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 210410. 4월 북한산에 올라 - 정희성
4월 북한산에 올라 - 정희성
지나간 사월을 그리워 말자
사월이 가면 오월이 오는 법
황사 휘몰아치는 산정에 서서
보라, 때가 되면 모진 바람 속에서도
진달래 흐드러져 피지 않더냐
사일구는 사월에 오지 않아도
이 땅의 오월에 다시 찾아오고
눈물 어룽진 남녘 땅에
봄이 오는 소리 들리지 않더냐
그러나 이제는 냉정해지자
피 흘려 쓰러진 벗들 앞에서
속절없는 다짐을 하지는 말아야지
흙바람을 맞으며
아아 성난 불의 마음으로
가슴 깊이 응어리진 얼음의 마음으로
사월은 사월에 오지 않아도
한겨울 눈 속에 꽃맹아리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