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 190102. 입석 - 문태준

by Anthony

입석(立石)


- 문태준



그이의 뜰에는 돌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나는 그 돌을 한참 마주하곤 했다

돌에는 아무 것도 새긴 게 없었다

돌은 투박하고 늙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나는 그 돌에 매번 설레었다

아침햇살이 새소리와 함께 들어설 때나

바람이 꽃가루와 함께 불어올 때에

돌 위에 표정이 가만하게 생겨나고

신비로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그리하여 푸른 모과가 열린 오늘 저녁에는

그이의 뜰에 두고 가는 무슨 마음이라도 있는 듯이

돌 쪽으로 자꾸만 돌아보고 돌아보는 것이었다


20190103_003610.jpg

'돌 쪽으로 자꾸만 돌아보고 돌아보는 것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062. 190101. 너무 작은 숫자 - 성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