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엔 팟캐스트를 듣기엔 거리의 소음이 너무 커서 음악을 주로 듣는다. 최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김윤아가 마녀같은 포스로 [증오는 나의 힘]을 부르는 것을 보고, 고등학교 때부터 정말 좋아하던 자우림의 노래를 들으며 버스에 올랐다. 유튜브의 자동재생이 다음 곡으로 한희정의 [잔혹한 여행]을 선정해서 재생해주었다. 오, 그러니 자동으로 떠오르는 기억 한자락.
한희정의 [잔혹한 여행] 앨범에 수록된 [입맞춤, 입술의 춤]이라는 곡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둠칫둠칫 리듬에 가사도 감각적이고 좋아하는 노래이다. 지금의 남편이 남자친구이던 시절 내가 한창 즐겨듣던 노래다. 연애 시절엔 서로가 좋아하는 노래를 추천하고, 그 노래가 마치 그 사람인 것처럼 좋아했었다. 남자친구는 이 노래를 듣더니, 오 노래 너무 좋다. 그런데 가사가 왜 이렇지? 했다. 가사 너무 좋은데 왜?
입맞춤, 입술의 춤의 가사는 이렇다.
끝도 없이 흩어진 너와 나의 시공간이 이렇게 포개어졌다
겁도 없이 흐르던 너와 나의 슬픔은 잠시 숨을 참는다
오, 내려간다, 내 짐들이.
내 어깨는 이제 보니 참말 작구나
그렇게도 굽이굽이 참 새하얗던 나의 어깨에, 어깨위에
오, 고이고이 참 새빨갛게 내려앉던 입맞춤, 입술의 춤
끝도 없이 포개진 우리들의 이 순간도 언젠가 나뉘어진다
결코 다시 흩어질 우리들의 내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 내려간다, 내 짐들이.
내 어깨는 이제 보니 참말 작구나
그렇게도 굽이굽이 참 새하얗던 나의 어깨에, 어깨위에
오, 고이고이 참 새빨갛게 내려앉던 입맞춤, 입술의 춤
끝도 없이 펼쳐진 우리들의 내일 앞에 이 순간 영원하리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내 어깨는 이제 보니 참말 작구나 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금 제대로 된 가사를 나도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으악 지금 너무 당황스럽네.
내가 알고 있던 가사 : 내 어깨는 이제 '도니' 정말 좋구나. 당신의 입맞춤으로 나의 슬픔이 잠시 숨을 참아 내 어깨에 이제 피가 돌아. 내 짐들이 내려가. 이렇게 해석하고 있었다.
남자 친구가 들은 가사: 내 어깨는 이제 돈이 정말 좋구나. 갑자기 돈이 왜 좋은거야? 돈이 왜 나오지?
그래서 돈이 아니라 피가 돈다고, 도니 정말 좋구나라고 꺄르르 깔깔 웃고 지금도 저 노래 가끔 같이 들으면서 도니 정말 좋구나, 아니면 장난치면서 돈이 정말 좋구나 이렇게 따라 부르고 있는데.... 어머나 충격. 이제 보니 참말 작구나 였어. 듣기 실력 왜 이렇죠.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라면서 가사를 한 번 찾아보는 성의도 없었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어머 귀여운 에피소드였지 했는데, 새로운 놀라움과 황당함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노래 들어보세요. 둠칫둠칫합니다. 입맞춤은 입술의 춤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