Photonics 등): 반도체 공정 기반의 고유 IP

전력 변환 및 AI 기반 운영 효율화 (Power AI Optimization): 실시간 부하 대응 알고리즘

액침 냉각 및 열관리 (Immersion / Thermal Engineering): 물리 + 제어 + 소재 융합 기술


여기서 1, 2번은 이미 모두가 아는 빅테크와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자본, 최고급 인력, 축적된 노하우로 이끌고 있습니다. 신규 기업이 이 밸류체인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3. 액침 냉각 및 열관리 분야입니다. 이 부분은 소재, 화학, AI 시스템 최적화 등이 종합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분야로, 앞의 두 분야와는 궤가 약간 다릅니다.


왜 '냉각' 기술이 독점적 기회가 되는가?

극도로 높은 기술 난이도: 설계·소재·제조의 복합 기술로 구성되어 복잡합니다.

복제 불가능한 노하우: 실제 데이터센터 환경에서의 성능 튜닝 노하우는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습니다.


이 '냉각' 분야는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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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기술 해자와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다음 3가지 핵심 영역을 유망한 투자 영역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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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스템 분야: 전문 기업의 약진

통합 제어 시스템(⑤)은 구글, 메타와 같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기술을 선도하고, Schneider Electric, Vertiv 같은 상장사들이 막대한 R&D와 M&A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AI 개발사의 요구가 다양화되고 초고밀도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Submer, GRC와 같은 전문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유체를 포함한 H/W(④)와 S/W(⑤)의 통합 제어 시스템'을 표방하며, 시스템을 고객 요구에 맞춰 모듈형으로 커스터마이징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의 기술적 깊이와 운영 노하우는 기존 대기업들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워 빠르게 레퍼런스를 쌓고 있습니다.


2. 소재 분야: '산업 표준'의 증발

특수 냉각 유체(①) 분야는 고도의 화학 기술이 필요해 소수의 전문 기업이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그중 절대 강자는 3M이었습니다. 3M의 Novec/Fluorinert는 오랫동안 액침 냉각 시장의 '산업 표준'이었습니다.

그러나 3M이 환경 규제와 소송 문제로 인해 Novec과 Fluorinert의 생산을 2025년 말까지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시장에 거대한 기회가 열렸습니다. 이 3M의 빈자리를 Engineered Fluids와 같은 친환경 비(非)불소계 유체 기업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미 뜨거운 시장, 주목할 만한 기업들


이처럼 유망한 분야인 만큼, 글로벌 VC와 대기업의 투자가 대거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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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회가 남은 국내 기업


글로벌 단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이 시리즈 B, C 단계에 진입했거나 성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새로운 투자 기회는 적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액침 냉각 시장을 포함하면서(Target),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진 다른 산업(열관리 솔루션, ESS, 전기차 등)까지 커버 가능한(TAM) 기업들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앞서 말한 '비상장사 + 독점적 기술'이라는 조건에 맞는 국내 기업들입니다.


1. 열관리 통합 솔루션: SCS (주식회사 에스씨에스)

서비스: AI 기반 지능형 열관리 시스템(데이터센터·ESS·전기차 등 대상)을 개발·공급합니다. (센서·제어·운영 데이터 기반의 통합 솔루션에 집중)

강점: AI 제어 기반의 "운영 단계" 열관리(유량·온도·펌프 제어·에너지 회수 등)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외 PoC·수주 사례가 있습니다.

투자 현황: Series A / 브릿지 라운드(약 60 규모) (2025.03 보도)


2. 핵심 부품 & 소재: SwirlX (스월엑스)

서비스: 3차원 내부 구조 설계를 통해 기존 대비 10~20배 높은 열교환 효율을 내는 열교환기 기술을 보유 중입니다.

