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그린 풍경

내 작은 카메라에 대 자연의 풍경을 조금씩 나눠 담는다.

by 안길열
촬영 장소: 광주 무등산(저 멀리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 중봉까지 주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세상은 넓다.

우주에서 보이는 조그만 별 지구, 나는 작은 점 하나의 공간 지구에 자리하고 있다.

그 작은 공간에서 몇 시간을 달리고 몇 시간을 걸어 올라 산 정상에서 한쪽 눈으로 카메라 뷰파인더 속 사각 공간에 그림을 그린다.

내 작은 카메라 뷰파인더에 비친 넓게 보이는 자연의 풍경은 언제 어느 위치에 있든 아름답고 경이롭다. 네팔 안나푸르나.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월출산. 수많은 산정에서 수시로 변하는 그 풍경의 경이로움에 반해 산에 오르고 또 오른다.

아기자기한 능선이 한눈에 드는 우리의 산하는 그 어느 나라보다 더 아름.

촬영 장소 : 미국 서부 블라이스 캐년

미국 서부여행 중 보았던 블라이스 캐년, 그랜드캐년.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넓고 웅장한 산은 우리나라 산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넓은 대륙의 나라답게 크고 웅장해 한눈에 꽉 차는 느낌이 없다.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우리의 산하, 능선 그리고 계곡, 우리의 산하는 언제 봐도 한 폭 그림이다.

촬영 장소 : 지리산 노고단(흰색, 노란 원추리 여름 꽃이 만발하고, 저 멀리 광양 백운산이 아스라이 보인다.)

山.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이른 새벽 아무도 가지 않은 산정을 홀로 올라 보았는가?

나 홀로 바람 한 점 미동하지 않는 진공의 공간,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생기는 파장 물결처럼 그 숲 속에 빠진 듯하다.

숲이 토해낸 새벽 향이 코끝에 스치고, 마치 내가 그들만의 공간에 방해꾼인 듯 공기를 가르니 미안한 생각도 든다.

산(숲은) 내게 딱히 던지는 가르침은 없지만 침묵 속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있다. 그 대상은 유형의 풍경이 주는 느낌, 무형의 생각들, 꼬집어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성도 있다.


"봄" 아름다운 꽃 들과 신록이 물들면 작은 풀 한 포기 야생화 한송이가 풍기는 향이 있고. 그 연녹 잎과 어우러진 形色의 풍경은 가슴속 흥분의 전율이 온 몸속 타고 넘친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저 감탄, 탄성이 있을 뿐....

촬영 장소 : 영암 월출산의 "봄"

"여름" 습기 가득한 숲에는 모든 생명이 나와 함께 호흡한다. 곤충은 발아래 부산히 내달리고, 숲 깊은 곳에서 들리는 고라니 소리는 내 머리끝이 쭈뼛 놀라게 한다. 머리 위 새들은 낯선 이방인에 놀라 푸드덕 도망치고 이 모든 풍경이 숲에 숨어 있다. 또한 그 속어는 진득한 습기에 젖은 땀 내음도 함께 있다.

촬영 장소 : 설악산 용아장성 "여름"

"가을" 푸른 숲이 오색으로 물들면 내 눈 동공에 비친 색은 무슨 빛깔인지 헷갈릴 정도로 현란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이 조그만 카메라로 천연의 색 그대로를 표현이 가능할까?

지금 내가 그 표현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도 든다.

촬영 장소 : 지리산 천왕봉 "가을"

"겨울" 새벽 산행 동트기 전 능선이나 산정에 한두 시간 한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있어 봐야 그 느낌을 안다.

마취도 하지 않은 살갗에 쓰윽하고 스쳐 지나는 의사의 칼날처럼 아픈 찬 한기를 느낀다.

이 추위에 내가 왜 여기에 서있는지 하고 헷갈려 종종 나에게 되묻기도 한다.

하지만 순백의 찬란한 산정의 아침은 내게 충분한 보상으로 넘친다.

찰랑이는 빙화(수정) 소리 바람에 흔들려 쨍그렁거리고 푸른 하늘에 비치는 설산은 경이롭고 신비롭다.

산정의 그 풍경은 추위가 몸속에 가신 다음에야 다시 풍경을 회상한다.

어느 산악인이 말하기를 겨울 산을 올라 보지 않고 산에 올랐었노라 말하지 말라고....

촬영 장소 : 노고단 반야봉 위로 운해가 넘는다. "겨울"
배낭 무게 35kg 지리산 정상으로 향한다.(좌) 새벽 산 정상에서 촬영 모습(

"산이 답이다" "산에 답이 있다"

내 휴대폰에 적혀있는 글이다.

처음부터 그 느낌이 있었던 건 아니다.

몇 번 몇십 번 산을 오르고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그 말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남들이 말하기를 그 새벽 산에 오르는 이유가 뭔지 묻고는 한다. 무슨 답이 있을까~~?

답을 줄 수도 정의를 내릴 수도 없다.

나 자신에게 되뇌며 말한다면 산이 좋아 오르고, 산에 오르다 보니 그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로 그리는 것이다. 혹자는 밤새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 사진(그림) 한점 남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이들도 있다.

언제나 그곳에는 아름다운 작품(그림)이 있었고 다만 내 카메라에 담아 오지 않았을 뿐이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고,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카메라 뷰파인더 속 그림을 그린다.

때로는 나 홀로 감흥에 미친 듯 흥분도 하고, 산 어귀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멍 때리기) 먼 곳을 바라보며 아무런 생각 없이 있기를 좋아한다.

이 모든 것이 산에서 얻는 나만의 힐링 법이다.

촬영 장소 : 지리산 뱀사골(물가에 피는 수달래 꽃 맑은 청류에 색이 더 붉다.)

내 눈 속에 비친 지구 표면의 모습을 카메라로 그려 본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또한 그 위에서 자연과 함께 나 자신이 공존한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나는 내일도 또 산에 오를 것이다.

그곳에서 자연이 주는 무한의 선물을 받고 싶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또 내일 배낭을 꾸릴 것이다.

그 산정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 산정에 답이 있으니....

촬영 장소 : 네팔 안나푸르나 트래킹 중 "푼힐 전망대"에서 사우스 안나푸르나가 눈 앞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