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그런 건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학업의 길에서
말라비틀어져 더 이상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행주처럼 만신창의가 되어있다면
저 너머의 세계에 있는 희망에 기대어서라도 한 발짝 나아가고 싶겠지
어쩌면 그것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내가 걸어볼 수 있는
유일한 빛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건 없다.
만약 네가 하고 있는 공부가 너무 힘들어서
이것만 해내면 더 나은 삶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희망을 버려라
목표의 달성뒤에는 또 새로운 도전이라는 목표가 주어지니까
그 어떤 목표도 달성되어 끝나는 것은 없다.
만약 네가 하고 있는 일이 끝이 보이지 않아서
네가 가고 있는 길이 너에게 맞는 일일지 확신이 없다면
그러한 의심을 버려라
어떠한 길이 맞는지 안 맞는지 여부는 그 길이 끝나고 난 뒤에야 할 수 있으니까
끝나기 전에는 네게 맞는 길도 안 맞는 길도 없다.
공부는 원래 재미가 없다.
그러나 삶의 모든 일이 다 그렇다.
그렇게 즐거워하던 취미도
직업이 되고 반복하면 지겨워진다.
즐거움은 한순간이고
그 한순간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르는 게 더 현명하다.
직업은 금전적 보상이라도 있으니
물질뿐 아니라 정신적 보상도 없는 학업이 더 힘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러한 생각을 버려라
누구나 다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즐겁기만 한 삶이라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논문을 완성해도 나의 삶은
논문을 완성하기 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며
학업을 관둔다고 해도 나의 삶은
학업을 관두기 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미래에서 희망을 찾지 마라.
지금 하는 것이 죽을 만큼 괴롭다면
앞으로 다가올 일도 죽을 만큼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나에게만 괴로운 게 아니다.
다들 그렇게 힘든 삶을 온전히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없다면
그 빗속에서 춤을 출 수 있는 태도를 가져라.
비가 내리지 않는 삶이란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