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5. 210604. 소나기 - 이면우

by Anthony

소나기 - 이면우


숲의 나무들 서서 목욕한다 일제히

어푸어푸 숨 내뿜으며 호수 쪽으로 가고 있다

누렁개와 레그혼, 둥근 지붕 아래 눈만 말똥말똥

아이가, 벌거벗은 아이가

추녀 끝에서 갑자기 뛰어나와

붉은 마당을 씽 한바퀴 돌고 깔깔깔

웃으며 제자리로 돌아와 몸을 턴다

점심 먹고 남쪽에서 먹장구름이 밀려와

나는 고추밭에서 쫓겨나 어둔 방안에서 쉰다

싸아하니 흙냄새 들이쉬며 가만히 쉰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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