강점: 창업 1년도 안 되어 세계적인 기업의 데이터센터 PoC에 참여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조금 이른 얘기이지만, 최근 MS 등을 중심으로 용수 활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제로-워터’등 새로운 시스템 개념 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공랭에서 액침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듯이, 산업이 안정화됨에 따라 자원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효율 열교환기가 필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 현황: Seed 라운드(100만 달러) 유치 중 (추정)


3. 에너지 재활용: 엔엑스엔시스템즈 (NXN Systems)

서비스: 데이터 기반 친환경 열관리·에너지 재활용 솔루션 (열회수·FEMS 연계·수요응답 등)을 제공합니다.

강점: '폐열 회수' 관점에서 데이터센터 운영의 총체적 에너지 효율 개선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투자 현황: 구체적인 라운드 정보는 제한적이나, 정부 과제 및 오픈이노베이션(LS일렉트릭 등)에 선정되며 기술력을 검증받고 있습니다.


위 기업들은 글로벌 대기업이 선점한 시스템 분야이거나 Top3 분야에 속하지 않은 기업이지만, 특화된 분야에서 기술력을 키워나가는 국내 기반 기업입니다.


버블인가? 그래도 올라타야 하는 이유


이쯤 되면 누군가는 물을 것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이미 버블 아닐까?"

(관련해서 흥미롭게 읽은 뉴스레터 '커피팟'의 현 시국 버블 총론 아티클을 공유합니다.)


제 생각은, 버블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 버블을 주도하는, 즉 여기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주체들이 누구인지 봐야 합니다. 이들은 재무 건전성이 훌륭하고, 막강한 수익원과 현금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들입니다.

download.png 현금 흐름 대비 자본지출은 닷컴 버블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물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 때와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또한 AI 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현재까지는) 이 투자를 감당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이 투자 흐름과 버블의 성장은 당분간, 어쩌면 생각보다 꽤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AI 관련 좋은 투자처를 계속, 그리고 잘 찾아야 할 때입니다. AI 버블에 올라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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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10/28 (화) 업데이트

제가 글을 올리고 바로 새벽에 커피팟에서 '지금 데이터센터 투자는 과도한 걸까?' 라는 뉴스레터를 보내셨더라구요.. (소름)


요 아티클의 내용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 짧게 요약해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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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투자는 과연 버블인가?

현재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1870년대 철도망 및 2000년대 초 광섬유 투자와 비견되며 '과잉 투자 버블'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역사적 유사점 (철도 & 광섬유)

과거 두 사례 모두 '실제 수요'가 따라오기 전에 인프라가 먼저 과도하게 깔리면서 투자와 수익 간의 '시간차(Gap)'를 메우지 못해 버블이 붕괴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구축된 인프라는 결국 미래 산업 발전의 핵심 기반이 되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역시 이러한 '긍정적' 선례를 따를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합니다.

21735_3058807_1761547000342555082.jpg 미국 vs 전세계 데이터센터 숫자 비교 (토스텐 슬로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엇갈리는 시장 진단

"버블이 아니다" (골드만삭스): 현재 시장은 과거보다 리스크 분석 역량이 뛰어나며,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의 가치(24개월 선행 P/E 기준)는 닷컴 버블 등 과거 버블 고점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이는 시장이 더 견딜 여력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버블 징후이다" (토스텐 슬로크): 반면, 아폴로 글로벌의 토스텐 슬로크는 S&P500 상위 10개 기업의 '12개월 선행 P/E'가 닷컴 버블기보다 높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미국이 2위 독일보다 10배 이상 많고, 차순위 9개 국가들의 데이터센터 수를 합친 것보다 2180여개 많은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인 현황은 과잉 투자의 명확한 징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12개월(단기)과 24개월(장기) P/E 등 지표에 따라 해석이 엇갈릴 만큼 현재 시장 진단은 불확실합니다. 관건은 '미래의 수요가 현재의 막대한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입니다. 지금 당장 문제는 없겠지만 결국 적정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과도한 투자가 이미 이루어진 것인지는 앞으로의 수요가 말해줄 것입니다.


+) 어떤 피드백이던 환영합니다. 또 궁금하거나 추천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언제든 코멘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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