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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 Aug 30. 2023

오줌소리의 권력관계

오줌소리를 맘껏 낼 수 있는 자 누구인가

이제 입사한 지 2 개월 차 민지는 회사 분위기를 익히느라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옆자리에 앉은 사수는 종종 개인적인 일을 아무렇지 않게 시키곤 했는데, 사회생활이 처음인 민지는 그럴 때마다 기분이 나쁜 것이 정상인 것인지 의심했다. "이것 좀 복사해 줘~" 사수가 내민 것은 그녀가 회사에서 업무시간에 공부하고 있는 한국어교육강사 자격증 자료였다. 밝고 친절한 목소리로 복사 좀 부탁해~하는 얼굴을 보며 민지는 빈정이 확 상한다. 하지만 사수는 다른 회사 직원들과도 다 잘 지내고 항상 친절한 목소리잖아? 내가 지금 일이 많은 것도 아니니 이 정도는 도와줘도 되겠지 생각하며 복사를 한다.



민지가 일하는 부서는 모두 여자들이 일하고 있는 곳이었다. 작은 회사였지만 면접 자리에서 만난 멋진 모습의 여자 이사님을 보고 첫눈에 아 여기서 일하고 싶다 했었다. 슈트를 차려입은 당당한 모습의 이사님이 마치 민지의 미래의 모습 같았다. 2차 면접까지 마치고 합격을 하여 입사를 했다. 모두들 화기애애하고 다정한 분위기에서 다 같이 일하고 있었다. 사수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목소리로 업무를 가르쳐 주었다. 신입 사원인 민지를 두고, 자꾸 조퇴를 하고 자신이 보던 서류뭉치를 아무렇지 않게 민지의 책상에 쓱 밀어놓는 등 기분이 나빠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 행동이 계속해서 늘어갔지만, 그래도 말투가 저렇게 친절하니 나쁜 사람은 아닐 거야. 사수는 부서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웃으며 종종 무례했고, 오직 부서장인 이사님에게만 충성을 다했다. 다른 사람들이랑은 웃으며 다 잘 지내잖아. 내가 아직 뭘 몰라서 그런 거지. 민지는 마음을 자꾸만 다독인다.


회사의 화장실은 두 칸짜리였다.  민지의 부서가 있는 층에는 민지의 부서만 있어서 작은 화장실이었지만 혼자서 사용할 때가 많았다. 그날도 민지는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의 뚜껑을 내리고 앉았다. 일하다 가슴이 답답해져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곳인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갑자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거침없는 걸음걸이로 들어오더니 옆 칸에 들어간다. 그러더니 곧 엄청난 소리가 들려온다. 옆자리에서는 쏴아~  촤~ 시원하게 오줌을 싸는 소리가 들린다. 거칠 것이 전혀 없다는 듯 당당한 오줌 소리가 들린다. 화장실에서 오줌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민지는 고인 물 위에 떨어지는 오줌 줄기의 소리가 부끄러워 변기의 레버를 내려 물소리로 오줌소리를 감추곤 했다. 앉아서 변기의 레버를 내리 물이 튀어 엉덩이가 축축해져 기분이 별로지만, 그래도 오줌소리가 부끄러웠다. 그런데 지금 옆에서 들리는 오줌소리는 너무나 위풍당당하다. 민지는 저 오줌소리의 주인공이 너무나 궁금하다. 민지는 얼른 일어나서 화장실 칸의 문을 열고 나갔다. 이사님은 볼일을 다 보고 손을 씻고 있다. 어~ 하는 다정하고 친근하지만 애매한 말로 아는 척을 하고 젖은 손을 페이퍼타월에 쓱쓱 닦고 이사님은 화장실을 나갔다. 이것이 권력자의 모습인가! 다른 직원들이 모두 물소리로 오줌 소리를 덮을 때 당당하게 오줌 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 민지는 왠지 반하고 말았다. 당당한 오줌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말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단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 당당하게 오줌 소리를 낼 수 있는 연습을 하자고 다짐한다. 민지는 그날 이후 물소리로 오줌 소리를 덮지 않았다. 처음엔 부끄러움을 떨쳐내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민지는 이제 권력자의 오줌 소리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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