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진 이야기

우리의 산하 아름다운 풍경 사진

by 안길열

우리나라 국토 80%가 산으로 둘러 쌓여있다.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어렸을 적 마을 뒷산에 얽힌, 추억 한 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나는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여름이면 소 먹일 풀을 베러 다녔고, 겨울 주말이나 방학이면 날마다 뒷 산에 올라 땔감을 해야만 했다. 그건 당연한 의무였고 친구들과 어울려 해야만 하는 일과였다. 옷이나 신발이 지금처럼 기능성이 좋지도 않았다.


아침 일찍 산에 오르다 보면 서릿발 솟아오른 오솔길에 시린 발을 동동거려야 했고, 양말을 두 켤레 끼어 신었지만 별 효과는 없다. 지게를 짊어지고 몇 킬로미터 거리까지 올라야 한 짐 땔감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느 산이든 숲이 우거져 등산로 아니면 다닐 수 없지만 그때는 말 그대로 민둥산 마른 억새풀 한 포기도 찾아다녀야 했었다. 지금도 어릴 적 나무하던 꿈을 종종 꾸고는 한다. 꿈에서 깨면 현실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의 숨을 내 쉬기도 하니, 오래전 빛바랜 아름다운 추억도 지금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지 않나 싶다.


어릴 적 산을 다녔던 그 영향이었을까. 지금 나는 산이 너무 좋다. 아니 땔감 나무를 해야 했던 의무감에 해방된 기쁨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산정을 헤집고 다닌다. 카메라. 렌즈(3-4개), 삼각대. 침낭. 텐트 등을 챙기면 먹을거리는 최소 요기거리만 챙겨도 25kg이 훌쩍 넘는다. 그 무게를 짊어지고 설악, 지리, 한라, 월출, 덕유, 무등, 태백, 소백 등 수많은 산은 거의 다 올랐다. 그것도 새벽 1~2시에 산행을 시작해 촬영 목적지에 일출 한 시간 전 도착해서 기다려야 하니 어릴 적 나무 하러 다닐 때 보다 더 힘든 산행이다. 여름 한 계절을 제외하고, 봄, 가을은 새벽 여명 전 추위에 떨고, 겨울에는 표현할 수 없는 가혹한 추위를 이겨야만 한다. 하지만 산 정상에서 바라본 그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기쁨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나만의 환희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한다. 오늘도 아니 내일도 나는 산정에서 그 아름다운 풍경을 두 눈, 가슴에 그리고 카메라에도 담을 것이다.

그중 가슴에 담는 풍경이 최고의 작품이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한겨울 지리산에 폭설 주위보가 내려 입산이 통제된 적이 있다. 나는 이미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을 지나 중봉에서 촬영을 하려고 산행 중이었다. 중봉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눈이 무릎을 넘고 있다. 홀로 러셀(russel)을하며 어렵사리 도착한 중봉에는 사진작가(지인) 세 사람이 삼각대에 카메라를 거치하고 천왕봉을 향해 날이 좋아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하고 넷,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하늘엔 그칠 줄 모르는 눈만 내린다. 세 시간 이제 하산해야 하는데 좀 더 욕심을 부리다 결국 포기하고 오후 네시가 넘어서 홀로 아쉬운 하산을 강행한다.

법계사 도착해서야 입산이 전면 통제되었다 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둠이 흰 눈 위 내려앉고 중산리 도착 단골 식당에 배낭을 풀고 따뜻한 커피 한 모금에 정신을 가다듬는다. 중산리 아래로는 눈이 많이 오지 않았다. 바삐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해서야 휴대폰을 꺼내 든다.

아뿔싸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가족 모두 전화를 했었다. 여보세요 아내는 눈물이다. 아이들도 걱정 안도의 목소리, 형님께서 실종신고까지 하셨다고 일이 크다.

집 도착해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뉴스에서 "지리산 폭설주의보 입산 전면 통제"장터목 대피소에 전날 밤은 자고 아침 퇴실했다는 확인을 하고 그 후 흔적을 알 수 없고, 광주시도 대설 주위보 까지, 정작 나는 눈밭 강아지처럼 즐겁기만 했는데, 지난 추억이다. 오랜 산행을 하다 보니 힘들고 어렵지만 나만 느끼는 희열이 있다. 그 희열은 모든 사람이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등산을 즐기다 보면 그 느낌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산 사진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당일 촬영은 새벽(2~3시)에 산행을 시작한다.

일출 한 시간 전 목적 포인트에 도착해서 상황을 살피고 기다리며 촬영을 한다.


산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아침 여명 전에 삼각대를 펴고 카메라를 장착 자연 풍경의 흐름을 읽는다. 빛, 전경에 사물(꽃, 억새, 눈꽃 등)을 넣고 중경, 원경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셔터를 누른다.


빛의 예술이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없는 빛이라도 카메라로 촬영이 가능하다. 물론 장타임(셔터를 장시간 개방) 열어두면 어떤 사물도 표현이 가능하다.

아침 빛에 변하는 산정의 풍경은 황홀경 그 자체다.

나는 내일 또 배낭을 꾸릴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 산정에 있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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