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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옥 Jul 08. 2022

노동은 계속된다

언제쯤 쉼이, 아픔이 이해될까 

코로나19 확인으로 인해 2022년 7월 4일부터 7월 10일까지, 나는 공식적으로 '격리대상자의 지위'를 얻었다.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을 받은 뒤, 확진 통지서를 사진 찍어 회사 단톡방에 올리면서 내심 기뻤다. '아,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겠구나, 마음껏 아플 수 있겠어!' 타들어가는 목구멍을 부여잡고 간신히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천근만근 돌덩이같은 몸을 뉘일 침대만 떠올렸다. 회사에 구구절절 이유를 들어 사정하지 않아도 '공식적'으로 쉴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병든 사지를 안식처로 옮겨주는 마법의 양탄자 같았다.


마법은, 현실이 아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부터 "깨톡" "깨톡" 환상은 깨졌다. 


"팀장님, 아픈데 죄송하지만 그럼 A 제안서는 어쩌죠?"

"아픈 건 알지만 그럼 보도자료는 누가 쓰지? B 제안은 당장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지?"


내가 바로 답하기 힘든 사항은 '미안함'을 앞세워 속속 카톡으로 들어왔고, 급한 일로 전화는 빗발쳤다. 별수 없이 침대 대신 책상으로 달려가 컴퓨터부터 켰다. 안그래도 당장 다음주에 진행하는 큰 행사가 있어 그걸 어떻게 처리하나 걱정은 하던 차였다. 다행인지 그것을 걱정이 아닌 실행으로 옮기라는 열화와 같은 푸쉬가 사방팔방 이어졌다. 


다양한 문서를 작성하기에 작은 화면의 노트북은 여간 불편하지 않다. 집에서는 절대 일을 하지 않겠다는 평소의 굳은 의지로, 오피스 프로그램도 깔지 않은 터다. 필요한 자료도 모두 회사에 있는 판이어서 한 가지 일을 처리 하려면 몇배의 수고가 들었다. 일은 더 많고 품은 더 들었다. 다다다다 키보드를 치고 끊임없이 통화를 하는데, 열이 오르면서 머리가 아득해지는 순간이 여러번 찾아왔다. 문득 내 전두엽과 상관없이 누군가의 명령으로 로봇처럼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우리는 사회와 회사의 기계였지.


"아픈 데 자꾸 일 얘기만 해서 죄송한데, 이 건은 어떻게하면 되죠?"

"이렇게 바쁠 때 아픈 제가 잘못이죠, 제가 빨리 처리해 드릴게요." 

클라이언트 문자에 나는 세상 친절하게 응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본주의 거짓말을 내재화했던가, 답변을 보내고 피식 웃었다.


전쟁같은 격리 첫날, 공식 퇴근시간인 6시가 한참 지나서야 침대로 기어들어 올 수 있었다. 간헐적으로 카톡이 울렸지만 더이상 답할 기력이 없었다.


무더운 여름밤이었다. 몸은 마그마끓듯 달아올랐다. 그러나 마음은 꺼진 엔진처럼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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