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발레 시작

by 수우

크게 별 일은 없는데, 그래서 무료하고 의욕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찾아보자면 이유가 있지만 또 그렇다고 이렇게 모든 것이 재미없고 기운없고 의욕이 없을 것까진 없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집 앞에 있는 발레 학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자세라는 이름이 붙은 학원이었고 알아보니 오래전부터 이 동네에서 꽤 유명한 발레학원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아이들 대상의 수업은 접고 성인 대상의 스트레칭 수업을 하고 있었다. 뻣뻣하게 굳은 몸과 마음을 푸는 스트레칭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상담 신청을 했다.


이곳은 상담 신청을 하면 한 시간 가량 체형과 근육 분석을 해준다. 몸의 균형이 어디가 안 좋고 운동을 할 때 무엇을 유의하면서 해야할 지를 선생님과 1:1로 천천히 체크한다. 선생님은 87년부터 발레학원을 운영하신 60대 초반이셨는데 바른 자세와 우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앉아서 누워서 엎드려서 내 몸을 보고 유연성과 몸의 균형을 체크했다. 내 오른쪽 다리가 좋지 않은 것은 앉아서 다리를 뻗자마자 알아보셨다. 원래부터 오른쪽 다리가 약한 편이어서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자세히 말씀드렸다. 오른쪽 다리 말고는 다른 신체 부분은 비교적 양호하게 관리를 잘 했고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았다고 칭찬해주셨다. 관리를 따로 잘 해온 건 없었지만 선생님 칭찬에 이미 기분이 좋아졌다. 상담 시간에 발레의 기본 일번 자세와 팔과 손의 자세, 등 근육을 사용하여 천장을 바라보고 젖히는 자세 등 기본 자세들을 가르쳐 주셨다. 초급반이어도 다른 학생들은 이미 배운것이라 미리 알려주신다고. 아주 정적인 동작들인데 온 몸의 근육을 다 쓰고 있는 기분이었다. 으아 진짜 힘들었다. 발레는 속근육을 사용하고 허벅지 내전근을 많이 사용한다고 하셨는데 내가 그 부분이 약하고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어서 그런지 더 힘들었다. 그렇다. 이곳은 스트레칭 학원이라고 되어있지만 발레학원이었던 것이다. 발레를 배워야지! 생각하지 않은채 얼결에 발레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운동을 시작할 때처럼 이번에도 몸으로 잘 받아들이고 잘한다고 칭찬을 들었다. 그렇게 칭찬으로 시작했다가 오버해서 운동을 하고 다쳐서 그만뒀던 과거를 말씀드리니 선생님이 부상이 있으면 몸 균형이 확 틀어지니 절대 부상없이 천천히 따라오라고 하셨다. 바로 다음 날이 수업이어서 뭘 입고 해야하나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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