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41] 긴 호흡의 글이 필요해.

by 홍기자 입니다

기자가 되면 강박적으로 받는 교육이

문장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짧게 끊는 연습이다.

구어체로 쓰는게 훨씬 편한 나로서는

이 연습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1년차 기자땐

선배에게 빨간펜으로 좍좍 그어진 종이를 받아들던 때의 충격은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맨 팔에 와닿는 듯 쓰라리다.


그런데 어쨌건 사람은 적응과 연습의 동물인것 같다.

이제는 뭔가 소설책을 읽을때도 마침표가 저 멀리 있는 문장이 너무 힘겹다.

읽기도 힘겹고 그걸 정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인지부조화도 힘겹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나도 긴 호흡의 글이 간절하다.

지금은 문장도 짧고 글 길이도 짧은 최악의 상황.


뭔가 긴 호흡이, 글에도, 내 인생에도, 내 마음에도 필요한 것은 맞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키보드는 쌓여만 가는데

내 마음의 준비는 아직도 덜 되었나.


사실 웃기지도 않는다.

좋은 키보드가 있다고 좋은 글이 써질리가 만무하다는 걸

기백만원을 쓰고서야 깨닫고야 앉아있으니.


그래도 지금 이 보글보글 소리를 내는 키보드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렇게 정처없이 정신머리 없는 글을 결국 또 쓰고 온라인에 둥둥 떠나니게 놔두고야 만다.


업보는 입에서 손가락으로 옮겨져 멀리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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